fatman78
  1.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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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서점의 시대
글쓴이
강성호 저
나무연필
평균
별점9.6 (5)
fatman78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34 : 서점의 시대, 강성호 저, 2022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A : 내일, 어디서 만날까?



B : 광화문 교보에서 12시에 보지, 뭐...



A : 응, 내일 그 시간에 봐...




지금도 어디에선가 들릴법한, 만날 약속을 정하는 흔한 대화이다. 우리가 시내에서 친구와의 약속이나 데이트를 위해서 상대방을 만날 약속을 하면 보통 "랜드마크"를 지정해서 특정 시각에 만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랜드마크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조선 시대라면 어느 정자나 연못가를 택할 것이고, 근대 개화기라면 기차이나 백화점을 택할 것이며, 지금이라면 지하철역이나 잘 알려진 건물이 선택될 것이다. 



그런데 시대에 관계없이 빈번하게 선택되는 곳이 하나 떠오른다. 그곳은 다름아닌 "서점"이다. 서울 사대문 안이라면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을 떠올릴 것이고, 각 지방의 중심가 근처에는 항상 그 지역을 상징하는 서점이 하나씩 존재하여 그 역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이런 서점들 앞에 가보면 많은 인파가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러하며, 후에도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왜일까....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종이냄새"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 향수가 남아있는 장소라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늦거나 해도 책을 보면서 기다릴수도 있고, 대부분의 랜드마크 역활을 하는 서점들은 사통팔달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다는 장점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으로 대표되는 문화의 위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수성에 대한 회귀적 연민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인간이라면 영원한 이 감수성은 우리가 왜 인간임을 보여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는 것 중 하나이다.



2. 저자의 의도...





필자는 역사에 관한 관심을 두는 작가이자, 독립 서점을 운영한 바 있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서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고서적을 다루는 외국의 서점들이나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다. 또한 디아스포라, 지역문화에 얽혀진 작은 역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민주의"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미나리", "파친코"로 대변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이 책 또한 묘하게 그 지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늘 동아시아의 변방인 역사로 묻혀있고, 상대적으로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에 가려 제대로 발견되지 못한 내러티브가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그 질곡의 끈질긴 역사를 다시한번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 "서점"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서점을 둘러싼 대중들의 생활사, 문화사가 고대로 녹아있는 일종의 소소한 지표와 같은 역사책이다. 더군다나 이제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어쩌면 잊혀질법한 작은 이야기로부터 우리 근대사의 이면을 잡아낸 최초의 시도이며 앞으로도 보강되서 다뤄져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책에서도 필자가 사료나 고증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토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필자의 참신한 시도에 격려를 아끼고 싶지 않다. 근엄하고, 거대한 담론을, 멋드러지게 다루는데만 급급한 기존의 역사학자들과 달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가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때로는 잊어져 버릴수도 있는 "서점"에 대한 의의와 역사를 고증하여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돈이 없어 가판대에 서서 책을 읽다가 주인에게 핀잔만 듣는다든지, 호감가는 이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고르고 골라 좋은 시집을 꾹꾹담아 선물하는 감정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자신의 그것으로 감정이입하기 쉬우며, 그것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과 곁코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평하고 싶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조선 시대의 고서적이라든지, 개화기 신문물의 최첨단에 선 서점들의 역활, 또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의 연대에 정점에 섰던 그 역사적 의의같은 살아숨쉬던 현장의 사진들과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또다른 사료로서의 역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욱이 현대의 군사독재 시절에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중심에 섰던 "그날이 오면"과 같은 서점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점점 극보수화되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청년 문화의 힘을 유산으로써 전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대립하던 시절이 아닌, 미국의 일극체제에 기댄 표류하는 현대사의 모순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또한 우리가 나아갈 대안이 무엇인지 반대편 의견들을 남기는 시도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해져야할 우리의 의무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그 대안으로 기존의 공산주의를 제안하는건 아님을 밝힌다. 다만, 견제없는 자본주의 독주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협동서점"으로 대표되는 대안서점의 의의와 배경소개에 관심이 갔다. 이미 동네서점의 대부분은 거대한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고사하였고, 정말 손꼽을만큼만 남아 근근히 유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유지의 힘만 남아있을 뿐, 기존의 문화운동의 최전선에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 재에서 다시금 태어나는 피닉스처럼 독립서점들의 등장이 요 몇년간 흥미로웠다. 각 서점마다 주로 취급하는 주제별 분야로 차별화하고, 각종 독서모임이나 문화활동, 콘서트와 어우러지는 이벤트로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며, 이른바 "살롱문화"로 대변되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서점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과 젊은 세대의 "힙한" 감성을 연결하기 위한 눈물어린 시도들이 반가우며, 이 또한 영속적으로 다시 사람들을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아무리 유투브가 세상 모든 지식 채널을 독점한다 하더라도, "영혼"이라 불리우는 인간적인 감수성은 쉽사리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4. 아쉬운 부분...



책에서도 밝히듯이 본 저서는 이러한 주제의 거의 최초의 시도이다. 따라서 이제껏 정리된 사료도 존재하지 않으며, 기존 사료들도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성격이 농후하여 지금껏 미미한 부분만이 남아있다. 따라서 저자는 일일히 취재를 하고, 생존인물들의 인터뷰를 시도하며 그나마 발췌된 자료들만이 이 책에 녹아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특히 개화기 시대의 사료들은 일제강점기의 청산과 6.25 동란으로 인해 많은 부분 소실되었으며, 현대의 독재정권 시절의 사료들은 아직 생존자들이 있으나,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라져만 가고 있다. 더 시간이 늦어져 이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시도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향후 더 자료들이 발굴되면, 후속작이나 연작 시리즈가 나와 좀더 다양하고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5. 나오며...





다시 지금으로 와, 문득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1994)"이라는 추억의 곡을 들어보자.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마음속으로 ...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그렇다...우리에게 추억이란 감수성은 위의 가사처럼 "스러져가는 기억에 대한 회고"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낡고 진부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네크워크가 발달하여 전 기구를 뒤덮고, AI가 나타나서 생각하는 우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서점"에 아직 존재한다. 이러한 소중한 장소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저자의 노력에 치하를 아끼지 않으며, 앞으로도 더 시도를 하여 우리에게 또다른 감흥을 전달해주길 바란다.



 



#서점의시대 #강성호 #나무연필 #서점 #역사 #문화



@woodpenci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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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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