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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V
- 작성일
- 2019.8.8
[eBook]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글쓴이
- 김경옥 외 1명
중앙m&b
일명 ‘묻지마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불특정다수에게 해를 가하는 강력범죄가 들끓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경남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은 무고한 12세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특히 살인범의 손에 죽은 고3 수험생은 1급 ‘시각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온 주민들을 흉기로 잔악하게 찔러 죽인 살인범은 ’조현병 (정신분열증)’ 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였던 것이 드러났다.
‘경남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에서 살인범이 정신병이력이 있다는 것, 죽은 다수가 노약자와 여성 및 어린아이 등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외에도, 평소 살인범이 시각장애를 앓았던 여고생을 스토킹하고 괴롭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전 국민이 더욱더 분노했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살인범이 평소 이상행동을 보일 때마다 여고생 가족들은 신고를 했고, 그때마다 경찰은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가곤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파출소까지의 거리는 고작 200m 였다) 여고생 가족은 견디다 못해 집 앞에 CCTV를 설치했다. 그 CCTV에는 살인범이 여고생을 뒤쫓아 오며 위협하고 욕하는 장면, 오물을 투척하는 장면 등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미 살인은 예고된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경찰은 그 징후를 눈치 채지 못하고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며 돌아갔고, 불과 15일 뒤에 이런 무차별 흉기난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너무도 황망했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이 책은 실제 일어났던 강력범죄들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심리와 범죄원인 및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사실 그대로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사례를 들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들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저자들의 주관을 곁들여 이야기해준다. (그렇다고 범죄자들을 동정하거나 그들의 편을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전문 프로파일러와 범죄 전문 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살인, 강간, 절도 등 어떤 범죄라도 이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고 입모아 이야기 한다. 개인이 극복해내거나, 가정 내에서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부 및 지자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전체가 나서야만 최근 급증하는 강력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역시, 살인범이 평소 정신질환을 앓았고 폭력적 성향을 주변에 드러냈다는 사실에 기인해보면 지자체 또는 정부에서 각별히 관리/감독을 했어야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들은 사건의 중대성을 깨닫고, 어쨌든 주민들이 공포에 떨지 않도록 살인범을 격리시키거나 조치를 취했어야했다. 그랬다면 이런 끔찍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국판 '크리미널 마인드', 10년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 책은 1부 사이코패스 ? 원조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유영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영철’은 이름 그 자체만으로 한국사회에서는 범죄자의 표본, 대표적인 살인마, 사이코패스의 시초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유영철’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고,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라는 범죄자 유형이 크게 대두되는 등,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일탈적 성적 환상을 꿈꾸며 부녀자들을 납치해 강간/살해를 저지른 ‘경기 서남부권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에서는 살인범의 외모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평소 언변이 좋고 외모도 출중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나 범죄자를 떠올리면 사납고 조폭 같은 인상을 상상하지만, 실제 범죄자들은 평범하거나 혹은 호감형에 가깝다고 한다.
사이코패스에 이어 소시오패스 유형도 소개되는데 외국에서는 둘의 개념을 같은 유형으로 본다고 한다. 이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라면 역시나, 응당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감정 - 죄의식 또는 죄책감, 공포심,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2부는 성범죄 - 미성년자와 관계한 초등교사와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의 예를 들어 ‘소아기호증’에 대해 설명하고, 가족이 해체될까봐 참을 수밖에 없었던 친족강간의 슬픈 딜레마를 이야기해준다. 또 보상형, 권력 과시형, 가학형, 분노 보복형, 기회주의형 등 5가지 유형의 연쇄강간범들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대부분은 여자를 ‘성적도구’로만 보거나 잘못된 여성관을 가졌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었다.
3부는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는데, ‘진주 칼부림 사건’이나 산후우울증으로 본인의 아이를 죽인 엄마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 환청이나 환상, 망상 또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심해져 자살 충동과 살해충동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고는 하는데, 저자는 “정신질환자들의 모두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적 관심과 본인의 의지, 가족의 보살핌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예방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때는 일반인과 똑같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모든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또한 범죄율도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유독 높지도 않다. 하지만 그들이 폭력적 성향을 띄게 된다면, 혹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때는 좀 더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해’라는 말이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들은 일단 치료감호소에서 최소 6개월은 치료를 받고 교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신질환은 ‘완치’가 없다고 들었다. ‘관해’라는 것은 일시적으로 호전되거나 거의 소멸된 것으로, 완전히 치유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계기로 스위치가 켜져 다시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기에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4부 성격장애를 앓는 범죄자들 (대량 살인자/경계선적 성격장애)과 5부 충동조절장애 (게임중독/방화광/도벽)를 통해서 범죄자들이 대량살인을 하고 게임중독자가 현실세계에서 실제 사람을 죽이는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위험성과 그것을 적절히 다루지 못할때 나타나는 부작용, 그리고 개인주의/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6부는 한국형 범죄에 관한 내용인데 최근 급증한 ‘묻지마 범죄’와 가부장적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가정폭력이 낳은 또 다른 비극 ?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범죄’, 딸을 암매장한 비정한 부모, 술에 관대한 한국의 음주문화가 만든 주취폭력과 같은 범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필로그는 범죄자들은 형을 살고 나면 반드시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점, 그리고 언제 어디서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충동을 다스리지 못해 되레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렇기에 혼자 또는 가족의 범위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사회, 법, 지차체, 가족, 개인 모두가 힘을 합쳐 범죄예방에 앞서고 또한 범죄자들의 갱생을 돕는것에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갱생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들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분석하고 이해하여 재범을 막고, 범죄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사회적 노력을 독자와 함께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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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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