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flow2
- 작성일
- 2022.9.6
빌런
- 글쓴이
- 김구일 외 4명
안전가옥
안전가옥 앤솔로지 9권이다. 언제부터인가 안적가옥 시리즈가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책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안전가옥의 네 번째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이다. 그런데 소재가 재밌다.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다. 얼마 전 빌런도 아닌 빌런의 조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다룬 소설을 읽었다. 점점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재밌다.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쩌 영웅과 악당 들만 있겠는가. 그리고 스테레오타입의 영웅보다 가끔 악당들이 더 흥미를 자아내는 경우도 많다. 하는 일은 악한 일이지만 그 대상이 악당인 경우에 한정하는 소설들도 요즘은 많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소설들을 좋아한다.
최구실의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란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란 영화다. 제목의 패러디인가? 하지만 소설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두 명의 샐리가 서로 하나의 연구를 위해 만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세포를 가진 김샐리의 연구다. 그들의 연구는 성공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성공의 이면을 파고 든 이야기다.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나누어야 할 때 최샐리가 사라진다. 그리고 이 연구의 성과를 누리는 사람들이 이상한 일을 경험한다. 당연히 그 악당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진짜 이야기는 김샐리의 원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일에 대한 것이다.
김상원의 <수정궁의 유령>은 메타버스를 이용해 새로운 빌런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빌런이 누군지, 어떤 악행을 저지르는지 보다 메타버스수사계 범죄행동분석팀 양익수 팀장과 김도반 경장이 이 낯선 세계 속에서 활약하는 소소한 장면들에 더 눈길이 갔다. 단숨에 원하는 곳으로 휙~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재처럼 헉헉거리면서 움직인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메타버스 속에서는 돈까지 들여가면서 운동한다. 만약 어딘가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묘사한 글을 읽었다면 머릿속에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도반 경장이 재밌는데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우세계는 희망>은 16년간 배우 우세계를 뒷바라지 한 팬 카페 이야기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 낯설다. 기사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 팬들의 마음은 대충 짐작할 뿐이다. 팬클럽 ‘우세희’의 운영진과 친한 세진은 그곳에서 김마리를 만난다. 그녀는 말기 암 환자다. 극성 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나오고, 팬클럽 회장이 죽으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김마리가 팬클럽 회장이 된 것에 분노한 세진의 조사와 팬심은 뒤섞인다. 사생팬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기에 완전히 긴장감을 풀 수 없다. 결말에 오면 나의 예상 중 많은 부분이 무너지고, 우세계에게 최고의 빌런은 누굴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엄성용의 <치킨 게임>은 sf판타지 소설이다. 인구 폭발 때문에 우주 진출을 바라는 지구인과 식량 부족 문제를 겪는 타이탄 인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두 행성의 과학 수준은 비슷한데 우주 항해 연료 기술은 타이탄이 더 뛰어나다. 타이탄을 위한 식량을 실고 우주탐사선 ARK가 날아간다. 냉동 상태에 있다가 도착 일주일 전에 깨어날 예정이었는데 5년이나 먼저 정비팀 성식이 깨어난다. 먹고 살기 위해 닭을 꺼낸다. 해동한 후 닭볶음탕을 만들 예정이다. 그런데 이 닭이 살아 움직인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수퍼 닭이다. 성식과 대화를 통해 공생하고자 하지만 성식은 닭은 닭일 뿐이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약간 황당하지만 그것만 무난히 넘어간다면 상당히 재밌다.
김구일의 <송곳니>는 가장 흥미 있게 읽은 단편이다. 조금 거친 면이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빌런의 탄생 과정이 계속 시선을 끈다. 투견장을 운영하는 악당과 그 악당의 개를 훔친 수기의 대결은 섬뜩한 대목들이 많다.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수기가 투견용 개 등을 구하고, 그 과정에 이 마을의 작은 비밀들이 하나씩 나온다. 수기의 친구 동물 병원 원장의 아들 율과 그에게 폭력을 가하는 깡이라는 동창까지 등장해 이야기의 볼륨의 키운다. 수기가 구한 19호가 깡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수기가 보여준 거대한 어둠은 아주 인상적이다. 아직 자신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녀가 한 명의 빌런으로 자라는 과정은 섬뜩하지만 재밌다. 장편이나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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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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