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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 작성일
- 2017.2.23
호모 루덴스
- 글쓴이
- 요한 하위징아 저
연암서가
책의 저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문화 속에서 놀이 요소를 찾고 문화의 기원이 인간의 놀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1장은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이 장에서 자신의 논지를 간단히 정리한다. 2장에서는 다양한 언어에서 놀이의 기원을 찾고 3장에서는 놀이를 '놀이(파이디아)' 와 '경기(아곤)'로 나누어 놀이의 특성을 정리한다. 4장부터 10장까지는 각각 법률, 전쟁, 지식, 시, 신화, 철학, 예술(음악, 무용, 미술)에서, 즉 다양한 문화 현상에서 놀이요소를 찾는 작업을 보여준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자료들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11장은 서양문명사를 관통하여 놀이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12장에서는 현대 문명에서 드러나는 놀이 요소를 분석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옮긴이의 말 "4-9장에서 제시되는 각종 해박한 근거들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가 평생 이 주제를 탐구해 왔음을 알 수 있고, 그 도저한 탐구 정신에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문화와 놀이의 관계를 통시적 관점에 입각하여 이 정도로 깊게 분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념비적 저서라고 할 수 있"(p. 423)을 만큼 저자의 방대하고 깊은 탐구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책의 내용보다도 요한 하위징어의 탐구정신과 집요함을 보기 위한 책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학문분야와 상관없이 이 책을 꼭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저자가 놀이를 통해 맥을 잡고 관통하는 작업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작게나마 가지고 있는 지식이 저자의 주장과 맞닿을 때에는 흥미로웠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아서 지루할 때가 많았다. '아, 그렇구나.' 하고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았다는 말이다. 문화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더라면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쉬웠을 것이고 더 풍부하게 저자와 소통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쉬움이 크다.
문화 속에서 놀이의 요소를 찾아내고 놀이가 문화의 기원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기본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가 곧 놀이라는 등식 성립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단 다양한 형태의 문화가 고유의 분파로 성립되었다면 그때부터는 각 영역이 고유의 개성과 양식, 특징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 법률, 전쟁, 지식, 철학과 지식의 탐구, 예술의 여러 장르는 그 기원이 인간의 '놀이' 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며 각각 고유성을 획득했다고 본다. 또한 우리의 모든 생활양식 속에 놀이가 깃들어 있을 수는 있으나 놀이 아닌 요소들도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고 있다.
문화가 곧 놀이라는 등식성립에는 요한 하위징아 자신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책의 후반부에 진지함(놀이 아닌 것)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개념이 놀이만큼 구체적이지 않고 그 진지함이 저자의 주장처럼 윤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논리상에 약간의 허점이 존재하기는 하나 <호모루덴스>의 인문학 고전으로서의 지위는 결코 퇴색되지 않는다. 앞서 밝혔듯이 방대하고 깊이있는 근거들과 날카로운 분석은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라는 그의 통찰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애, 작품의 배경, 해설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옮긴이의 배려가 <호모루덴스>를 본격적으로 읽을 때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역자가 요한 하위징아의 사상과 작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저서들을 소개해준 것도 좋았다.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과 중세의 여러 로망스들 <페르시발, 성배의 이야기>, <트리스탄과 이졸데>, <아서왕의 죽음>, <거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가 그 책들이다. 역자의 추천 책을 나중에 꼭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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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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