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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을
  1. [1]내가읽은책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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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글쓴이
플루타르코스 저
평균
별점8.4 (25)
봄마을

1.


이 책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하는 2010년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공식 명칭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選)에도 선정된 모양이다. 간략한 소개 및 선정이유는 다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원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명의 전기로 구성되었는데, 이 책에는 10명의 핵심 인물만 들어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이제스트란 말씀은 아다. 10명 해서 744쪽. CEO의 리더십, 공명심 충분히 이해합니다. 딱 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주시면 역사는 발전하겠지요."
이런 내용이다. 그동안 어떤 위인전들 못지 않게, 많이 읽혔고 또 앞으로도 읽을 것으로 예견하기가 어렵지 않은 책, 그리고 참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사람이 번역해서 아마도, 어린이용 해서 번안된 것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왜 10명만 소개했나, 이에 대해서는 옮긴이(천병희)의 안타까운 소회가 책에 담겨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50명 전부를 다루고 싶지만, 원전번역해야 할 책들이 많이 쌓여있고, 또한 꼭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 번역해낼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성격의 책들은 번역 순서에서 뒤로 미뤘다, 그러나 주요인물이라도 읽혀야 한다는 점에 펴내지 않을 수 없었노라고. 그의 번역이나 그의 번역서들을 줄기차게 내온 출판사로서도 나름대로 일관되게, 섬세하고 적절한 주석을 붙이는 작업을 함으로써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당시와 이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두루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2


시대에 따라 우리는 플루타르코스를 플루타크, 플프타르크로도 불렀다. 우리말은 외국말의 우리말표기에도 뛰어난 언어라서, 이렇듯 인명이건 지명이건 외래어 표기의 변천에서도 시대 흐름을 읽다.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어를 원전 그대로 충실하게 읽은 것으로(옮긴이 천병희 님), 앞으로도 그를 플루타르코스라고 하는데 이의는 없을 듯하다. 가령, 플라타너스를 프라타나스, 플라타나스로 발음하고 표기했던때를 생각해보면, 인터넷 검색에서도 그렇고 한순간에는 힘들겠지만, 외래어표기에 대한 기준이 정착되었으면 싶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정확하게는 그의 <<비교열전>>에도 플라타너스가 언급된다.  <테미스토클레스 전>에서,
"아테나이인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존경하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타너스 취급을 한다며, 날씨가 궂으면 가지 밑으로 피신을 하지만 날씨가 좋아지기만 하면 가지를 쳐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말하곤 했다."(158면, 천병희 옮김, 숲 펴냄, 2010년)
책을 읽다가 이 대목 좋아, 밑줄을 긋고 내 생각을 덧붙여놓은 것 가운데 하나다. 테미스토클레스에 인생역정을 아는 이들은 정말 그다운 말이구나, 실감하리라. 그의 인생이 그랬고 그가 민중(시민)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때, 또 그들의 질투와 시기 혹은 경계심 때문에 도편추방까지 당해 쓸쓸한 노년을 보낸 점을 생각하면 절묘한 비유이다. 그런데 민중들의 마음을 이렇듯 잘 아는 사람이, 왜 추방까지 당했을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자신의 재능을 믿고 너무 나대다가 그런 불행을 자초하지 않았나 싶다.


플라타너스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한 가로수이면서 녹음수이다. 위 인용은 좀더 정확하게는  '날씨가 궂으면'의 경우, 날씨가 궂여눈비가 오는 날일 것인데, 비오는 날에 우산이 없으면 한동안 그 넓은 잎파리가 비막이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가장 그 고마음을 느끼는 때가 요즘처럼 땡볕의 폭염기가 아니겠는가. 
가로수로서의 플라타너스는 참으로 가혹한 운명을 해마다 반복적으로 맞이한다. 아주 속성으로 자라니까 전국의 산에 아카시나무나 들판 곳곳의 포플러나무가 그러하듯, 플라타너스는 녹화사업을 주창하던 개발독재 시대에 안성마춤인 수종이었으리라. 가령, 귀화식물 군(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줄기차게 자라는 메타세쿼이아(영화 <화려한 휴가>의 첫 장면인가 담양의 그 가로수)와 비교하면 해마다 거의 모든 가지가 잘리는 아픔을 견뎌야 하는, 플라타너스의 운명은 가혹하다.
그런데, 과연 테미스토클레스가 살았던 그 시대, 아테나이에도 플라타너스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던 것일까? 앞서 인용에서 전기 전체에서는 그야말로 곁가지에 해당하는 이 나무에 대한 탐색에 들어갔다. 내 상식으로 우리가 '플라타너스'라고 부르는 나무는 미국 혹은 북아메리카 원산이고, 우리말로는 '양버즘나무'로 불린
다. 그리고  '서양 버즘나무'를 즐겨 심은 때가,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역사와 거기서 거기라고 알고 있다. 버즘나무(혹은 양버즘나무, 플라타너스)
는 그 줄기가 얼굴(혹은 피부)에 난 버즘처럼 생겨서 그리 부르게 되었다. 표준어로는 '버짐'이 맞다.
정확성을 위해 실제로 검색해보니, 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 L.)는 <북아메리카 동부가 원산지인 거대한 교목으로 흔히 플라타너스로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아테나이)에서 플라타너스라고 불린 이 나무는 우리가 아는 플라타너스와는 조금 다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이번에는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 L.)를 찾아보니 "서아시아에서 지중해 지방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인 나무"라고 나와 있다. 분명하게 서아시아와 지중해를 언급한다. 흔히 외래어로 '
플라타너스'라고 하면 그것이 '양버즘나무'도 '버즘나무'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히는  '버즘나무'로 번역하고, 주를 달아 저간의 사정을 간략하게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버즘나무의 경우,
"30m까지 자라며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특성상 천근성, 속성수이므로 뿌리가 얕고 위로 높게 자라며 잎이 넓기 때문에 다른 수종에 비해 여름철 우기시 비바람에 의해 도복될 우려가 있어 가로수의 경우 매년 늦겨울에서 초봄사이에 전정작업를 실시한다." (위키백과)
우리 주변에서 보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와 그 생태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혹하고 무참한  전정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알 수 있다. 정말 앙상하
고 을씨년스럽게 거의 원줄기만 남기는 특단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또한 테미스토클레스의 비유나 그것을 전기에 인용한 플루타르코스
의 섬세함이 새삼 돋보이며, 2천년도 넘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3.


이제 <비교열전>, 다른 옮긴이의 번역을 살핀다. 먼저 집에 있는 것으로, <<플루타르그 영웅전1>>(홍사중 옮김, 동서문화사)에는,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 인이 자신을 존경하거나 찬미하지 않고 대나무처럼 여긴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날씨가 궂을 때 그 나무 밑으로 피했다가, 날씨가 좋아지면 바로 그 잎을 뽑거나 가지를 자르기 때문이라고 했다."(220면)
놀랍게도 홍사중은 플라타너스를 '대나무'로 번역하고 있다.
  
대나무가 가로수처럼 흔한 나무인가 하는 질문은 접어두자. 그 밑으로 피할 수 있는 나무인가, 잎을 뽑는 것은 할 수 있으나 대나무의 가지를 잘라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대나무로 번역한 것도 문제지만, 본래 발화자의 비유와 한참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번역서를 봤다. 범우사의 <<플루타르크 영웅전1>>(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38-1, 김병철 옮김, 범우사 펴냄, 1999-02-05)에는,
"그는 말하기를 아테네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지도 칭찬하지도 않으며 그저 쥐방울나무 취급을 할 뿐이라, 날씨가 사나울 때는 그 그늘 밑에서 피신하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곧 잎을 따고 가지를 쳐버린다고 하였다."(330면)
양버즘나무는 쥐방울나무로도 불린다. 서양 버즘나무(플라타너스)인데, 아메리카프라타너스, 서양플라타너스, 양방울나무로도 불린다. 그러니 여기서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라는 등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쥐방울나무라고 함으로써 학명상 '버즘나무'일 수도 있는 가능성은 배제된다. 그런데 '잎을 따고'라는 풀이는 위 홍사중의 '잎을 뽑거나' 못지 않게 녹음수로도 쓰이는 거대하게 큰 플라타너스에 대한 표현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 잎을 따겠는가, 아니면 잎을 딸 정도 크기의 플라타너스 아래서 눈비를 피하고 드센 태양광을 피하겠는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리스로마신화 등 관련서적을 많이 펴낸 이윤기 씨의 해석을 살폈다. 아마도 조선일보에 연재한 것을 어느 카페에 옮겨넣은 글을 통해서인데, 이 분은 <[플루타크 영웅열전] 아리스테아데스④ - 정적 테미스토클레스>(조선일보 (1997.11.24)에서, 아리스테아데스를 다루면서 테미스토클레스를 언급하고 있다.


참고로, 이분은 영웅열전으로 왜 테미스토클레스를 다뤘는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이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에서와는 달리 별도로 연재글에서는 테미스토클레스를 다루지 않고, 아리스테이데스(천병희 님 표기)의 인물됨됨이를 보완하는 자료 정도로 쓰고 있다. 어쨌거나 이윤기는,
"아테나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아. 그들에게 나는 버짐나무(plane tree)와 같아. 날 궂으면 내 아래로 모여들지만 날이 개면 내 잎을 따고 가지를 잘라 버릴 것이거든."(출처는 위 본문에)
으로 옮겼다. "plane tree"라는 영어명 표기에 '버짐나무'라고 표기했다. 한데,'버즘'은 '버짐'의 옛말로, 강원도나 제주에서 사용하는 방언이다. 그런데 우리말 나무명으로 정해진 말이 '버즘나무'이므로, 고유명사에서까지 '버짐'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대체로 원만한 번역이나 "잎을 따고"라고하는 대목은, 적절치 않게 생각되는 위의 두 건의 번역과 대동소이하다.


 


버즘[명사]<방언,옛말> 1. ‘버짐’의 방언(강원, 제주). 2. ‘버짐’의 옛말.


4.


누가 딱딱한 논문을 읽는 듯한 주석을 읽고 싶어하겠는가, 그러나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하고자 할 때는 설명이 불가피하다. 그냥 지나쳐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할 수도 있는, 사소해보이는 이 대목이 테미스토클레스의 생각이나 인물 됨됨이를 단적으로 읽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주민소환제가 발의되는 과정에서 또 그 실효성을 두고도 아테나이의 도편추방제도는 아주 중요하게, 그리고 대입수험생들의 논술주제로도 예시되지 않았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민중들의 존경과 사랑에 힘입어 아리스테이데스를 도편추방해버리며, 나중에는 자신이 도편추방을 당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는데, 대중들의 사랑과 그들로부터의 인기라는 것이 어느 순간 물거품이 된다는 비유는 어느 대목 못지 않게 < 테미스토클레스 전>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나는 그리스어 원문을 본 적이 없지만, 또한 봐도 정확한 번역을 할 수도 없지만 아마도 영어로 된 책을 번역 원본으로 삼은 데서 다른 세 권의 책이 '잎을 딴다'는 것과 같은 공통점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이외에도 여러 권의 번역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이 글을 쓰는 동안 구할 수 있었던 것들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혀 둔다.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50명 모두의 열전을 살피기 위해서는 다른 번역서를 구해야 하겠지만, 실제로 구해 읽으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발견했기에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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