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별빛마루
- 작성일
- 2020.6.17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글쓴이
- 이두형 저
심심
저자는 책 제목을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좀...’으로 지었다고 한다. 부담없이 편하게 접근하고 싶고, 우린 살면서 조금 나아지고 싶을 때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잡았다. 혹시 이 책이 가벼운 책이 아닌가 싶어 잘못 골랐나 싶었다.
맞는 말이지만 뻔한 이야기를 나열한 가벼운 책을 굳이 또 읽고 싶진 않았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처럼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또 저자는 블로그도 운영하니, 뭔가 좀 더 소통의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막상 읽어보니 저자가 한 글자 한 글자를 꾹꾹 눌러 썼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주제와 내용은 우리 일상에서 겪는, 흔하고 공감되는 내용인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본인의 경험과 이론을 적절히 잘 버무려 놓았다.
이 정도 내공과 글쓰기 실력이라면.. 정말 출판사에서 원고만 보고도 책 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극히 문과 성향이라 다행이다. 전달이 잘 되게 글을 잘 쓴다. 부럽기도 하고, 마음에 든다. 저자 소개에 있는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데, 정말 그렇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부분을 자신의 경험, 그리고 심리학 이론으로 잘 설명해준다. 이 책에 나오는 개념들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긴 어려울 거다.
수동 공격적 성격(passive aggressive personality)은 폭력이나 욕설 같은 능동적 공격이 아니다. 수동적인 자세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것인데, 미루기, 변명하기,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도 그의 결점 찾기 등이 있다.
저자는 특히 미루기에 뜨끔했다고 하면서 자기가 어렸을 때 학습지를 미뤘던 경험, 그로 인한 부작용, 미루기를 멈추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관건은 이에 대해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말해준다는 거다. 이 점에서 이 책이 아주 반갑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선생들, 이론가들은 고담준론을 펼친다. 높은 관념의 세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통용되는 언어와 구조에 갇혀서 산다. 논리적으로 말은 잘 이어질지언정, 삶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글에 생기가 없다. 허나 수많은 학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배적이다.
관념은 삶과 순환되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에서 적용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기본 자세가 잘 되어 있는, 주목해야 할 사람이다. 얼마나 책이 팔리고, 얼마나 유명해질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에겐 괜찮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 1명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살아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제목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무척 좋은 책이다. 손 쉽게 꺼내볼 수 있는데, 읽을만하고, 도움 많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브런치’를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한 번 가보고 싶고, 글 읽고 궁금하거나 공감한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또 책이 출간되길 바라고, 나중에는 코로나, 선거 등 사회심리 영역에서도 저자 글이 나오길 기대한다.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삶과 이론을 통합하려는 당연한+훌륭한 작가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