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같기도 하고 시집 같기도 한 책이었다. 시는 일부러 골라서 읽는 편은 아닌데 술술 읽히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도 눈에 잘 들어와서 몇 번 다시 돌아가서 그 구절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첫부분에 '당신에게 필요한 날 쉽게 읽히고 금새 잊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있는데, 힘든 날이나 번민하는 날 손 뻗으면 닿을 곳에서 쉽게 읽히되 그 나날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12편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전부다 찍을 수는 없어서 표시해둔 것 중 손에 잡히는 것만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편히 잠들 수 없는 날 펼쳐볼 것 같은 글

자기 세계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사람과 오래 보고 싶어져서

사람을 만나다보면 오래 알고 싶은 사람의 느낌이 있는데 자기 세계 안에서만 사는 사람보다 자신의 세계 밖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공감되는 부분이라서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적당히 지옥 같았던 순간, 틈틈이 눈부셨던 행복들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쓰여진 작품인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하지만 언젠가 세상과의 이별을 앞두고 운 좋게도 살아온 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딱 이정도의 덤덤한 표현으로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늘 행복해야 한다고 하는 분위기 때문에 가끔씩 찾아오는 지옥 같음과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는 기분의 침체를 불행 그 자체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시들 외에도 다시 한 번 읽으며 밑줄을 그어두지 않을까 싶은 시들이 많았다. 소설이나 비문학을 주로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요약하기는 하지만, 쉽사리 다시 읽어보지는 않는데 간결한 글에서 이런 감성을 느끼고 몇몇 구절을 반복하여 생각하게 되어서 기대보다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체험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