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서 보면서 픽사를 상징하는 전등이 관객을 향해 불빛을 미추며 픽사라는 영문글씨가 고전적으로 그려진 것을 보았던 것들로부터 픽사라는 회사가 있구나 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했던 것 같다. 또 픽사하면 유튜브의 짤막하면서도 인상적인 영상들 (아기 동물을 만들고 배달하는 구름과 새? 해변의 아기 새,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 등등)이 떠오른다. 어쨌든 굉장히 창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만드는 회사구나 정도가 내가 아는 픽사의 모든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제목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일단 픽사가 스티브잡스가 초기에 인수했던 회사이며 그의 부의 기반을 다진 회사라는 것도 생소했다. 또한 모두가 알법한 <토이 스토리>, <벅스라이프> 등등 어린시절 너무 재미있게 몇 번이나 보았던 애니메이션도 픽사의 작품이라는 걸 이 책을 보고야 알게 되었다. 물론 그나마 최근의 <메리다와 마법사의 숲>이나 <겨울왕국>등은 대부분은 픽사의 로고가 전면에 나오기도 하고 픽사 특유의 사람 묘사가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렸을 적이라서 그런지 토이스토리나 벅스라이프가 그 픽사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어린시절 보았을 때에도 저걸 어떻게 하나하나 찍으면서 영화로 만들었지 싶은 반면 픽사의 컴퓨터 3D 애니메이션은 어떤 기술적인 도구로 금방금방 만들어지는 줄 알았었으나, 실상은 150명의 직원들이 4년에 1작품을 만들어야 할 만큼 더욱 세밀한 노력과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서는 픽사라는 회사를 IPO(기업공개, 상장) 하기 위한 과정을 그 책임자였던 로렌스 레비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실 경제나 주식에 대해 관심이 많음에도 겉표면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될 뿐 내부 사람들의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와닿게 이해되는 부분들이 적은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IPO의 과정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떤 위험에 대한 고민거리가 생기고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하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얼마나 철저하고 세밀한 검증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이 나와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읽다보면 내 기준으로 미키마우스로만 떠올렸던 디즈니라는 기업의 거대함과 사업의 유지와 다각화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뒷부분의 저자의 동양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외로 쌩뚱맞다고도 생각이 되었지만 픽사라는 기업에서의 창의성과 구조성에 대한 중도에 대한 이야기는 꽤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과거의 인물이 되어버렸으니 저자에 대한 말과 행동에 대한 해석이 저자만의 가정인지 사실인지는 검증할 수 없겠지만 엔터테인먼트 및 영화 산업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고 그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픽사의 발전과정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두께가 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어서 굉장히 빨리 읽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체험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