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살 터울로 둘째를 낳고,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거기다 계획에 없었던 셋째까지 낳고 나니, 그야말로 맨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셋째아이가 태어나자 둘째아이는 밤에 잠도 자지않고, 우는 날이 계속되었고, 친정엄마가 같이 살면서 아이들을 봐주셨지만,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힘든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커서 고2, 중3, 중1이 되었다.

아이들이 이 정도 크면 엄마인 난 엄청 편해질 줄 알았다.

물론 아이들이 커갈수록 몸은 점점 편해진다. 그런데 정신적으론 점점 더 힘들어진다걸 갈수록 느끼고 있다.

둘째아이가 중2가 되면서 사춘기가 심하게 왔다.

원래도 활달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학교생활을 못할 정도로 뭔가 부족한 아이는 아니었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똑똑한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학교는 안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난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하루이틀 학교를 안가는게 아니라,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다는 얘기는 간혹 들어봤어도, 중학교를 자퇴한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도 없고, 아이가 그런 일반적이지 않은 길로 간다는 걸 난 용납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아니고, 뭔가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학교 생활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뜻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학교를 그만두면 얘는 완전 폐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난 정말 어찌해야 아이를 학교로 다시 보낼수 있을지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7주 정도 학교를 가지 않았고, 담임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남은 학기는 무사히 마칠수 있었고, 방학을 맞이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아주 긴 방학을 보내고, 담주에 개학할 예정이다.

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가는 건 별로라고 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의 영향력은 점점 약해진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뿐더러, 이제는 말도 잘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럼에도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뭔가 문제가 있을 땐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부모 노릇, 특히 엄마노릇인 것 같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부모라면 평생 아이들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쨋든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개별적인 또 하나의 존재이므로, 부모가 그걸 인정하고, 아이들을 위한 삶이 아닌, 부모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인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나도 분명 남들이 말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안달했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내 탓인 것 같아서 힘들고 괴로웠다.

이제부턴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 바쁜 와중에서도 본인의 꿈을 찾아 글을 쓰고, 마침내 책을 낸 것처럼 나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