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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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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글쓴이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평균
별점8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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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이전에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다. 본인이 스노보드를 즐기는 동계 스포츠 마니아라서 그런지 <연애의 행방>은 스노보드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몹시 흥미롭다. 생각해보면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이외에도 그의 유명한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유가와와 이시가미가 설원에서 스키를 타면서 사건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고 있으니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소재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질풍론도], [백은의 잭], [눈보라 체이스]와 같은 작품 역시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연애의 행방>이 어떠한 점에서 기존의 작품과 차별성을 두고 있을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미스터리 장르로 잘 알려져 있기에 독특한 트릭과 추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뜻밖에도 이 작품은 바로 연애 소설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연애 소설이라니! 그의 이전 작품에서 그러한 부분을 떠올릴 수 있었던가? [백야행]의 료지와 유키호의 지독한 사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더불어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지닌 이시가미의 야스코에 대한 애특한 사랑 역시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살인과 같은 충격적인 범죄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애의 행방>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연애의 행방>은 그러한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사건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 순수한 연애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가 다양한 방면의 소재를 통하여 미스터리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있음은 이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그의 저력을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에서 순수한 연애 소설을 쓰지 않았던 그의 작품 <연애의 행방>은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로 우리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7편의 단편은 연작 소설의 형식을 띄면서 하나의 거대한 연애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도쿄 인근의 젊은이들이기에 오늘날 그들의 사랑과 연애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연애 스킬에 능하여 바람둥이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그에 반하여 일과는 달리 연애에서는 전혀 맥을 못추는 사람과 같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들 남녀의 뒤엉킨 사랑과 연애가 확실히 재미있다. 더구나 저자 자신의 주전공이라 할 수 있는 스노보드가 또 하나의 소재이기에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 역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확실히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배경으로 하여 글을 썼기 때문에 설산(雪山)의 느낌과 젊은 남녀의 연애와 사랑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미스터리에서 생각지도 반전을 이끌어내는 그의 필력은 이들의 연애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독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전달한다. 7편의 단편이기에 최소한 7번의 반전을 이끌어내고 있기에 어쩌면 이 작품을 쓰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꽤나 머리를 굴려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다보니 이별도 존재하지만, 이별이 주는 슬픔은 곧바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에 시종일관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이 작품은 꽤나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일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이 작품이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 소설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읽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너무나 유쾌하기에 그에 비례하여 가벼움 역시 크게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사실 부담감을 갖고 읽어야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연애의 행방>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반전도 범죄 사건과 달리 우리 역시 충분히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연애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아!'라는 감탄사를 낼 정도의 반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스노보드를 인정하지 않는 스키 애호가의 마음을 돌리는 에피소드는 뜬금없는 등장과 더불어 유치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연애에 대한 내용보다는 오히려 스노보더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표현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이 주는 위력은 분명 <연애의 행방>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쓴 연애 소설이라니!라는 관심과 함께 이내 읽기 시작하니 말이다. 분명 유쾌하고 재미있다. 아울러 동계 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출간되었기에 설산(雪山)의 배경이 주는 느낌 역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있어서 어드밴티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이기 때문에 그 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아니면 내가 그에 대하여 너무나 큰 기대를 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무수히 많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들 역시 이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이 작품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전 작품들이 재출간되어 마치 신작처럼 소개가 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에 감히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앞으로 모쪼록 그의 좋은 작품들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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