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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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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열두 발자국
글쓴이
정재승 저
어크로스
평균
별점9.4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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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즘은 백색 또는 보이지 않는 빛을 투과 및 굴절시켜서 파장에 따른 스펙트럼으로 구분하여 보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빛이 어떤 파장의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구분된 각 스펙트럼 영역을 다양한 기술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프리즘은 단색 또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가시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이해를 이끌어 내면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해주었는데, [열두 발자국]에서는 정재승 교수의 뇌과학이 바로 그 프리즘 역할을 하고 있다. 뇌과학을 통하여 삶에 대한 통찰 및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러한 주제는 인문학 또는 여러 학문과의 통섭을 통하여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뇌과학이라는 특정 분야를 통하여 이것을 다루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열두 발자국]에 대한 관심은 비상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뇌의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하고 있기에 여전히 뇌는 인체의 신비스러운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은 전문적이면서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분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재승 교수는 왜 뇌과학을 통하여 삶에 대한 통찰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히 그의 연구 분야가 뇌과학이기 때문에 강연에 언급하였다면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러한 의문은 이내 해소된다. 정재승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옳다고 배웠거나 지식으로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 뇌과학을 통하여 실체화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면서 그를 통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뇌과학의 과학적 분석이 빛을 발하는 사례들을 보면 이 책 속의 강연들이 왜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은 초콜릿을 한 입 먹고 나면 그 다음에 다시 초콜릿을 먹을 때에는 만족감이 줄어들어 계속 먹지 않을 거라고 예측하는 이론인데, 경제학에서 재화에 대한 수요를 설명하는 경우에 종종 등장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쥐를 통한 실험에서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이는 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되도록 습관적인 선택을 통해 인지활동에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뇌에는 '목표지향 영역(goal-directed system)'과 '습관 뇌 영역(habit system)'이 각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를 통하여 우리가 이론적으로 수긍하던 부분을 실제 과학을 통하여 이해를 하면서 동시에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독창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분석 역시 흥미롭다. 우리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라는 조언을 많이 듣지만, 실제로 그러한 방법들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그만큼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승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 촬영한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를 분석한 결과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발생하였음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적절한 운동과 수면, 여가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주장하였지만, 이 책은 이러한 것들마저 뇌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한 실험과 분석을 통하여 창의성과 사고력 효율과 연결됨을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열두 발자국]은 뇌과학을 통한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통찰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러한 흐름은 보통 인문학 강연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을 통한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하여 그러한 것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햄릿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결정장애에 대한 뇌과학적인 측면에서의 분석을 이끌어 내면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결정 장애가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기에 '사회적 안정망' 확보에 대한 주장을 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더구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결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삶의 조언이 될 수 있음을 추상적인 논리가 아닌 뇌과학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공감하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의미의 결핍을 오히려 삶에 긍정적인 기능으로 동작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데, '마감효과', '동기 생성', '집중 배당금'과 같은 심리학적인 용어를 역시나 뇌과학의 입장에서 분석하여 그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면서 조언하고 있기에 설득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정재승 교수의 강연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대비로 이어진다.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이라는 익숙하지만, 그 실체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주제여서 이 부분도 역시나 몰입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스마트기기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고, 인공지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산업 현장에서 쓸 만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 p. 238 中에서 -

 위와 같은 문제 제기는 인류가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위기감과 통하는 부분인데, 인공지능의 한계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문제를 푼다는 점과 인간의 뇌가 예전보다 뇌를 적게 써서 바보가 되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이전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뇌를 쓰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을 통하여 그 위기감의 실체를 설명한다. 나아가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해서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하거나,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 중에서 우리가 더 잘하는게 무엇인지 파악하여 인간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답안을 제시하는 부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그의 정의는 우리가 이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실제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서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재승 교수의 이러한 설명은 나아가서 얼마나 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제조업과 유통업에 접목돼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인가가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우리는 용어로만 익숙했던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구체화하면서 현재 자신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하는 '아날로그의 반격'에 대한 기원을 '뇌와 몸의 균형'(바브밸 : Body-Brain Balance)을 향한 갈구라는 뇌과학적인 측면의 주장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처럼 정재승 교수는 현재 우리에게 다가오는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도 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우리의 현실은 순응 내지는 재빠른 추종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뇌 기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재해석하는 분야인 '뉴로 리더십(neuro-leadership)'을 언급하면서 뇌가 생존에 유리하도록 빠른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위태로운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회피적 성향과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상적 욕구 사고로 상징되는 원시적인 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으로 표현되는 '순응하지 않는 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삶의 성찰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뇌과학으로 분석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은 읽어볼 가치가 분명한 책이다. 뇌과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언급하면서도 대중으로 하여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에게 인문학이 치유 및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이라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과학 역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과학이라는 학문이 현상에 대한 분석과 결과 도출에 그쳤는데, [열두 발자국]은 더 나아가서 그러한 결과에 따른 지식을 지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열두 발자국이 대략 5미터 남짓한 짧은 거리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열두 강연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생각하고 이해한다면 [열두 발자국]은 5미터가 아닌 앞으로 우리가 영위해야 할 미래에 대한 발자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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