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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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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사이언스
글쓴이
홍성욱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9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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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열두 발자국]도 그러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특히 저자는 두 학문의 간극을 단순히 차이점과 진입장벽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서로 이야기할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과학은 자연의 사실을,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분야를 별개의 존재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은 ~이다.'라는 사실 명제(과학)를 아무리 결합해도 '~은 ~이어야 한다.'라는 가치 명제(인문학)로 유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과 대중문화의 '크로스(교차)'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있기에 이를 통하여 두 분야의 간극을 좁히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내용들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부제 중 일부인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라는 표현은 저자가 지향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메리 셸리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면서 나타난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더욱이 그 시기에는 전기적인 성질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능성을 내포한 작품이었기에 저자는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단순히 과학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과학과 그로 인하여 만들어진 피조물의 고뇌가 인문학에서 연구하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로스 사이언스]가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제목만 보더라도 과학이라는 관점을 통하여 인문학에 다가가려는 접근처럼 보이는 이 책은 거꾸로 대중문화, 세상, 인간, 인문학을 통하여 과학으로 다가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의 입장에서 주객이 전도된 이러한 서술 형태는 단순히 순서의 뒤바뀜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이 인문학에서 지양해야 할 것을 사실로 주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학의 문제점을 스스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남녀 성차별의 논란에 대하여 안면각과 골상학, 신체 구조적인 차이에 기인하여 여성이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과학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그의 입장에서도 꽤나 어려운 결단 끝에 나온 것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드 라 샹베르와 같은 철학자 역시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하였지만, 이들의 주장은 형이상학적이었던 것이었는데 반하여 과학자들의 주장은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이 더욱 컸던 것이다.

 

 여기서 '천성', '자연', '피', '유전자', '본성'은 대부분 과학의 외피를 쓴 사이비과학이다. 사이비과학의 정반대는 신중한 과학일 텐데, 신중한 과학은 인종의 자연적 차이, 인간성과 지능의 유전적 차이, 고정된 성차에 대해서회의적이다. (중략) 과학이 만들어내는 차별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차별에 대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차별은 항상 더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고, 더 은밀하게 우리이 허영심을 비집고 들어오기에 그렇다.

 - p. 117 中에서 -

 이 대목도 앞서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하던 과학의 어두운 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이비과학을 경계하면서 신중한 과학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이비과학'과 '신중한 과학'이라는 표현이 인문학에서 다루는 가치와 결합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과학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통하여 사실과 가치의 교차, 즉 과학과 인문학의 교차를 보여주는 것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그의 설명 역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시작하여 [1984][멋진 신세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토피아]와 더불어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라는 작품에 대한 내용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작품 모두 이상향을 지향하고 있지만,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과학적인 기술과 진보를 철저히 배제하였음에 반하여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이상향이 과학적인 진보에 의하여 가능한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들 인문학 작품과 과학의 관계를 적절하게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운 아틀란티스]에 등장하는 '솔로몬의 집'의 목적이 "사물의 숨겨진 원인과 작용을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인간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인간의 목적에 맞게 사물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임을 밝힘으로써 과학과 인문학이 상호 보완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은 과학과 인문학의 크로스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실로 지금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시대이다.

 페이스북이 요청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온갖 사생활을 일일이 보고하고 기록하고 저장한다.

 - p. 173 中에서 -

 

 현재 우리의 사회의 단면이라 할 수 있는 SNS를 통한 사생활 공유는 과거 [1984]나 [멋진 신세계]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와 언뜻 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나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심지어 강제성 있는 통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우리의 상황은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소설 속에서는 상상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현재에는 그러한 상상이 과학의 진보에 따라 이미 기술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린 이미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에 진입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보통의 과학자였다면 여기에 대하여 더이상 세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텐데,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나는 세상이 디스토피아임을 정의하고, 이들 작품에서 빅 브라더가 통제하려던 것을 거꾸로 행함으로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예를 든다면 역사를 정확히 아는 것함께 어울리는 것, 언어 감각을 유지하는 것을 말이다. 이는 과학의 폐해 또는 인문학 가치의 상실에 따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공학과 사이보그 및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접근하는 것에 있어서 곧바로 과학이 아닌 대중 문화인 영화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꽤 심각한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 불리우는 '크리스퍼'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유전자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분명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하여 현재와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유전자를 미리 분석하여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저자의 조언은 역시나 인간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과학과 인문학의 크로스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유전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듯,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는 미래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p. 218 中에서 -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 또는 사이보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예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하여 사이보그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와 같이 우리 역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사이보그 기술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역시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하여 이끌어내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플리컨트(복제인간)였던 로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살리고 오히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을 통하여 우리가 우려했던 존재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울 수 있음을 일깨우는 부분이 그렇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좁은 이기심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애정과 자비심이라는 사실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 p. 249 中에서 -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오히려 인문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크로스 사이언스]는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두 학문이 별개의 것이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에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분야를 오히려 낮추고 상대 학문에 대하여 더 가치를 부여하는 듯한 저자의 겸손한 접근 방식 역시 그러한 역할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우리로서도 과학이라는 학문의 전문성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라든지 인문학의 가치를 통하여 과학에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으며, 또한 두 학문의 교차를 주위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음은 오로지 이 책의 저자인 홍성욱 교수의 공로가 아닐까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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