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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글쓴이
유성호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8.3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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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양한 관점에서 '죽음'을 다루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죽음은 물론 그것을 연상케 하는 모든 것들을 금기시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히려 '죽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이끌어내고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심지어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서 죽음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죽음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분석은 이제 음지에서 벗어나서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삶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죽음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선뜻 답하기란 쉽지 않다. 죽음은 다양한 관점에 따라 바라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그 다양한 견해 중 하나로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략) 인생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죽음이 있기에 삶의 목적을 향해 힘겹더라도 걸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우리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할 수 없다.

 - p. 16 中에서 -

 그저 인생에서 끝이라고 생각한 죽음이 오히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한다라는 표현은 다소 역설적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이 존재하지 않고 무한하다면 과연 우리는 삶에 대하여 그렇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한정된 삶이기에 우리는 삶을 보다 가치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그러한 마침표 역할을 바로 죽음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죽음을 법의학자인 저자의 시선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하여 우리는 법의학자의 존재를 어느 정도는 떠올릴 수 있다. 저자 역시 자신이 개설한 강좌를 학생들이 듣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드라마인 [CSI]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드라마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법의학과 법의학자의 역할을 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에서 설명하고 있다. 검시 과정이라든지 절차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의 역할은 오늘날 다양한 범죄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을 배우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구타 이후에 바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이 지나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법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사망 추정 시간에 그 자리에 피의자가 없는 경우에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죽음을 검시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 상황을 거꾸로 재현하는 과정은 어렴풋이 죽음이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마지막에 처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의학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검시는 당대의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사실 범죄로 인하여 죽는 사람보다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은 확실히 분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2부의 '우리는 왜 죽는가'는 자살에 대한 현주소와 더불어 우리가 자살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보통 자살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과 자살 연령층에 대한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우선 자살은 많은 생각과 준비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과정을 주위에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살이 충동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살이 일어난 이후에 그들의 행적을 조사해보면 분명 많은 고민과 도움을 구하려는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죽기로 결심한 사람은 어떻게해도 결국 자살을 하기 때문에 자살을 막는 대책에 대하여 비관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각종 스티커와 장치로 인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감소하였다는 점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뛰어내린 순간 나는 인생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다리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빼고는요.

 

 뛰어내리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였습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 p. 174 中에서 -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출된 사람들의 이 말은 우리가 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후의 방법까지 강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준비 끝에 자살을 감행한 사람들도 그 순간에 자살에 대한 후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속설과 달리 자살을 시도했다가 목숨을 구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오히려 남은 생을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다는 통계도 이러한 설명에 대하여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자살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안락사로 알고 있는 연명을 위한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내용도 무척 흥미롭다. 여전히 많은 논란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락사의 경우에는 허용된 나라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연명 치료에 대한 사전 거부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연명 치료 중단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어찌보면 사람답게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권리를 존중하자는 의견이 합리적인 것일 수 있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안락사 기계에서 환자 스스로 절차를 거쳐서 누르는 단계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죽음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은 무분별한 안락사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곧바로 후회에 빠져드는 경우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처럼 법의학자의 예리한 시선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정의 및 다양한 형태에 대한 분석은 3부의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해준다.

 I see it now. This world is swiftly passing!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 p. 209의 [마하바라타]의 한 대목에서 -

 

 죽음은 서늘한 여름과 같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나를 오해했고, 현재도 사람들이 나를 잘못 알고 있고, 미래에도 사람들이 아마 나를 잘못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두렵지 않다.

 - p. 210의 [신삼국지]의 조조 유언 中에서 -

 

 나의 몸은 이슬에서 와서 이슬로 사라진다. 나니와(지금의 오사카)의 영화도 꿈속의 꿈이런가.

 - p. 212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언 中에서 -

 [마하바라타]에서 유한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조조와 히데요시의 유언을 통하여 인생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담담한 소회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서는 분명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적어도 죽음을 그저 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표현을 통하여 죽음의 존재를 통한 삶에 대한 의미 부여와 죽음을 준비하라는 그의 말은 이전의 다른 책들에서도 보아왔지만 전혀 식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외침을 곧잘 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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