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소설

책찾사
- 작성일
- 2019.6.13
[예스리커버] 오후도 서점 이야기
- 글쓴이
- 무라야마 사키 저
클
때론 책과 서점이라는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에 젖어드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적 동네의 한 서점에서 많은 책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나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위에 그러한 서점의 존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서점이라는 간판이 반가워서 들어가면 참고서만이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그 실망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지금은 온라인 서점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다양한 책을 만나고 구입할 수 있지만, 직접 서점에 가서 이런 저런 책들을 넘겨보다가 뜻하지 않게 구입하는 재미는 더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벚꽃나무에 둘러싸인 표지로 장식된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서점에 대한 옛 추억을 회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읽는 사람의 기분을 살짝 좋게 만드는 것만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니다. 삶이 괴로울 때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읽다 만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내일까지, 또 그다음 날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 46 中에서 -
긴가도 서점의 문고본 코너를 담당하는 츠키하라의 책에 대한 회상은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한 즐거운 기억은 물론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이 된다라는 사실은 책에 이끌린 사람들이라면 삶에서 이와같은 경험을 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도 서점에서 일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긍지를 갖고 있는 츠키하라는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애서가라면 한 번쯤 꿈꿔본 모습이기에 이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등장하는 책과 관련된 무라야마 사키의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사람을 무척 좋아했어. 그리고 언어도 무척 좋아했단다. 그것도 수집되어 정리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언어를 사랑했지. 상아탑 안에 가둬둘 사람이 아니었단다. 자유롭게 날아갔어. 자신과 언어를 주고받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선한 웃음을 나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세상으로 말이야."
- p. 82 中에서 -
츠키하라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좀 더 공부하기를 바랬던 외할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치고 작은 마을의 교사가 된 이유를 언어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주고받을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표현하는 이 부분은 글을 읽을 때 가슴 한 켠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러한 결정의 결실이 바로 츠키하라였다는 점은 그가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은 왕년의 드라마 작가였던 단 시케히코가 처음으로 쓴 소설 [4월의 물고기]를 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츠키하라는 출판사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그 책이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하여 자신이 일하는 '긴가도 서점'에서 판매하기 위하여 의욕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하여 츠키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남아있던 서점 직원들은 평소 츠키하라의 책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면서 츠키하라가 준비하던 [4월의 물고기]의 홍보 작업에 몰입하게 된다. 평소 츠키하라에 대하여 관심이 있었으나,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고백하지 못한 아동도서 코너의 소노에와 반대로 외향적인 성격에 문예 방면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던 나기사를 비롯하여 긴가도 서점의 점장과 부점장 역시 자신들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게 된다.
츠키하라는 평소 온라인에서 인연을 맺게 된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게 된다. 서점 주인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츠키하라에게 서점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츠키하라는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사쿠라노마치의 유일한 서점이 서점 주인과 어린 손자는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이해하고 의욕적으로 운영을 맡게 된다. 더불어 이전에 일하였던 긴가도 서점과도 협조하면서 함께 [4월의 물고기]의 판매와 홍보 준비를 추진하게 된다.
표지와 제목만 본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작품의 해피 엔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무언가 환상적인 일들이 일어나면서 그러한 결말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지 않을까 예측할 수도 있다. 실제 이 작품은 그러한 추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가 단순히 환상(작품 속에서 고양이의 시점으로 표현된 부분들과 꿈들은 환상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서점이 처한 어려움과 그 속에서 고분분투하는 직원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4월의 물고기]라는 한 권의 책을 구원하기 위한 그들의 현실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에 대한 띠지와 포스터를 서점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하여 만들고, 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의 홍보는 일본이 처한 서점의 현실적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환상보다는 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더불어 일본보다 더 열악한 우리의 서점 현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4월의 물고기]라는 한 권의 책을 구원하는 과정을 통하여 거꾸로 스스로의 행복을 찾게 되는 부분은 이 책의 진정한 해피 엔딩이 아닐까 생각된다. 분명 이들의 노력으로 [4월의 물고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쓴 단 시케히코의 그간의 회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라든지 츠키하라가 아버지와 누나의 교통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과 츠키하라에 대한 감정을 보다 진실하게 받아들인 소노에와 나기사의 모습은 [4월의 물고기]에 대한 구원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이것이야말로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무라야마 사키는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책'으로 구원받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다음과 같이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 것으로 구원받게 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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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4
- 작성일
- 2019. 6. 14.
@異之我...또 다른 나
- 작성일
- 2019. 6. 15.
- 작성일
- 2019. 6. 17.
@신통한다이어리
- 작성일
- 2019. 6. 17.
- 작성일
- 2019. 6. 17.
@지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