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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별을 잇는 손
글쓴이
무라야마 사키 저
평균
별점9.4 (23)
책찾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나름대로 책과 관련된 즐거운 경험 또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소재로 한 책은 항상 반갑게 느껴지게 된다.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4월의 물고기'라는 책을 발굴하여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다루었다면 [별을 잇는 손]은 그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오후도 서점'을 맡게 된 츠키하라 잇세이를 중심으로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서점의 현실과 함께 다뤄지기 때문에 우리는 책과 서점에 대한 정겨운 추억과 오늘날의 어려운 도서 시장의 현실을 오가게 된다.

 

 본 적 없는 벚꽃 안개 속에 자리한 그 서점을 상상한다. 눈꺼풀 위로 아른거리는 그 모습은 추억 속 아련한 서점의 모습과 하나가 되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서점이 벚꽃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그런 황홀한 착각이 들었다.

 - p. 27 中에서 -

 '오후도 서점'을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자신이 즐겨 찾던 서점으로 오버랩하는 이 장면은 독자들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국영수에 관련된 책만 보다가 서점을 방문하는 순간 거기에서 해방되어 온갖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그 시기를 떠올린다면 누구나 이와 같이 눈을 감으면 아련히 떠올릴 수 있는 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련함이 현재에 옛서점이 존재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슬프면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이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되어 서점을 되살리기 위한 츠키하라 잇세이에 대하여 우리는 자연스럽게 응원을 하게 된다.

 

 서점이 처한 현실은 솔직히 어렵다 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은 물론 근본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했던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 점점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젊은 세대는 책보다는 스마트폰의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일본이나 우리나 그러한 점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키하라 잇세이는 서점의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카페를 결합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골몰하게 된다. 그러나, 다카오카 켄이라는 작가의 [검푸른 바람]이라는 신간조차 출판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오후도 서점'의 현실은 왠지 초라하게 보인다. 사쿠라마치라는 산골짜기에 위치한 '오후도 서점'을 주위 사람들은 자부심과 함께 애정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잇세이의 입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인다.

 

 이전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이 출간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설명하였다면 [별을 잇는 손]은 서점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현실이 여의치 않음은 우리 역시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동네 서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도 대부분 참고서와 필기구를 판매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예전의 서점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만을 느낄 뿐이다. 물론 서점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잇세이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보통 출판사가 자신들의 책을 공급하기 위하여 서점을 찾기 마련인데, '오후도 서점'은 그러한 출판사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원하는 책의 물량 자체를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잇세이가 서점을 층별로 나누어서 새로이 인문 코너와 아이들을 위한 만화 및 라노벨 코너를 만들려고 해도 그것을 맡아서 운영해 줄 인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잇세이가 처한 상황은 현실 세계의 서점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고 있다.

 

 그래도 소설이기에 저자는 그러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밖에 없다. 아닌게 아니라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뒤이어 잇세이에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긴가도 서점'의 실질적인 사장으로부터 '오후도 서점'을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은 물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후도 서점'을 돕기 위하여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오후도 서점'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인물들이 모두 책과 관련된 나름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긍정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잇세이에게 좋은 상황이 연달아 등장한다면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그저 장미빛 환상으로만 보여질 수 있는 전개를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하여 극복하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에 읽을거리가 만만치 않게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전쟁 이후 책이 다시 마을을 재건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긴가도 서점'의 사장이라든지 소노에와 나기사의 우정이 바로 책으로 인하여 시작되었다는 점이라든지 아이돌 출신으로서 책과의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경험한 여배우의 이야기는 그들이 잇세이를 돕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서 보여준 잇세이의 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감탄하여 오히려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검푸른 바람] 시리즈의 저자인 다카오카 켄의 도움과 [4월의 물고기]의 저자 단 시게히코의 후원은 책을 매개로 하여 상생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이들의 사인회를 통하여 '오후도 서점'의 새로운 운영 및 부활을 꾀하는 잇세이를 돕는 손길 역시 무엇보다 책에 대한 사랑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어서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의 흐름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마저 감동의 순간으로 치환된다. 나 역시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갖고 있었기에 소설로나마 부활하는 서점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저자는 이야기꾼답게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전설을 통하여 성황리에 끝난 '오후도 서점'의 행사를 묘사한다. 예전에 이 마을에 한 공주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 누구도 공주를 도우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밤중에 공주가 별빛을 의지하여 탈출할 때까지 돕지 못하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별빛은 사실 마을 사람들이 몰래 등불로 만든 것이었다. 전설속의 그 등불은 결국 잇세이를 돕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및 헌신과 같은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저히 마리 공주 혼자서 산을 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작은 등불을 손에 들고 몰래 마리 공주를 데리고 도망치게 도와줬던 거예요. 공주의 손을 잡고 호수를 건너고 산을 넘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요."

 - p. 242 中에서 -

 

 사쿠라노마치 마을의 전설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 [별을 잇는 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사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 중 잇세이의 서점 운영에 대한 고민은 현실에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인회를 드라마틱하게 이끌어내고 있지만, 사실 동네의 작은 서점이 그러한 사인회를 유치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나면 비록 직접 서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왠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유명한 작가를 작업실을 제공하여 해당 도시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에 착안하여 서점 역시 비록 유명하지는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가와의 제휴를 통한다든지 지역의 독서 동호회 유치 및 서점 특유의 차별화된 마일리지와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된다.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확장하여 계속 고민하다보면 나름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주위에서도 덩달아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일단 책에 대한 관심이라는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분명 서점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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