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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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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글쓴이
히가시노 게이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평균
별점9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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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밀실살인 사건이다. 단골이긴 하지만 밀실이라는 공간에 감춰진 트릭은 그동안 많이 소개되어 점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하여 공감하면서 작가의 그러한 설정에 감탄을 하게 되거나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니었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쿠바산장 살인사건]도 밀실살인 사건이 등장하기에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재를 어떻게 설정하여 독자와의 두뇌 싸움에 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오코는 친구인 마코토와 함께 '하쿠바산장'으로 겨울 여행을 떠난다. 1년 전 그녀의 오빠인 고이치가 그 산장에서 음독 자살을 하였는데, 나오코는 그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친구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하여 여행을 떠난 것이다. 1년 전 고이치는 자신의 방에서 독약을 먹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이 사건은 밀실로 인하여 타살 혐의점을 찾을 수 없어서 자살로 처리되었다. 그 방은 방의 출입문이 있었고, 작은 거실을 거쳐서 안쪽에 침실이 있는 구조인데, 고이치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출입문과 침실문이 잠겨 있었고, 침실의 이중 창문 모두 닫혀 있는 상태였다. 다만 한가지 의심스러운 부분은 최초 산장 직원과 손님 한 명이 고이치를 찾으러 그의 방에 갔을 때에는 출입문은 열려 있었지만, 침실은 닫혀 있는 상태였고 이 때 밖에서 살펴보니 창문도 모두 닫힌 상태였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고이치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의 방으로 산장 직원들이 갔을 때에는 방의 출입문마저 잠겨 있는 상태였다.



 



 고이치의 방을 두 차례 방문하였을 때, 출입문이 열려 있다가 닫혔다는 점이 의심쩍었지만 별다른 증거가 없어서 자살로 처리된 이 사건을 나오코와 마코토는 혹시 타살이 아닐까 고이치와의 관계를 숨긴 채 조사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1년이 지났음에도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산장에 숙박하던 사람들이 단골인지라 모두 모인 상황이어서 나오코와 마코토는 그들을 토대로 나름의 조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분명 밀실살인이 주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밀실에 대한 트릭을 찾는 것보다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고이치가 그 산장에 머무르면서 해독하려던 암호였다. 고이치는 당시 산장의 각 방에 걸려 있는 영국의 동요(동화) 모음인 '마더 구스'의 각 구절들을 조합하여 그것을 해독하던 끝에 결국 그 암호를 해독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그 누구도 고이치가 해독한 암호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의 동생인 나오코는 그 암호가 고이치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녀 역시 친구인 마코토와 함께 각 방을 방문하여 글귀를 모아서 암호 해독을 시도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밀실살인''암호해독'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동시에 등장한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벌어진 살인 사건과 나오코와 마코토가 산장에 머무를 때 한 남자가 근처 돌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되니 다양한 추리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다만 고이치가 죽은 채 발견된 밀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추리나 조사 과정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나중에 순식간에 그 전말이 밝혀졌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떡밥으로 던져 놓고 순식간에 과정을 생략하고 회수되었으는데, 어렴풋이 추측할 수는 있었지만 나중에 드러난 진상은 공감을 하면서도 약간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밀실에 대한 추리나 수사 과정은 아예 생략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은 각 방에 있던 '마더 구스'의 각 문장들을 조합하여 거기에 담긴 비밀을 해독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실제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게 된다. 암호 해독 과정과 유사하니 분명 재미는 있는데, 솔직히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마더 구스'가 영국의 동요라서 그런지 가사의 내용이 익숙치 않았고, 그것을 조합하여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내는 과정은 그저 작가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말을 알고 있으니 그에 맞게 '마더 구스'의 내용들을 인용하여 글을 썼겠지만, 그러한 의도를 수긍하면서 따라가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설령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그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서 작품을 읽으며 나름의 추리를 하는 재미는 조금 반감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그 암호의 비밀을 접했을 때에는 이 작품의 많은 분량이 그 과정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의외로 간단한 것이어서 조금 허무했다. 



 



 오히려 '밀실'과 '마더 구스'의 암호 해독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등장한 내용들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는 한 보석상의 죽음과 고이치의 죽음에 관한 짧막한 내용이 나오고 에필로그는 사건의 진상과 그 사건 이전의 '하쿠바산장' 그 자체에 대한 진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부분을 더 부각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도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일본에서 1986년에 출간되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점점 사회파 미스터리 또는 판타지와 같은 다른 장르로의 도전을 보여주는 그의 최근 근황에 비춰 본다면 이 작품은 정통 추리물로서 오로지 추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아쉬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쩌면 이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재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추리를 좋아한다면 가볍게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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