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과 역사

책찾사
- 작성일
- 2016.4.24
열 살에 꼭 알아야 할 세계사
- 글쓴이
- 황근기 글/이용규 그림
어린이나무생각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러한 관심은 어렸을 적에 읽었던 한국사와 세계사에 대한 책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요즈음처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책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 책장에 꽂혀 있던 한자가 뒤섞인 역사책을 그냥 재미삼아 무작정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들을 어떻게 읽었나 싶었지만, 당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해를 완벽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딸과 조카들에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역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물론 요즈음은 아이들을 위한 역사에 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책들을 사주면서 읽어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나는 아이들이 책을 접하기 전에 나름의 대화를 통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먼저 심어주고 싶었고, <열 살에 꼭 알아야 할 세계사>라는 책이 그러한 목적에 알맞는 책이라 생각되었다.
역사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나는 아이들보다 역사에 대해서 먼저 접해왔고 관심을 가져왔기에 무언가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그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방대한 역사를 어느 시점부터 어떤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나에게 여행을 역사에 접목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도 많은 해외 여행을 통하여 딸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면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여행을 통한 아빠와의 대화를 통하여 역사에 대하여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식은 거대한 역사라는 주제에 대하여 어떻게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지 우리 어른들에게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하여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학자가 아닌 이상 나 또한 역사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아빠와 같이 나 또한 세계 여행을 통하여 방대한 역사의 일부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게 된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12군데의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하면서 아이에게 들려줄 만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1장의 [지구라트로 가는 머나먼 여정]부터 12장의 [올리브 가지를 든 아이들]까지 이 책은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현존하는 지역들의 방문을 통하여 시대순으로 굵직한 역사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1장의 내용은 세계 4대 문명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여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항목이다 보니 강을 배경으로 한 고대 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지만, [지구라트로 가는 머나먼 여정]이라는 소제목을 보면서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어른 또한 이 책에서 새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일강 - 이집트 문명,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 -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강 - 인더스 문명, 황하강 - 황하 문명]이라는 공식으로 4대 문명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지구라트>라는 단어에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사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된 유적이라고 되어 있지만, <지구라트>를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연관지어 설명한 부분을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터라 나 스스로도 <지구라트>에 대하여 알아봐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저 책을 통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이라크 지방에 존재하는 <지구라트>의 유적을 통하여 이끌어 냈다는 점이 이 책의 집필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책의 제목과 같이 이 책은 분명 열 살로 대변되는 아이들을 위한 역사 관련 서적이다. 1장부터 현존하는 유적지의 방문을 통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흐름은 역사에 대한 깊이를 떠나서 충분히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존하는 유적과 연관지어 조금씩 역사에 대한 내용으로 확장하는 방법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장의 내용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분쟁 지역에 과한 것인데, 이것은 역사의 현재성을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열 살에 꼭 알아야 할 세계사>처럼 내가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지역을 아이와 함께 직접 방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지역에 대하여 처음부터 역사라는 주제를 언급하는 것보다 인터넷 또는 시청각 자료를 통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함께하면서 차근차근 역사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준다면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사실 이 책이 여행을 컨셉으로 한 세계사를 다루면서도 실제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도 같이 실려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 이 책은 출판사 나무생각의 서평 지원 이벤트로 읽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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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