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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nicca
- 작성일
- 2024.12.11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
- 글쓴이
- 이선주 글/국민지 그림
주니어RHK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이선주 작가는 쇠락한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부모 가정이지만 따뜻하고 혹은 괴팍한 할머니와 아이같은 아빠와 함께 지내는 소년인 태구의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사회에서 가정에서 성장하는 우리 이웃집에 있을 법한 아이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군상을 살펴보게 했었다.
세월이 참 지랄맞네!
프롤로그 .
한숨 한번 내쉬면 십 년이 흐른다고, 태구의 할머니는 이번에도 특유의 화법을 뽐내며 등장하고 야구팀 한화의 열혈 팬인 아빠는 오로지 야구에 빠져있지만 태구는 야구보단 아직까지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번엔 과연 누가 이사 왔을까?
새로 이사 온 101호 할머니, 어떤 아줌마와 누나와 함께 이사왔지만 왠일인지 태구의 집에 비밀번호를 자꾸 누르신다. 고장난 지 오래인 초인종은 한 층에 한두 집 정도 이런데... 지방의 구축아파트의 현실을 반영했달까?
어쨌거나 태구의 눈에 할머니는 집을 잘못 찾아오셨고 동네 동생인 해모와 같이 집에서 101호 할머니를 직접 모셔다드리기로 하는데... 그러나 할머니는 본인 집에서는 정작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알고보니 101호의 새 입주민은 치매기 있는 할머니와 집에서 나오지 않는 은둔 누나인 손녀가 함께 지내고 있던 것이다!
남의 집 훔쳐보고 다니지 마. 사람들이 싫어해.
아빠가 그렇게 말했지만 태구는 억울했지만 말 한마디 했다가 세 마디, 다섯 마디, 열 마디로 돌아오는 게 싫어 잠자코 있었다.
나는 훔쳐보는 게 아니다.
101호 할머니가 우리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절대 그 집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P21
그렇다, 태구의 이웃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가족들과 인연을 맺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이는 이를 통해 이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
전작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주제와 괘를 같이하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된 태구와 태구가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과 이를 모르는 친구의 엄마를 통해 '한 부모 가정'의 사회적 인식과 이를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도 다룬다.
그리고 또다른 한 부모 가정인 탈학교 청소년 101호 은비 누나. 자퇴 이후 온통 식물로 가득한 방이 온 세계이며
바깥 세상과의 담을 쌓는 존재이다.
'은비 누나의 슬리퍼가 문턱을 넘지 않는 게 아니라 넘지 못하는 것일 수'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는 태구는
은비 누나의 비둘기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날 거실에서 자신이 먹던 새우깡을 쪼아 먹는 비둘기를 발견하고 비둘기가 귀신이나 선생님보다 무섭고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기대한 모습과 달랐고 상상한 모습과 비슷'한 비둘기가 태구 안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상징한다고.
은비 누나의 외롭고 두려운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태구와 아이들은 점차 그것을 이해하게 되고
누나의 방 창문 아래 화단에 꽃과 선인장을 심어주고 고립된 창문을 열게 한다.
어른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웃 누나를 위해 화단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태도를 취하는 모습에서
우리 어른들이나 아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시끄럽지만 외면할 순 없다. 그러기엔 너무 재미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이웃들이 궁금하다. 나는 내 이웃들을 기다린다.
고립은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고립된 이웃들에 대한 궁금함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기다림'으로서 이 책의 주제의식은 타 동화와는 매우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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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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