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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감각
글쓴이
김보영 저
아작
평균
별점9.4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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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지만 김보영 작가의 <다섯 번째 감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집에 들어있는 단편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큰 여운을 주는 이야기였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자 결심하게 만든 소설은 첫 번째 소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이다. 소설집을 사면 간혹 결이 안 맞는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몰입감이 깨지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첫 번째 편만 보고 사기로 했던 이유는 작가님의 연출력이었다.



첫 번째 편,<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에서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한 남자가 아우에게 보내는 편지로부터 시작한다. 남들과 다른 특수 기면증을 앓으며 정기적으로 의식을 잃는 `나`는 딱 자신이 누울 수 있는 크기로 만든 관에 들어가 삶을 보낸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삶치고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누군가 이러한 삶을 보내겠는가? 하지만 `나`는 나름의 방식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자기 삶에 비관하지 않고 정해진 숙명처럼 살아간다. `나`는 기면증 환자들로 가득 찬 세상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절할 시간이 되면 잘 기절하라? 인사하며, 일어나면 잘 기절했느냐 안부를 묻는 그런 세상을 소망한다. 때로는 밝고, 때로는 어두워지는 하늘이 존재하는 지구라는 행성을 계속해서 상상하곤 한다.



`나`는 잠을 자지 않는 세상에서 잠을 자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우리의 세상에서는 당연한 잠이라는 것이 그들의 세상에서는 병으로 취급받는 다는 것이 나에겐 새롭게 느껴졌다. `잠`이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너무나 기이한 일이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쓰러지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난다. 그사이에는 아무런 것도 듣지도, 보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는 것이다. 마치 죽음과도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한 잠은 너무나 익숙해서 우리는 이미 이 잠이라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세상에서 우리는 기절하고 눈을 뜨기를 반복하는 환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다며 생소한 것을 이물질처럼 여기고 배척하지는 않는가? 최근 읽었던 기사 중 호모 선정성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그들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온갖 혐오와 비난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가 머릿속으로 이성을 사랑하라 속삭여주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너는 이성과 교제해야 해라 교육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 접하는 동화, 소설, 만화, 드라마 등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성과 만나 행복하게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결국 그저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사랑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꽤 빨리 정립하게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람을 좋아할 때, 여자라는 이유나 남자라는 이유로 상대를 좋아하지 않듯 상대가 동성이라고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이야기 속 `나`의 부모님 또한 그러한 역할이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나`는 살아가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터득해 나아간다. 좌절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희망하는 `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그러한 `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나무상자에 들어가 자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기이하게 여기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창피해한다. 물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의 친구가 자신은 잠을 자지 못하고 그 대신 아침에 1시간씩 명상을 해야 한다 하면 나는 꽤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의 관점이 아닌 존중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남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얘기해야 한다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자신을 존중해주기를 바랄 뿐일 것이다. 그들의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러한 기대는 없다. 그저 그러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존중해 달라는 작은 신호이다.



나는  잠이 병으로 취급받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언젠가 아, 잠을 자고 있구나- 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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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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