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ggussy
- 작성일
- 2019.8.28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글쓴이
- 아타소 저
웅진지식하우스
일단 책 표지에 부제가 맘에 든다.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세상의 그 불편한 것들에 대한 대단한 저항과 바꿔야겠다는 열망은 없지만 살짝 비켜가는 ㅎㅎㅎ 그 ‘살짝’이 너무 맘에 든다. 그리고 ‘가볍게’ ‘나만의 속도’ 란 단어들이 가슴에 콕콕 와 닿는다.
이런 맘에 드는 단어들에 대한 작가의 일상 에세이다. 이것들을 읽는 즐거움이 대단한 책이다.
평범한 일상 글이지만 주로 여성으로서의 자신감, 특히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저자가 기죽지 않고 당당히 나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녀는 타인의 외모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들에게 정정을 요구하고 옷차림 지적, 무턱대고 누구라도 사귀라는 압박등에 소심하지만 적극적으로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조언한다.
술은 그녀를 그 자리에서 없어선 안 될 사람으로, 털털한 친구로, 유쾌한 동료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어떤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는 친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도 못했고, 크게 의지하던 남자에게 끝끝내 마음을 열지도 못했다. 그녀는 물건에게 자신의 마음을 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거리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녀처럼 우리의 관계 또한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은 사라졌지만 때론 진심으로, 때론 조심스럽게 각자의 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남자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기다리지 않는다. 혼자서도 똑바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내 능력을 인정해줄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힘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일본 저자의 일본 이야긴데 어쩜 이리 한국이랑 별차이 없을까하는 의아함도 있었다.
저자는 결혼에 실패했음에도 잘난 여자가 아닌 멍청한 아내로 살 것을 권하는 엄마와 이모들의 잔소리에 혹해 결혼의 달콤한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하면 할수록 도저히 현실감이 떨어졌다. 자신의 힘으로 행복해지지도 못한 채 남자에게 의지해서 결국 자신의 삶을 잃게 된 엄마와 이모들의 예가 너무나 큰 교훈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도 혼자서 잘 살아가고 싶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 강인하게 말이다. 살아가면서 크게 희망적인 일이 없어도 상관없다. 내 인생에 책임을 지면서 혼자 살다가 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혼자'에는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포함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혼자가 되어 묵묵히, 당당히 살아가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은 무섭지 않다. 이제는 누군가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미움을 받아도 그 사람과 되도록 마주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따돌림을 당한 이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냈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알게 됐고, 어떤 생활이든 의외로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을 지탱해주는 커다란 기둥 같은 것이 몇 개 세워지면서 나는 웬만한 일로는 상처를 받지 않게 됐고, 단단해질 수 있었다.
콤플렉스란 원래 그런 것이다. 신경 쓰는 사람은 나뿐이고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A군은 내 눈동자를 보며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난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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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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