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ggussy
- 작성일
- 2021.8.3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글쓴이
- 정명원 저
한겨레출판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자신을 소위 외곽주의자라고 소개하는 16년차 검사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처음 접해보는 검사라는 직업의 저자가 쓴 에세이라 신선하면서도 사회비평이나 세태를 보여주는 대목도 있어 마냥 가볍게 읽고 마는 글은 아니었다.
최근 몇년 사이 검찰개혁과 관련된 첨예한 이슈들에서 봐왔던 검찰의 이미지와는 살짝 다른 이야기들이었고 법조계 현장에서의 피해자, 민원인, 피고인, 증인 등의 우리 이웃들에 대한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의 시선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인생과 일상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경험, 생각, 느낌들이 솔직담백, 좌충우돌 분투기로 그려지는데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이나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 사기 피해자들,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증인 등의 이야기가 일종의 유쾌하면서도 단짠단짠 법정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외곽주의자라는 인생 철학(?)에 몰입하게 되었고 내 인생에서의 과한 인정욕구와 성공과 출세주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실제 어떤 일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되었고 불기소장을 쓰는 일은 기소장을 쓰는 일만큼 검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검사로서의 실적을 평가받는 데는 불리했다고 한다. 또한 특수부나 공안부를 지향하지 않는 검사는 의욕이 없는 자, 검사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자로 평가될 뿐이었다.
특히 검찰 조직내에서 외곽주의자로 방황과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큰 울림을 주기도 했는데 저자는 10년 차 검사가 되었을 무렵 세상이 설정한 중심으로 모두가 달려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루저’라고 부른다 하더라도, 조금 축축하고 그늘진 외곽의 자리에 ‘이끼’와 같은 존재가 되기로 했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생물들의 그늘이 되어주는 이끼처럼, 형사 법정에서 펼쳐내는 생의 비극적 단면에 함께 공감하고 진동하는 누군가가 되기로 했다는 표현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요즘 인기 많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검사버전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책의 구성은 네개의 큰 챕터 아래 길지 않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대한민국 검사의 90%인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리얼한 이야기와 저자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이 등장한다.후반부에서는 검사로서의 저자 뿐만 아니라 엄마와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는데 ‘위로받는 사람들의 국숫집’이라는 이름의 국숫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 스위스에 가족여행을 떠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금속 탐지기로 휴대폰을 추적했던 일화 등이 재밌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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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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