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ggussy
- 작성일
- 2022.4.30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글쓴이
- 김달님 저
수오서재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필명이 아닌 본명인 김달님 작가의 산문집이다. 에세이라면 서점에 매일 쏟아져 나올 정도지만 김달님 작가의 이번 이야기는 뭔가 남다른 결이 느껴졌다. 다들 쓰는 자신의 인생이야기, 일상이야기지만 읽다보면 남 얘기 같지 않은….내 얘기가 되어버려 몰입해서 읽게 되는 글이었다.
그렇게 책 제목의 의미를 나중에 알아버렸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남의 인생이야기도 내 얘기처럼 읽게 되는…
자신의 가족이야기, 일상이야기, 경험, 생각, 느낌, 단상들이 김달님 작가 스타일 그대로 이어지고 특히 작가의 세상을 보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이 글에서 느껴진다. 단짠단짠이면서도 신파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유쾌상쾌 사이다도 아니다. 그 중간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조마조마하며 책 한권을 하루에 몽땅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우리가 지나왔을 날들, 앞으로 닿게 될 시간들, 그 곁에서 비슷한 얼굴로 함께 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책소개에 감탄했고 전혀 과장이 아닌 얘기였다.
특히 소설이 아닌데도 작가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고모, 엄마 아빠와 동생들, 친구, 학교 앞 분식집 사장님 내외 등의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방식이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얘기들을 마음 뭉클하게 써내려가는 김달님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필력에 문장 하나하나가 애틋하게 읽혔던 책이다.
그날은 정말 그렇게 빌게 되더라. 문을 닫고 나오는데 이상할 만큼 조금 간절해지기도 했어. 그러니 부디 잘 살았으면 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새로운 곳으로 가는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너도. 그리고 한때 나에게 편지를 보내준 많은 사람들도.
혼자 걸을 때도 혼자 걷지 않는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아주 혼자일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걷는다. 예쁜 것, 눈부신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할머니 여길 좀 봐. 손톱만 한 꽃이 피었어. 저길 좀 봐. 해가 노랗게 진다. 그럼 할머니가 ‘어머나. 정말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그 순간엔 할머니가 어디선가 가볍게 날아와 잠시 다녀간 기분이 들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잠시 하나가 되는 일.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