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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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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글쓴이
박정훈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8.4 (14)
황수염

페미니즘은 근래 사회를 달구고 있는 뜨거운 감자며, 요새 싸움을 일으키기 이만한 소재도 없어 보인다. 일단 밝히자면 필자는 올해 30세인 남성으로 솔직히 인터넷 상의 속칭 꼴페미들의 작태 등으로 인해 페미니즘에 그리 우호적인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그리 제대로 알지 못 하는 '페미'라는 불특정 집단을 상정하고 증오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도 그리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에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들이 쓴 책을 조금씩이나마 읽고자 하는 중이다. 이번 리뷰도 그 일환이다.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스스로를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며, 페미니즘 리부트가 진행중인 현재 단순히 좀 더 나은 가부장 내지 n번방 범죄자들에 대한 비판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남성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부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회 이슈를 통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를 비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예시들 상당수가 제법 공감이 갔다. 취업 상에서 대놓고 이루어지는 성비 차별, 설리로 대표되는 여성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악플들, 박원순/안희정 성추문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특히 '나는 집에서 아내한테 잡혀 살아'라는 말이야말로 남성이 실제로 강자라는 걸 드러낸다는 지적이 기억에 남았다. 진짜 약자가 아니기에 그런 불평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런 식으로 자신을 '가짜 약자'로 위치시키는 것은 진짜 약자가 불평을 내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라는 논리는 새겨들을 만하다.





성추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부분은 특히 화가 많이 났다. 필자 역시 페이스북 등에서 박원순을 감싸려는 의도의 수많은 글을 보았기에 저자의 분노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며, '그렇게 당당하면 얼굴과 실명을 당당히 공개해라'라는 사회적 폭력이 만연했다는 걸 제대로 직시하게 되는 건 충격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불평등한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를 성찰하고 여성,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는 것을 페미니스트의 할 일이라 칭한다. 그리고 아직 '선을 넘지 못한 남성'에게 페미니즘 운동에 연대해 줄 것을 부탁한다.





필자는 앞에서 밝혔듯 저자가 제기한 사회 문제 중 일부에는 분명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권유에 대한 답은 유감스럽게도 no가 될 것 같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저자가 보여주는 미시적인 요소를 완전 배제한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라는 틀에만 집착하는 경직된 시선이며, 둘째는 속죄를 권유하는 저자의 화법 속에 내재된 오만함이다.





저자는 모든 사회 이슈를 철저히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 및 여성 혐오의 측면에서 해석한다.



일례로 한 때 시끄러웠던 리얼돌 수입 문제가 있다. 저자는 리얼돌과 유사 섹스를 통하여 성욕을 해소하는 양태가, 여성의 뜻과는 무관하게 그저 여성의 몸을 성욕 충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왜곡된 성 관념,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섹스 판타지의 결과라고 역설한다. 그런 성욕이라면 차라리 없어져야 하며 리얼돌 수입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 저자는 지금 '범죄'가 아닌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는 개인의 성욕 해소 방법'을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 이 논리를 확장하면 두 가지로 이어진다.우선 직접적 범죄를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게 아니더라도 왜곡된 문화의 현현이자 모체가 될 수 있으니 리얼돌을 검열하자고 하는 건데, 이게 확장되면 사실상 모든 대중 문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검열로 이어지게 된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의 대중 문화 중 인기작들을 볼 때 그게 사회적으로 정한 도덕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내용이 얼마나 되는가? 심지어 여성들이 주요 독자층인 로판, 로설 등도 저자의 말을 빌리면 위력에 의한 강간 내지 성추행 묘사가 나오는 경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이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현실이 아니니까. 누구나 대중 문화에서 자극을 원하는 욕구가 있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이런 여성 독자를 여성혐오자라고 말할 것인가? 문화에 내재된 코드가 범죄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기반한 평론은 한다면 모를까,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 위험 같은 형이상학적인 논거를 기반으로 문화를 통제하겠다는 저자의 논지에 필자는 심각한 위화감을 느꼈다.





둘째로, 이런 논리는 개인을 철저히 배제한다. 저자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개인주의를 실천하기 살기 위해서야말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라고 하는데 누군가한테 직접적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끼치지 않는 행위를 잘못된 문화적 코드다 발현되었다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이유로 규제하려 하고 있다. 리얼돌을 그냥 감상을 하던 진짜 유사 섹스를 하건 그건 그 사람 자유인 거다. 넷플릭스로 선정적인 성인 콘텐츠를 즐긴다고 하여 그를 성범죄자로 규정할 수 없듯, 리얼돌 내지 자위 도구로 성욕을 풀며 산다고 해도 그게 그 사람이 성범죄자라는 걸로 이어질 수는 없다. 철저히 개인의 영역의 자유를 보장해 주되,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때 철저히 응징하는 것이 개인주의에는 좀 더 가까운 것 아닐까? 그리고 사족으로 덧붙이면, 저자는 여성들이 가부장적 연애 구조에 의해 상당 수가 탈연애를 선언한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여성에게 간택받지 못한 남자는 어떻게 되는 건가? 여성과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성매매도 아닌 그냥 혼자서 자위 도구 쓰는 것까지 통제하겠다고? 그런 류의 성욕은 잘못된 성욕이니까 버려야 한다고? 이 정도면 그냥 거세를 하라는 말이 빠를 것 같다.





저자는 게임 업계, 인터넷 방송에 만연하는 여성혐오나 노키즈 존에 담긴 혐오 정서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저자의 비판이 이념 편향적으로 보인다. 어떤 모바일 게임에서 '이거 페미 아님?'이라는 논란이 터졌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사가 빨리 사과하고 '우리는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특정한 사상이 없다'라는 논지의 게시글을 올렸다 하고, 저자는 이게 게임에 만연하는 여성 혐오를 배양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남성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들 중 상당수가 반페미 성향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 게임사가 어떤 결정이 가능할까? 이런 결정의 기반에는 끌어오르는 여성 혐오가 아닌 매출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인터넷 방송도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특정 영상을 찝어서 여성 혐오적 가치를 아이들한테 주입시킬 수 있다고 비판을 한다. 노키즈 존의 경우 그 자체가 아동에 대한 혐오라 하지만, 어째서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들을 막는지도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 고객일 주부들에게 비난당하는 걸 왜 감수할까? 물론 이런 현상의 이면에 여성 혐오가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여성 혐오만으로 보는 건 왜곡된 시각을 키우게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저자의 권유에 동의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저자의 발화 속에 내재된 오만함이다.



저자는 스스로가 잠재적 가해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나는 아니야'라고 도망치는 20대 남성들의 행태를 개탄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고 한다. 성매매에 대한 인식 등을 보았을 때 이미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적 가치가 일정 수준 내재된 세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가치를 이미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20대 남성인데 페미니즘이라는 타이틀을 그토록 거부한다? 즉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의 이미지가 크게 오염이 되었다는 것인데, 저자의 글에는 이에 대한 반성이 하나도 없다. 20대 남성이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이라 여성 차별을 목도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인터넷 상의 속칭 꼴페미들의 공격에 시달리다 보니 반페미 논리에 포획당하기 쉽다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원인 진단은 있지만, 페미니즘이 사회 내에서 가지는 이미지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그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하다 못해 트위터 등에서 악명을 떨치는 꼴페미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글 한 줄도 없다.





메갈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남성들이 그들이 원하는 페미니스트 상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불응하는 이들을 '메갈'이라는 용어로 매장시키려고 하며, 이는 마치 빨갱이 사냥과 같다는 말을 한다. 메갈리안 사이트가 없어진 지가 언제며, 페미니스트들 중에 그 사이트에 빚을 지지 않은 이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그토록 적을 둔 메갈리안이라는 곳이 시간이 지나 꼴페미라는 말과 거의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면 거기에 페미니스트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을까?





즉, 페미니스트 자신에 대하여 마땅히 해야 할 자기반성이 빠져 있다. 이건 필자가 기존에 읽은 2,3권의 다른 페미니즘 도서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인 현상이라 더욱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을 성찰하며, 자신이 보다 나은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그리고 페미니스트로의 길에 선을 긋지 않고 보다 많은 남성들이 그 길에 함께해 줄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남자 페미니스트로의 길에는 속죄라는 과정이 따른다.



스스로가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에서 수혜 받아 온 죄인이라는 자기 고백. 그를 깨닫고 마땅히 여성의 권익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속죄.



본서가 어찌 보면 남성 독자로부터 '자신은 죄인이다'라는 자기 고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긴 설득이다.



설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일단 본서는 필자의 관점에서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페미니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남성에 대한 존중이 잘 보이지 않는다. 20대 남성에게는 희망을 가져보자 같은 말을 형식적으로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이어받아서 거기에 안주하려 하면 스스로가 죄인이 되기를 피하는 비겁자로 묘사하는 부분이 더 많다. 페미니즘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종교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취급을 받으면서 페미니스트가 되라는 권유에 뛰어들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더하여 저자의 글에는 논리적으로 도출되는 자기반성이 부재하다. 페미니즘적 가치에 동화되기 쉬운 1020 남자마저 페미니즘에 적대적이라는 건 페미니즘의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자기고백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모든 게 강고한 남성연대의 탓이라고 몰아가기에 바쁘다. 스스로는 절대선이면서 상대가 죄인이라는 고백을 받아내고 그 이후에야 연대를 말하는 이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질까?





저자는 본서를 통하여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걷어내고 보다 많은 남성들을 페미니스트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분명 선의에 기반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이루어진 비판 일부에 공감하면서도 저자가 보여준 남성 일반에 대한 교조적 태도가 결국 페미니스토로의 길에 선 하나를 더 긋게 된 건 아닐까?





본서 구매자 중 약 20프로 정도만 남성이라는 것에서 외연 확장 실패를,



비록 구매자는 아니지만 본서를 집어든 소수 남성에 속하는 필자를 설득하지 못 했다는 데서 근본적으로 폐쇄적이고 오만한 페미니스트의 씁쓸한 한계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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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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