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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yoo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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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글쓴이
전범선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1 (11)
ghyoo0559

'자유'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자유'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 이미지란 대체로 이렇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이 미친듯이 쏟아져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거나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싸운 주인공이 사형당하기 직전 간절하게 '프리덤'을 외치는 모습.

이 책이 그런 영화들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자유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역사를 연구를 하는 것처럼 과거를 차근차근 더듬어 기원을 탐색하고 거기서 파생된 결과물들을 말한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자아성찰적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치열하기까지 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 -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 거기에 컬럼비아 로스쿨 합격까지. 엘리트 사회와 계급에 가뿐히 합류하고도 남을 화려한 이력이지만 전범선은 그 모든 걸 뒤로 하고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한다. 그뿐인가. 그는 폐점 위기인 책방 '풀무질'을 인수하고 출판사 '두루미'를 세워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종차별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살며 그와 같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찰음식점을 세우기도 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유를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불안정한 생활일지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라고.

울타리를 확장하는 일은 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내가 미국 흑인이나 동성애자나 여성이 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겪는 차별과 배제를 들여다봄으로써 나와 그들이 결국 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진리를 상기했다. 인류라는 집단, 인간이라는 정체성 말고 나머지는 디테일일 뿐이다.

p.55~56

그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자신의 태도가 과거에서 왔다고 말한다. 민사고에서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경쟁주의와 집단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국에서는 경계인으로서 살며 소수자를 인식하고, 영국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뿌리를 찾았다고. 경게인으로 살며 주류로서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벗어던지고 내외부적으로 자유로워진 그의 관심이 소수자와 타인의 자유로 옮겨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는 무한한 게 아니라, 타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만큼만 허용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다면 내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 나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타자의 자유도 소중하고, 그렇다면 그들의 해방도 중요하다.

p.73

그는 자신의 자유를 찾으면서도 결코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자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자유과 해방의 관계를 모색하고 자신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자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논문 주제로 썼던, 사상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았던 급진적인 사상가 토마스 페인처럼.

그가 그 중에서도 가장 무겁게 다루고 중점을 둔 건 동물해방 문제다. 여성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은 서로 뭉치고 연대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비인간인 동물들을 그러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동물들은 대량소비를 조장하고 그것이 인류가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축복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대량으로 사육당하고 무자비하게 살상된다. 그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동물해방운동에 기꺼이 뛰어든다.

자신과 타자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그의 모습이 현재 더 인상 깊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동물, 그리고 세계와 자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전염병과 그로 인해 일어난 여러 사회 현상들은 우리가 더 이상 이기적으로 주류의 자유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걸 여실히 알려주었다. 해방촌에 살며 낮에는 서점을 운영하고 글을 쓰며 밤에는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하고 곡작업을 하고, 동물해방운동에 앞장서는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그냥 눈치 좀 안 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p.25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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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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