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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yoo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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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07~2020 특별판
글쓴이
공민철 외 8명
나비클럽
평균
별점9.5 (17)
ghyoo0559

 추리 소설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높은 장르물이다. 한국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심심치 않게 추리소설들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 추리물들 대다수가 외국 소설이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출판물들을 보면 한국 추리물들이 조금씩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년의 밤으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를 비롯해 전과 비교해 많은 한국 작가들이 한국추리물을 시도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건 대다수의 추리물이 전부 장편으로만 나온다는 점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이 추리문학의 시초라는 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단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금펜상은 그런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장편이 아닌 단편 추리물을 대상으로 심사해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추리물을 시도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추리문학의 다양성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단편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편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 있다는 건 추리문학 활성화를 위해 좋은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황금펜상은 2007년부터 신설되어 2020년까지 2, 3회를 제외하고 매년 상을 수여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2007년부터 2020년 최근 수상작품까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수상작품들을 묶어놓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한국 단편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2020년에 출간한 작품이 맨 앞에 위치해있고, 황금펜상이 신설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수상작품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2회와 3회는 수상작이 없었다고 한다.





황세연 「흉가」 (2020년 수상작품)



 가장 최근 수상작이다. 재개발을 노리고 흉가로 전입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분위기가 음울한 집과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는 아내. 그리고 예전 집주인에 대한 흉흉한 소문까지. 마지막 반전은 흉가에서 귀신을 본 주인공에게 그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유철 「국선 변호사 - 그 해 여름」 (2007년 수상작품)



 국선 변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을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가장 정석적인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어떤 이는 따분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는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익 「무는 남자」 (2010년 수상작품)



 작가가 이 단편을 바탕으로 『선암여고 탐정단』이라는 장편소설을 출판했고, 이후 JTBC에서 드라마로 각색해 방영했다고 한다. 장편소설과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이 단편만 보면 왜 장편으로 출간되었고 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됐다. 여고 탐정단이 추리를 이끌어 가서 다른 추리물과는 달리 발랄한 분위기가 줄곧 유지되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나 추리 속에 감춰져있던 진실은 독자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황세연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2011년 수상작품)



 제목 그대로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이론을 사용해 소설을 전개해나간다.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처음 스치듯 지나갔던 떡밥이 마지막 결말과 맞물린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송시우 「아이의 뼈」 (2012년 수상작품)



 아이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아이를 죽인 살해범과 거래를 시도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범죄로 고통받는 유족의 모습을 통해 상실의 아픔과 단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조동신 「보화도」 (2013년 수상작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임진왜란을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조선, 이순신이 군사들을 정비하고 있는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순신 장군 휘하의 무관이 살인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홍성호 「각인」 (2014년 수상작품)



 2인조로 찰떡 호흡을 선보이는 형사들이 유괴사건을 수사한다. 아이를 납치한 이후 몸값 요구나 협박 전화가 일절 없는 이상한 유괴사건. 범인을 쫓을만한 단서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형사들은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묻혀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공민철 「낯선 아들」 (2015년 수상작품)



 가장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했던 단편이었다. 책을 읽을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읽고 난 후 여운이 남는 작품인지,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작품인지의 여부인데 이 단편은 그 가치관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이었다. 치매라는 소재를 사용해 노인들의 고독한 생활이나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단편이었다. 치매를 서술상의 트릭으로 활용해 초반에 혼란을 준 게 인상적이었다.



 



공민철 「유일한 범인」 (2016년 수상작품)



 작가가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난 수상작품에서 치매 노인을 내세웠다면 이번 단편에서는 자살을 선택한 고독한 노인을 내세웠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층의 생활에 초점을 맞췄는데 트릭과 추리를 통해 드러나는 죽음의 진실이 씁쓸하면서도 안타깝다. 엄청난 트릭보다는 간단한 트릭을 사용하면서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이 「귀양다리」 (2017년 수상작품)



 제주목사가 제주도에 유배를 온 유배객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목사가 자살 사건인 줄 알았던 죽음에서 석연찮은 점은 발견하고 그 죽음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당시 조선의 시대적 상황과 제주도만의 특수성, 현재와도 맞물려 있는 문제의식들이 소설에 진하게 배어있다. 역사물을 엄청 좋아해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었다.





정가일 「소나기」 (2018년 수상작품)



 아름다우면서도 여운이 남는 첫사랑에 추리를 접목시킨 단편이다. 풋풋한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과거를 회상하고 되짚는 과정에서 첫사랑이 마냥 달콤한 것만이 아니었다는 반전을 선사한다. 첫사랑을 다룬 소설로 유명한 황순원의 「소나기」와 제목이 같은 점이 인상적이다.(작가가 의도한 건가?)





조동신 「일각수의 뿔」 (2019년 수상작품)



 유명한 추리소설가인 애거서 크리스티가 작품에서 모티브로 자주 활용하는 동요 <머더구스의 노래>를 활용한 소설이다. 작품 뒤에 나온 작가의 말을 보면 살해 방식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주 쓰던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친한 친구가 만든 케이크를 먹고 죽은 사람의 사건을 추적하는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추리소설 애호가답게 추리소설을 보며 알게 된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범인을 추리해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동안 많이 접할 수 없었던 한국 단편 추리물들을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한 번에 접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냐, 아니면 정통 추리극이냐, 트릭에 집중한 소설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추리·범죄·미스터리 물에는 필연적으로 그 사회만의 분위기나 문제의식 같은 것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케이크를 조각내서 자르면 그 안에 어떤 구성물이 들어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추리물은 한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른 국가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 그 나라의 사회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기도 했지만 한국과는 다른 정서에서 나오는 이질감 때문에 한국만의 추리문학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기도 했었다. 같은 정서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추리문학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황금펜상과 황금펜상 수상작품들을 모인 이 작품집이 그 아쉬움을 해소시켜줄 좋은 시작이며 시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트홈이나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드라마들은 모두 원작을 기반으로 둔 작품들이다. 하나는 웹툰이고 하나는 소설이지만 굳이 둘을 묶은 이유는 두 작품의 장르가 모두 기존에 한국 문화에서 변방에 있던 장르이기 때문이다. 크리처 물이나 SF 물처럼 변방에 있던 장르들이 원작 인기를 바탕으로 메이저로 올라오고 그로 인해 그 장르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원작을 소비하는 그런 선순환처럼 추리문학 역시 황금펜상과 같은 시도들을 통해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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