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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글쓴이
김성광 저
푸른숲
평균
별점9.3 (39)
gkfhddl82

 

얼마 전 출판사 서평을 보다가 나와 딱 마음이 맞닿아있는 책을 발견했다. 홀로 단독육아를 하고 일하면서 잠깐 틈날때마다 내 시간을 사수해 책읽기와 서평쓰기를 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일이 지치고 힘들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마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다시금 내 안의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시끄러운 속을 잠잠히 해줄 것은 책읽기와 글쓰기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며 책을 시간을 쪼개가며 보는 사람. 바로 온라인서점의 경력 10년차 MD김성광씨다.

 

 

책을 읽다보니 이 분도 아이가 어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도 공감이 많이 되고 책에 대한 애착도 남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갈급해한다는 것도......

그래서 이 책이 편하게 술술 읽혔다.

나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내 시간을 확보해 그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 분은 일찍 출근하고 종일 일하는 근무환경에서도 출퇴근시간을 활용해 붐비는 지옥철에서 책을 읽고 아내와 주말 시간을 조율하며 책을 보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서 책 제목대로 '시간은 없지만 잘하고 싶다고...' 나는 이분에 비하면 여윳시간이 좀 더 있지만 아이들의 주양육자라 어찌보면 나도 잘하고 있는거다 위로하고 싶지만 가끔씩 일도, 육아도, 살림도 잘 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또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무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런 생각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이 나에겐 심심한 위로를 안겨 주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스콘과 달달한 커피와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원칙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려 한다. 내가 매일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점원으로서 최대한 폭넓게 책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매일 반복 되는 출퇴근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할당했다. 일관되게 실천하는 시간이 쌓일 때 원칙은 자연스레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뿌리내린다. 타인이 나를 바라볼 때도 '적어도 책을 열심히 살펴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해야 서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158

 

 

책의 좀 뒤쪽으로 가자, 저자의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솔직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참 멋진 사람이구나.

솔직히 다음 문장에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일었다.

 

 

 

「아이를 낳고도 원칙을 세워야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회사를 오가며 "부모로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고 원칙으로 삼으려했다.(중략) 정작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니 원칙이니 뭐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늘 잠이 모자라서 머리가 멍했다. 책을 읽을 수는 있었으나 활자가 나를 그저 통과할 뿐인 느낌이 들었다. 생각을 진지하게 이어가기엔 기력이 딸렸다.(중략)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다 아이가 모유를 끊을 즈음이 되자 다시 생각해 볼 필요를 느꼈다.」 P159

 

 

내 편견때문인지 위의 문단을 읽으면 이 분 당연히 엄마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가 '남편은 늘 육아는 살짝 거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인지 이분의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속의 그가 참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분이구나를 느끼며 책을 읽는데, 문장이 유려하진 않아도 담백했다.

 

 

 

「회사가 할당하는 업무와 아이와 생활이 요구하는 일을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한 계절이 흘렀다. 일, 가족, 세상. 내게 중요한 것들을 내 머리로 생각해보고 나름의 방향을 잡거나 기준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밥이나 잠, 가장 근간이 되는 것들을 줄이지 않고서는 도통 방법이 없었다.」 P202

 

 

저자의 말에 심히 공감이 된다. 그냥 일상을 살아내다보면 중요한 것들을 고심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점점 나도 점점 일이 끝난 후 '저녁있는 삶(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을 꿈꾼다.

 

 

「MD는 게이트키퍼로서 갑의 역할이 있다. MD는 소수고 출판사는 다수다. 누군가는 걸러내야 하고, 그게 MD의 일이다. 기준과 상황에 따라 걸러내는데 걸러냄을 당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분이 안 좋고 억한 심정과 억울함이 생길 것이다. 역으로 보면, MD는 출판사의 똑같은 요구나 요청을 수십 번 받는다. 업무 플로우를 간단하게 만들어놔야 시간 덜 쏟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늘 정해진 답변을 하고, 노출이 안 됐다는 출판사 하소연에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은유 인터뷰집<<출판하는 마음>>」

 

「상황과 여건이 개인에거 부과하는 압력을 인식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일보다 진일보한 태도다. 어떤 일에 '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일은 늘 조심스러워야한다. 하지만 태도의 올바름에 기대어 자기 몫의 책임으로부터 눈 돌리는 일은 진일보했던 걸음을 다시 반걸음 되돌리는 일이다.」p93

 

「타인의 고통에 관해 생각하다가,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워하다가, 부끄럽게도 생각은 자기만족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온 마음으로 공감하고 있는 내가 슬쩍 괜찮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고통조차 자기만족의 근거로 삼아버리는 무례를 내 안에서 저지르곤 한다. 이 무례를 자각하는 순간 다시 예를 차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례라는 걸 인식하며 스스로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자신이 또 흡족하다. 이쯤 되면 내가 과연 온 마음으로 공감하긴 했는지, 내게 정말 변화가 일어났는지 의심스럽다.」p102

 

 

P104

 

 

책을 계속 많이 보다보면 나도 제대로 잘 살아야하는데, 그냥 여기저기 휩쓸리며 편승하는 삶을 살지말고 나만의 뚜렷한 주관으로 옳은 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살자고 마음먹어보지만 그게 참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의 다짐에도 응원을 보내고 '아이에게 많은 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영향력을 키우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다'는 그 바람도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P107

 

 

반가운 책의 문구가 이 책에도 있어 옮겨와 본다. 내가 겪는 무수한 경험들이 결코 아무것이 아닌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해본다. 원치 않은 경험일지라도 무엇하나 의미없는 건 없다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에게만 있을 것 같은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잘 넘기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책의 영향력은 자주 상찬되지만, 때로 책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책이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높은 문턱을 넘겨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삶으로 돌아오고, 책은 거기서 끝난다.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P127

 

 

 

때론 나도 좋은 책을 읽으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삶으로 그 책의 영양분을 가지고 와 삶에 녹여내는 일, 쉽지않지만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요즘 7살 아들의 마음을 읽기가 어렵다. 말로 표현하는 것을 엄청 잘 하는 아인데 뭔가 섭섭한 마음이 있는건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는 건지 감정을 떼부리기, 징징거리기, 토라지기의 방법으로 표현한다. 보통 육아서에서 많이 이야

 

기 하듯 아이마음을 들여다보고 먼저 알아주라고 하는데 도통 잘해주고 원하는 걸 들어줘도 하루를 넘기지않고 이내 투정을 부리는 아이가 못마땅했다.

오늘 읽은 책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라는 책에서 아동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이 아기의 부정적 행동이 '공격'본능에서 비롯됐다는 기존 정신분석학 관점을 반박하여 아기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사랑'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종류의 사랑을 '무정한 사랑'이라고 칭했다는 것을 보았다. 혹시 내 아이도 엄마에 대한 사랑표현을, 관심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렇게 부정적 반응으로 보인건가 생각하니 아이가 떼부릴때마다 매몰차게 굴었던 가슴한켠이 아려온다. '아이가 괜찮은 순간에도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겠다는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의 저자의 다짐을 나도 깊게 새겨 넣어야겠다.

 

 

P163

 

 

 

육아에 대한 감수성도 참 풍부하신 듯 하다. 이런 아빠라면 자녀도 올곧게 잘 자라지 않을까 싶다.

 

P192

 

책의 작은 오르내림에도 사람들의 욕망과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었고, 나는 세상의 복잡한 무늬를 들여 다보는 현미경을 얻은 기분이었다.

 

위의 문장에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느끼는 뿌듯함, 만족감이 잘 담겨 있는 듯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리고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를 읽으며 서점인으로서의 한 사람의 내밀하고 은밀한 일상을 엿본 재미가 쏠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능력이 부족해서 여전히 쓰지 못한 것이 많다. 생각이 익지 못해서 그렇다. 쓰지 못한 것들을 개인적으로라도 계속 써보고 싶다. 순간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 잠을 포기할 가치가 있었다.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세심하게 쌓아올린 생각을 바탕으로 단단하게 빚어낸 태도를 가진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나도 저자의 말처럼 좋은 문장들을 아로새기며 단단하게 빚어진 마음가짐과 태도를 겸비하고 싶다. '나를 살리는 문장이 이내 몸 깊숙히 기숙하면 자칫 세상에 휘둘리지 않을 강단이 생긴다'라고 말씀하신 <<북코디네이터>>의 이화정선생님 말씀도 떠오른다.

오늘도 단단한 나를 만들기위한 책읽기에 활력이 생겨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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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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