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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글쓴이
다자이 오사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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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8.5 (4)
봄책장

이 책을 읽으며 세 가지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

1. 비어 있음 혹은 허무

 

라는 존재는 없어. 바람이야. 비어 있어. (p.18)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를 쉽게 농락한다. 집안의 하녀들이 우선 에게 몹쓸 짓을 한다. 그리고 친구 호리키를 삥 뜯는다.(처음에는 ‘5엔 좀으로 시작해서 그에게 세상을 알려준답시고 술, 담배, 매춘을 알려 준다. ‘의 순수를 철저히 삥 뜯는다.) 속이 비어 있는 사람에게 색을 씌우고 그 안에 무언가를 마구 채워 넣는 일은 참 쉬운 듯하다.

 

 

2. 세상에 넘쳐나는 유쾌한 불신

 

  아버지의 개회사도 서툴렀고, 그 유명 인사의 연설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느니 하며, 아버지의 동지들이라고 하는 양반들이 성난 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우리 집 거실에 들어서서는 진짜 기쁜 듯한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오늘 밤 연설회는 대성공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 참으로 대단하고 그야말로 떳떳하며 밝은 유쾌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 넘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p.27)

 

불신앞에 유쾌한이라고 붙일 수 있는 대담함. 세상을 향한 조롱이 이 작품에 조용히 넘쳐난다. ‘는 어른들의 앞과 뒤를 본다. 서로 맞닿을 수 없는 그 양면의 세계. (이 세계는 어쩌면 눈앞에서 웃고 등 뒤에서 칼을 꽂는현대인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천성이 유약하고 순수했던 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그러나 조차도 세상에 물들어 간다. 그러나 교활하고 영민하게 의 이익을 스스로 챙기며 세상에 물들어갔어야 하나, 나를 놓아버리고 나를 잃어버리는 쪽으로 세상에 물들어 간다. 가령 예를 들자면, 약간의 놀이 성격을 띠는 죽음이나 술, 담배, 여자 등등으로 오염 혹은 감염된다.




3. 인간이 가진 쇠꼬리

 

평소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예를 들어 소가 풀밭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배에 앉은 파리를 꼬리로 탁 쳐서 죽이듯이, 느닷없이 인간의 무서운 정체가 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본성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저 스스로에게 절망했습니다.(p.18)

 

 이 책에서 ‘는 종종 이렇게 하느님께 묻는다.

? "하느님께 여쭙습니다. 믿음이 죄가 되나요? 저항하지 않는 것이 죄인가요?"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몰라서 묻는 것일까, 대답을 바라지 않고 묻는 것일까. ‘는 분명히 믿음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어 왔을 것이고 세속에 저항하지 않는 삶이 특별히 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가진 욕망이나 본성은 쇠꼬리라는 형식으로 느닷없이 그 믿음, 무저항성을 짓밟는다. ‘는 인간들이 가진 쇠꼬리에 한 차례, 두 차례 지속적으로 등짝을 맞고 팔다리를 맞고 기어이 심장까지 얻어맞는다. '대체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심한 소리나 하는 로 변모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인간의 조건이라 여긴 쇠꼬리로 인해 스스로에게 절망했다는 부분이다. ‘역시 쇠꼬리를 가진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혹은 탈인간의 세계에 있으면서도(인간의 변두리, 혹은 그 경계에서 인간을 바라보면서도) 언제나 인간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의 양면을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까? ‘는 항상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의 세계에 편입되기를 희망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대충 묵직한 이야기들을 건드려 봤으니

주인공 요조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보자.

우선 유년시절청소년 및 청년시절을 건드려 본다.

 

 

  유년 시절의 는 개구쟁이 가면을 쓰고 익살을 처세술 삼아 살아가는 슬픈 삐에로 같은 존재다. 속이 비어 있어 바람과 같은 존재이기에 어느 가면을 써도 곧잘 '나'와 어울려 보인다. 어른들은 어린 요조를 천둥벌거숭이 같은 순수함과 천진함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는 이미 인간의 어두움을 알고 있고, 심지어 이해하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엄숙한 가정환경 안에서 제삿밥 먹듯 식사를 하며 살아왔으며, 아버지가 선물을 사 주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의 구미에 맞게 답변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나'는 아버지 수첩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사주길 원하는 선물을 몰래 적어 넣는다. 이 장면은 왠지 섬뜩하다. 혹은 애처롭다.) ‘를 둘러싼 1차적 외부 세계인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실망감을 안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구쯤은 간단히 날려버릴 수도 있는 무모함. 게다가 자신의 욕망을 타인의 욕망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체해 놓으려는 타인 본위의 종속적 삶.’

 

  이러한 종속적 삶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여자를 비빌 언덕 삼아 돈을 얻거나 생명을 빼앗는다.(여성과 동반자살 후 자신만 살아남는다.) 혹은 여성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순수를 되찾고자 결혼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이도 저도 실패하자 어느 다리 아픈 약국 여자에게서 모르핀을 제공 받으며 점점 미쳐가다 결국 스스로 '인간실격'이라 부르게 된다.

?

 냉철하게 인간의 추악함을 꿰뚫으며 자신의 어른스러움을 부러 개구쟁이로 가장하던 어릴 적 는 어디 갔을까? 그러한 분별은 싹 사라지고 세상 물결에 휩쓸리는 어른의 만 남았다.

 



나를 속세에 휩쓸리게 만드는 대표적 인물, ‘호리키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


세상이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자네가 세상 아닌가?’

?

?

 적어도 처음에는 '나'에게 호리키가 세상의 눈이다. 세상을 보는 통로가 된다. (아니 어쩌면 호리키가 자신이' 세상의 눈', '세상의 기준'인 척하였기 때문에 '나'도 그리 알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세상의 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의 세상은 호리키를 통해서만 보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호리키는 자신을 기준점으로 삼아 를 인간실격으로 몰아가려 한다. '세상이 가만 있지 않으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만 되묻는다. '세상이 가만 있지 않는 게 아니라 '자네'가 가만 있지 않겠다는 뜻은 아닌가? 자네가 말하는 세상이 실은 '자네 자신 아닌가?'

 호리키는 적일까 내 편일까. 친구일까, 아니면 '나'가 처음에 주장하듯 놀이 상대였을까. 호리키는 처음에 '나'의 놀이 상대이자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해 주는 이다. 그러나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나'는 결국 호리키에게 의존해 버린다.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이 되어 결국 세상에 더 이상 저항하지 않다가 아내와 호리키 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고 만다. 호리키를 보며 생각한다. 내게도 호리키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를 내 편으로 이해할까, 아니면 조심해야 할 적으로 생각할까? 호리키라는 인물의 면면을 읽으면서 세상이 내 편인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호리키라는 인물을 알았으니,,)

 

?

?


이제 는 대체 어떤 존재인지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를 통해 말하려는 여섯 개의 어두움

 

 

 

1. '허무'


조금이나마 삶에 대한 '놀이'를 즐겼지만 이내 자살 시도를 해 버린다. 그것도 한 번은 동반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갔고, 두 번째는 자신을 죽음 근처의 절벽으로까지 몰아간다. 또한 '나'는 자신을 '바람'과 같이 '비어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세상에는 자신이 머물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2. 상실


 '나'가 지녔던 어릴 적 순수는 어른들에게 '능욕'당한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내에게서 찾으려 했던 '순수'도 세상이 이를 더럽히고 만다. 또한 자신이 태초에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점점 옅어지고, 자신도 세상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다운 마음을 상실해 간다. 급기야 스스로 '나'는 '인간실격이로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3. 의탁


 권위주의적인 가풍 아래에서는 가족의 권위자인 아버지에게 의탁한다. 집과 고향을 빠져나온 이후로는 '호리키'라는 친구에게 의탁하다가 그 뒤로는 주로 여러 여자들에게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며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술'에 의탁하고 술에 의탁하는 자신을 끊으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모르핀'은 자신을 더 파멸로 이끈다. 자기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 본 적이 없고 세상 밖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나'다. 인간의 적나라한 밑바닥을 어린 나이에 알아차린 '나'이지만 그런 인간들에게서 결국 벗어나거나 독립하지 못하고 그 인간 세계에 '나' 역시 매몰되고 만다.



4. 방황


자기 인생을 남에게 묻는 버릇이 생겨버린 나.

 "일을 하는 게 좋을까요?"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인간 세계를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려서일까? 아니면 인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인간이 되기를 지레 포기해 버려서일까.



5. 퇴폐


 상실과 방황의 기운에서 더 나아가 퇴폐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인간이 되는 길을 상실하고 인간실격의 경계에 서 버리고 마는 나. 나는 술이나 담배, 여자 등의 쾌락에 자신을 내맡긴다. 인생의 뚜렷한 구심점을 자기 자신에게서, 혹은 세상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6. 나약


 나약하다보며 병약해져간다. 공황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던 '나'가 나약함을 잊고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들은 세상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다. 때론 술에, 아니면 여자(매춘)에, 혹은 모르핀에 의탁한다. 어쩌면 '나'가 허무와 상실과 의탁, 방황하는 병이이 생기기 시작한 그 첫 단추가 '나약함'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약한 모든 이가 나약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나'에게도 독자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숨어 있었을 테지만.




?이 여섯 가지의 어두움을 통해 '나'의 습성을 건드리고, 다시 이를 통해 '인간실격'이 대체 어떤 것인지 내 멋대로  건드려 보고자 한다.  

?

?




그리고 딱 한 문장만 뽑으라면?

 

 

 

 

비어 있어.”

 

 

 

 

 이 문장을 읽고 텅 빈 무언가를 느낀다.

하지만 '무언가를 느꼈으므로' 내 안이 완전히 텅 비어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비어 있음'을 느끼는 마음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리고 주인공 '요조'도 자신이 비어 있다고는 했지만 결국 완전히 비어 있는 존재는 아니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무언가를 채우고자 했던, 인간으로서의 마음, 그것이 요조 안에 가득했으리라 믿는다. 비록 마지막까지 채우지 못하고 인간이라는 심사에서 불합격, 곧 '실격' 처리가 되었지만.

?



읽은 기간: 2017. 8.1.~ 8. 6.

같이 읽으면 좋을 책: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 노랑무늬영원, 그대의 차가운 손(한강)

같이 들으면 좋을 노래: 영혼은 불안은 잠식한다(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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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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