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비
  1. 문학/에세이

이미지

도서명 표기
5년 만에 신혼여행
글쓴이
장강명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8.6 (75)
금비

 

장강명 작가의 책 중 읽은 것이라곤 [댓글부대]가 다 이지만 그 작품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다음 작품부터는 구입해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전 작품들도 읽어야지, 하곤 있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다른 작가의 최신작들도 줄줄이 나오니 과거의 책들은 자꾸만 미룬다. 페북에 작가가 올린 에세이 출간 소식을 보곤 전작은 놔두고 신간이라도 잊어먹기 전에 사두어야겠다 싶었다. 저 사진은 8월에 책을 사자마자 찍은 사진이다. 바로 읽고 싶어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음에도... 벌써 시월이구나.

 

 

제목만 보고 궁금했었다. 결혼'식'을 끝내고 설렘을 가득 안고 달리는 곳이 신혼여행지 아니던가. 생애 최대의 치장을 하고 현실의 내가 아닌 동화 속의 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 공식적인 날. 바로 결혼식에서의 황홀한 한 시간을 위해 우린 어마어마한 돈을 쏟는다. 결혼을 준비하는 건지,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지 분간은 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는 것이 럭셔리 신혼여행. 결혼이라는 대업에선 값비싼 여행상품은 용서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보통 그렇게 밟는 우리네 결혼'식' 문화 아닌가. 그런데 결혼하고도 5년만에 신혼 여행을 떠나다니. '신혼'은 한참 지났지만 신혼여행은 보통명사로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결혼은 했으나 남들 다 가는 신혼여행을 이제 떠나는 것일 뿐이다.

 

책에서 장강명 작가는 아내를 HJ로 지칭한다. 아내가 실명을 쓰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겠지. (아마 독자들은 이니셜만 보고 이름을 상상할 것이다. 희진? 혜진? 희주? 혜주? 효진인가? 이러면서) 흔한 여행 사진 하나 없다. 간결한 선과 묽은 단색으로 칠한 삽화 몇 개가 전부다. 장강명 작가의 개인사를 조금씩 엿보는 즐거움은 나도 역시 관음증 기질이 있구나, 하며 쑥쓰럽게 웃어버리기도 했다. 장강명 작가 부모님쪽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 식은 뺀 혼인 신고만, 거기다 정관수술을 해서 자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부부이다. 결코 평범에 속하지 않는 이탈자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독립적인 삶의 자세가 오히려 돋보였다. 소신껏 선택한 방식이라면 그것이 그 사람의 삶에는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행복하고 좋아죽겠는 걸 뭐.

 

에세이는 작가의 색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문체 같은 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세상에 대한 태도가 더 선명히 드러난다는 말이다. 장강명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서인지, 이공계 출신이라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라 공과 계열로 진학했고 기자도 선택했는진 모르지만 어느 게 앞이 되고 뒤가 되던 간에 글 속에서 드러나는 장강명은 냉소적이고 건조한 시선은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감각을 깨우는 서정성이나 감성적인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사물에 대해, 현상에 대해 뭉글한 표현으로 파고들기 보단 현상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설명식 서술을 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가졌던 생각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장강명 작가와 HJ는 보라카이로 3박5일 일정의 신혼여행을 떠난다.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사람은 여느집처럼 아내인 HJ이다. 3박5일짜리 여행을 한 권의 책을 엮을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것이 놀랍다. 억지로 분량 늘렸겠다 싶었는데 읽는 동안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3박 5일이 꼼꼼하게 들어 있다. 부부 간의 대화가 글에서 느껴지던 장강명의 냉정함이 없어서 그 점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도 귀여운 남편, 애교 있는 남편, 아내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란 게 놀라(?)웠다.

 

 

이 장면에서 배시시 웃었다.

나도 남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옆에 없었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보았다.

 

 

 

내남편의 답도, 가관이다.ㅋㅋㅋㅋ

 

  

여행 스타일이 나와 조금 달라서인지 하나하나 돈으로 따지는 HJ의 모습에 이상하게도 측은함이 들기도 했다. 뒤쪽에 장강명 작가가 그런 아내에 대하여 "가난한 집 딸의 자세를 아직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즐거움을 맛볼 때도 늘 본전을 생각하는 습관이 그녀의 몸속 깊이 배어 있는 것이다."(202쪽)라고 서술했는데 아, 그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따지고 꼼꼼히 사전 조사하는 여행 방식이 삼십대 후반의 내겐 귀찮은 일이 되었는데 이것은 혹시, 예전보다는 경제적으로 그렇게 쪼들리는 것이 덜하게 되어서인가? 가난한 딸로 살아보진 않아서인지도.(나의 가난에 대한 기준이 낮다는 말이기도 하다. 먹고는 살았으니 , 대학 교육까지 시켜주셨으니 가난하지 않다는 말.)

 

 

이들만의 방식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잘 맞는 두 사람이 만났으니 남들이 뭐라하든, 왜 평균에서 벗어나는 삶을 사냐고 물어보든, 개의치 않고 둘이서 즐겁게 알콩달콩 살아갈 것이 눈에 딱 보인다. 특히 장강명 작가의 곤조(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음)가 마음에 든다. 독자로서 장강명 작가의 글에서 묻어나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남편으로서의 장강명 작가를 보고 있으니 HJ도, 장강명 작가도 서로 윈윈, 잘 만났다 싶었다.

 

에세이 곳곳에 장강명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뚜렷이 보인다. 불편하게 덜그럭 거린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혼재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니.... 살맞대고 사는 둘이 즐겁고 행복하면 됐지.

 

 

 

 

 

좋아요
댓글
18
작성일
2023.04.26

댓글 18

  1. 대표사진

    금비

    작성일
    2016. 10. 23.

    @mira

  2. 대표사진

    큰산

    작성일
    2016. 10. 21.

  3. 대표사진

    금비

    작성일
    2016. 10. 22.

    @큰산

  4. 대표사진

    simplemen

    작성일
    2016. 10. 31.

  5. 대표사진

    chukiee

    작성일
    2016. 10. 31.

금비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9.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2.2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2.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3.9.3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9.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125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50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