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외

모모
- 작성일
- 2024.2.2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글쓴이
- 박완서 저
세계사
내가 사는 도서관에는 박완서 작가 문학관이 별도로 있어 둘러본 적이 있다. 많은 책을 냈음에도 난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 얼핏 도서관에서 에세이를 꺼내 읽으면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꾸밈없는 문장 이면서도 그 안에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느낌이 풍겨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6.25를 겪고 오빠를 잃고 그리고 아들을 잃었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멍이라 할 수 있다. 에세이를 읽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향이 개성에서 더 들어가는 산골마을로 산봉우리로 마을이 하나씩 있던 작은 마을... 그러나, 그 누구도 그곳을 열악하다고 하지 않았다. 소신껏 자신들의 몫을 하고 나누어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마을이다. 책에서 묘사된 고향의 모습은 몇 페이지를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리워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 후 고향을 떠나 인왕산 근처에 터를 잡았는데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이니 그 시절 여인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산다는 건 큰 용기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친모는 그렇게 했고 자녀들의 교육에도 정성을 쏟았다. 비록, 전쟁으로 대학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가정주부가 되고 나서 우연히 기고한 작품이 상을 받으면서 시작된 작가의 길... 그러나 왠지 푸근한 것은 살아왔던 그 삶이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었기 때문일까? 지금은 대중교통이나 기차가 잘 발달되어 어디든 쉽게 여행을 가지만 80년 대만 해도 이동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인과 같이 새마을호를 타고 떠난 여행 이야기는 고되면서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볼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 생각 역시 그 시대를 따라간다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듯이 말이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지금과 전혀 다른 배경이 생소하면서도 더 인간적인 면을 느낄 때도 있었다. 저자는 여행 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면 굳이 지인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조용히 다녀온다고 한다. 왜 그럴까? 보통 그 지역의 지인에게 부탁하곤 하는 데 오히려 자신 정성스럽게 대해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불편해도 숙박하는 게 편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동안 답답해서 어디로 갈지 헤맬 때 이해인 수녀님을 알게 되어 수녀원에 묵었던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공감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동시에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 에세이였다.
40세란 좀 늦은 나이에 시작한 소설 쓰기도 6ㆍ25의 악몽을
배설해 내려는 몸부림과 무관하지 않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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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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