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님
  1. 문장수집_ 독서노트(에 다 담지 못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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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월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곽아람 저/우지현 그림

이봄 | 2021년 06월





 



도서관에서 대출한지 3주째, 내일 반납일이다. 9월달에 빌려와도 다른 책들 땜에 급하게 읽었다. 좀더 머무르고 싶은 문장들이 많은데, 내일 떠나보내야 한다.



아쉬운 마음에 플래그 표시해둔 몇 군데 문장만 옮겨본다.



 



 



 





 



왕녀의 품격, 소공녀세라



 



자아의 일부분이 된 소공녀를 한 해를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 전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다시 읽어보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원서와 대조해가며 읽는데 눈물이 툭, 떨어졌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성공한 아버지 친구를 만나 부를 되찾은 세라에게 민친 선생이 "이젠 넌 다시 공주가 된 기분이겠구나"라고 빈정대자 세라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다른 어떤 것이 되지 않으려고 애썼을 뿐이에요. 가장 춥고 배고플 때조차 다른게 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요."




(32쪽)



 





 



우아함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빙점』 요코



 



힘껏 살아보려 애써보지만 내 마음에도 역시나 빙점이 있다. 질투와 원망과 미움과 욕망으로 놀랄 만큼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의 어떤 지점들.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없어질수록 더 빈번하게 생기는 마음의 매듭, 얼어붙은 마음이 일그러지는 상태가 괴롭기 때문에, 그 얼음을 녹이는 걸 평생의 과제로 생각한다.



빙점의 결말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요코는 사실 살인범의 딸이 아니다. 소설은 오래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요코가 주삿바늘에 얼굴을 찡그리며 깨어날 것을 암시하며 이런 문장으로 끝맺는다.




유리창이 덜거덕거렸다. 알고 보니 숲이 바람에 윙윙거리고 있었다. 또 눈보라가 칠 모양이었다.




(46쪽)



 





 



내 독립성의 원천, 『유리가면』 마야



 



기자 생활 5년 차였던 스물아홉 살 가을, 회사 블로그에 쓴 글이 인기가 있어 출판사에서 책을 쓰자는 제안이 왔을 때 그래서 좋았다. 내 힘으로 일궈낸 세계여서다. 12년 차 직장인이었던 서른여섯 살 봄, 서울에 내 집을 장만했을 때도 좋았다. 고달픈 서울살이 끝에 내 힘으로 절어 저축해 마련한 자산이었으니까. 누군가는 자수성가하는 것보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 많은 편이 낫다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노력을 기울여, 차근차근 하나씩 자기 힘으로 일궈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제 손에서 나온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독립적인 여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건 팔 할이 유리가면 덕이다. 



(76쪽)



 





 



영혼의 단짝, 빨강머리 앤



 



내가 수업을 등한시하면서까지 편지 쓰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것 같다. 어쨌든 나는 계속해서 편지를 썼다. 고등학교 때도, 재수할 때도, 대학에 가서도. 그녀가 들어주길 바란 이야기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 행위를 통해 치유받는다는 걸 처음 깨달은 건 아마도 그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



"우린 빨강 머리 앤 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거 같아. 앤이랑 다이애너가 손잡고 맹새하는 그 장면 있잖아. '영혼의 친구'가 되겠다며."



"야. 내가 너한테 그렇게 많은 편지를 쓴 것도 다  빨강 머리 앤 때문이잖아. 난 너를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했거든."



"앗, 그런 거였어?"



"설마 모랐던 거야?"



우리는 소리 높여 함께 웃었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라는 책을 읽었다. 출판 담당 기자에게 매주 쏟아지는 수십 권의 신간 중 굳이 그 책을 집어 든 것은 제목에 끌려서였다. (...) 책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며 안심시키다. 더이상 '호구'노릇 하지 말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이 친구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조언이 주된 내용이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이 책 내용중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게 뭔가요?"하고 물어봤다. '빨강 머리 앤과 다이애너는 없다'라는 챕터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태 친구에 대한 환상'이라는 부가 설명이 붙은 이 챕터에서 저자는 말한다.




오래 만나왔다고 해서, 많은 것을 공유해왔다고 해서 모두 친구인건 아니다. 진짜 관계인 것도 아니다.(...) 빨강 머리 앤과 다이애너와 같은 운명의 친구, 영원히 함께 하는 단짝이란 존재가 현실에 항상 존재하는 건 아니다. 친구 또한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성유미 지음, 인플루엔셜, 2019, 133-134쪽)




 (98-100쪽)



 





 



공적인 나와 사적인 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서른두 살에 생을 버린 여자의 글을 마흔두 살의 첫 일요일에 읽으면서 미국 융 심리학 전문가 제임스 홀리스의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의 몇몇 구절을 떠올렸다.




흔히들 '중년의 위기'라고 하는 이 시기를 나는 '중간항로'라 부르고 싶다. 이 시기에 우리는 삶을 재평가하고, 때로는 무섭지만 언제나 해방감을 주는 한 가지 질문 앞에 설 기회를 갖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가?



(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더퀘스트, 2018, 8쪽)




40대에 접어든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위기감에 대해 홀리스가 융의 견해를 빌려 정리한 것을 요약하자면, 한마디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던 페르소나, 즉 공적 자아의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이야기다. 인생이란 딸로서의 나, 학생으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등 수많은 공적 자아르 ㄹ구축해가는 과정인데, 태어난 지 40년쯤 되면 이미 충분히 개성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라 분노를 포함해 지금까지 억제하며 살았던 감정이 소위 '중간항로'를 거치는 동안 끊임없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141-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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