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님
  1. 문학/작가/동화/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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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글쓴이
최은영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9 (694)
사랑님


읽은날: 2023.10.12~2023.10.16

지은이: 최은영

출판사: 문학동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녀가 갔던 곳까지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44쪽,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에서)



 




 



[[아주희미한 빛으로도도]]는 최은영 작가의 중단편소설 7편이 담긴 책의 제목이며 책속의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주 우리 동네 책방인 <<최선책>>에 놀러(?) 갔다가 책방지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책방 서가를 둘러보던중에 책 제목(예스 블로그 리뷰에서도 봤었던...)과 함께 책표지가 나를 멈춰서게 했다. 



 



 







 



책 제목과 책 표지의 사진이 다를듯 다르지 않고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인데 책표지는 아주 밝은 빛이 가득한 공간에(책상에) 엎드려 몇권의 책에 턱을 궤고 있는 여성의 모습. 옆 모습이고 얼굴면이 담아 있지 않지만 책표지속 여성의 얼굴을 이렇게 상상해 본다. 눈은 뜨고 있지만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생각을 도저히 읽어내지 못할 모습일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희미한 빛이 아닌 밝은 빛이 가득한 공간이 주는 눈부심이, 따사로움이 낯설어지는 지점에 서있는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상태일지도...



 



 



최은영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그 유명한(?) [밝은밤]도 앞에 읽다가 말았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더 그런듯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만난 최은영 작가의 소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글이, 문장 하나하나가 어쩜 이리 이쁠까 생각했던게 첫 느낌이라면 소설을 덮으면서 드는 느낌이나 생각은 그저 이쁘기만 한 글은 아니란 생각, 내가 너무 단순한 한 문장으로 최은영이란 작가의 글을, 소설을 표현했다는 부끄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적절한 어휘를 찾아내는게 난 너무 힘든 사람이니까... 이시점에서 글쓰기를 잘하는 분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 ㅠ.ㅠ



 



7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만났던 다양한 인물들과 상황들 속에서 만나게 된 나의 감정들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이름 붙이기 어렵다. 역시나... 



약간의 일렁임, 울렁거림, 울컥거리는 움직임들이 올라왔다. 어느 소설에서는 주인공에, 어느 소설에서는 주변 인물에, 어느 소설에서는 대화들 넘어 보이지 않는 표정들에.....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나 울림들이 과연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걸까? 하는 질문을 내 스스로 하면서 이렇게 책을, 소설을 읽어가는게 맞는 걸까 하는 질문도 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만이 이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면 저자가 원하는대로 독자인 내가 반응을 보이는 걸까?



궁금해졌다. 내 감정들이.... 아...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과 대화해 볼수 있다면....



 



최은영 작가님의 7편의 소설은 소설이여서 주는 감동이 있었고, 문학평론가님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평론, 해설한 문학적 관점의 글들이 나의 문학적 감수성(?)을 건드려 주었다. 



 




그에 따르면 여성은 독서를 통해 "비판적인 것과 고백적인 것들"을 서로 비추고 교직시킴으로서, "미학적인 경첨"을 구성하는(으레 '반지성적인 감상'이나 '감정과잉'이라고 비판의 대상이 되곤했던) "감성과 쾌락"을  "신중한 탐구"의 일면으로 활용한다([보이지 않는 잉크] 94쪽). 리타 펠스키는 책 속 이야기에 매혹된 나머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듯 그려진 '보바리부인'을 예시로 내세우면서 그간 어느 정도 경시되어 왔던 '여성독자'의 '몰입'과 '동일시', '공감대 형성'으로 채워진 독서 행위가 오히려 한 사람이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구성되는 정체성의 조건이자 "억압받는 커뮤니티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행위"(같은책, 68쪽)의 출발선이 된다고 말한다. <<밝은밤>>의 인물들 또한 함께 읽는 시간을 통해-전쟁중에는 더욱이 가로막혀 있었을- 살아 움직이는 자의 생기를 서로에게서 발견하고, 이야기라는 구체적인 형태로부터 세상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을 감각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은영의 여성은 '읽는 행위'를 통해 개인의 불운으로 여기기 쉬운 일들을 사회 구조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시야를 얻음으로써 삶을 쉽게 등지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이번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325-326쪽, 양경언 문학평론가 <더 가보고 싶어> 중에서)




 



 



문학평론가의 글을 읽을 기회도 별로 없었지만 뭔지 모르게 평론가들의 글을 읽으면 저자의 글을 저자도 아니면서 저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듯한 어조로 가르치고 설명한다고 느꼈었다(부끄럽기 그지 없는 생각이다)



 



분명한건 비전문가인 독자들이 읽고 쓴 리뷰, 서평과는 사뭇 다르게 전문가로서 문학작품의 평론을 쓴것은 더 힘이 있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평론가가 설명하는대로 책(소설이)이 읽혀지지 않으면 나는 문학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지를 못한 사람이라고 자책하게 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건 아마 문학(국어, 문학 수업등)이라는 과목으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 소설과 시를 분석하고 배웠던 습성이 남아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 감동,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책 끝에서 만난 해설 - 문학평론가 양경언 님의 글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양경언 문학평론가님이 비평의 글을 쓰면서 인용한 [[보이지 않는 잉크, 토니모리슨 저]] 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 나온 주인공들의 세계를 설명해 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이를 알아보는 독자가 발견하기 전까지 행간에 그리고 행의 안팎에 숨어 있는 것이다"라고 토니모리슨이 말한것(?)을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아~~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만났던 주인공들, 상황들, 대화들, 그리고 대화 넘어 숨겨진 것들에서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걸 "보이지 않는 잉크"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읽어"내지 못했던 문학적 감수성, 작가의 텍스트, 작가의 세상을 오롯하게 알아 내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때론 나같은 사람을 위해 문학평론의 전문적인 글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들의 이야기, 주변인의 모습, 대화 그리고 대화 넘어 어떤 것들(저자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의 움직임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나 생각들이 맞는걸까?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걸 쓴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느꼈던 행간의 '보이지 않는 잉크'가 맞고 틀림이 아닌 독자가 새롭게 써내려간 또다른 '보이지 않는 잉크'였음을 생각한다. 그게 바로 소설, 문학작품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보이지 않는 잉크]]라는 토니 모리슨의 책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은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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