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에쓰비
- 작성일
- 2008.5.6
비투스
- 감독
- 프레디 M. 뮤러
- 제작 / 장르
- 스위스
- 개봉일
- 2008년 4월 9일
음악은 단지 소재에 불과했다. 이 영화, 흔히 봤던 피아노 영화완 다르다. 단골 메뉴인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피아노협주곡 2번'도 안 나온다. 보통은 이렇다. 타고난 실력을 지닌 천재 소년이 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우연히 좋은 선생님의 눈에 띄어, 가르침을 받게 되고. 몇 년 뒤 세상으로 데뷔,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룬다. 중간에 선생님과의 불협화음은 필수다. 이것이 일반적인 각본이다.
영화 '비투스'(VITUS·감독 프레디 M.뮤러)도 처음엔 수순을 밟는다. 생일잔치 때 비투스에게 우연히 장난감 건반을 줬더니, 생일 축하노래를 단번에 연주한다. 말로만 듣던, 절대음감. 타고난 천재라는 1단계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다. 5살 때, 피아노를 사줬더니 어려운 곡도 척척 해낸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전형적인 피아노 영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아이는 피아노만 잘 치는 게 아니다. 공부에서 청춘사업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 없다. 아이큐 180의 만능 천재, 이 변수 하나가 영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그 시작은 12살 때부터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 비투스 엄마(유리카 옌킨스)의 치맛바람도 이때쯤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름 난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이를 데려간다. 조금만 쉬려고 하면, "연습하라"며 아이를 다그친다. 혼자 사는 할아버지(브루노 간츠)는 비투스(테오 게오르규)에게 유일한 해방구다. 답답한 심정을 알아주는 유일한 친구가 돼 준다.
비가 억세게 내리던 어느 날 밤의 사건 이후, 영화는 180도 뒤바뀐다. 형편이 어렵다는 할아버지 말에, 비투스는 갑자기 주식 시장에 뛰어든다. 천재라는 말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 예측하기 어렵다던 주식도, 며칠 신문보고 인터넷 좀 뒤적이더니 투자 종목을 골라낸다. 평생 모든 돈을 모두 걸어야 하는 할아버지가 머뭇거리자 한 마디로 쐐기를 박는다. "비행기는 땅에 있을 때가 제일 안전해요. 그렇지만 비행기는 날려고 만들었잖아요."
예상대로, 주식은 대박이 난다. 몇 번 투자했을 뿐인데, 비행기 조정연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계를 사고, 경비행기까지 샀는데도 돈이 남는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빌딩 한 층을 빌리고, 급기야 주식 사이트 아이디와 같은 이름의 '닥터울프'(Dr.Wolf)라는 투자회사까지 세운다. 세상이 영화만 같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소 황당하지만, 12살 꼬마의 발칙한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치맛바람 일으키는 우리네 엄마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부모들의 만족을 위해 아이를 너무 쪼지 마라.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다시 피아노 얘기로 돌아온다. 이후엔 보통의 각본을 따른다. 영화 말미엔 조촐하지만 오케스트라와의 피아노 협연 모습도 볼 수 있다. 스토리가 뚝뚝 끊어진 것은, '극적' 반전 때문이니 오해하지 말길. 극장 입구에서 "브루스윌리스가 유령이다"라고 얘기하는, 그런 영화헤살꾼이 되기는 싫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한 스위스 영화인데.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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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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