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휘연
- 작성일
- 2018.6.28
쓰기의 말들
- 글쓴이
- 은유 저
유유
이 책은 독특하다. 책을 막 구매하던 때 글쓰기 책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 덜컥 구매했었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라는 부제에 마음이 끌렸다. 안
쓰는 사람이 쓰게 되다니? 얼마나 매력적이면?
책이 도착하고는 그대로 쌓아두었다. 그러다 많은 책들 사이에 이 작은 책은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한 번은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볼까 하고 책을 찾는데 결국 못 찾아서 못 읽었다-_-.. 그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가 글쓰기 관련 책들을 한꺼번에 읽고자 겨우 찾아냈다. 그만큼 나에게 존재감이 없는 책이었다.
펼쳐보고 놀랐다. 아, 책 구성이 이렇게 되어 있구나.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쓸 수도 있구나. 그제서야 책의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쓰기의 말들, 즉, 내가 쓸 수 있도록 자극이 되어줄만한 글들이 가득했다. 저자는 자신의 수첩에 문구를 꾹꾹 눌러 적는 듯 하다. 자신의 마음에
새길 수 있을 만큼. 그런 문장들을 발견하면 두고 두고 음미하는 편.
그런 문장들 중 주옥 같은 문장들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책이면서도, 저자의 편한 에세이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삶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타리 같기도 하다. 쉽게 읽히고, 쉽게 마음에
와 닿고, 쉽게 저자에게 매료되지만, 그 내용이 무겁게 머릿속에서
울리는 책이다.
-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 게 분명했다. ‘생존의
글쓰기’ (p. 27)
생존의 글쓰기는
나의 글쓰기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사라질 나를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던 나였다. 살고 싶었다. 존재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이고 싶었다. 그 수단이 글쓰기였다. 문득 그 시절,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에 왜 책을 읽고 글을 썼을까? 육아 일기와
같이 아이에 대한 이야기나, 육아로 처절하게 힘듦을 왜 쓰진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답은 분명했다. 내가 힘든 건 아이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를 살게 했던 것이 아이였다. 그러니 힘들었던 그 시절에 아이에
대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p. 49)
-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여긴다. (p. 75)
-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 이성복 (p.102)
-
들쑥날쑥한 자기 생각을 붙들고 다듬기보다 이미 검증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라면
나는 말리고 싶을 것이다. (p.139)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짧지만 강한 울림들이다. 특히 남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은 요즘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한동안 다른 블로그 이웃님들의 글을 보면서 내 글의 못남을 찾기 바빴다가 괜찮아 졌나 했더니
요 근래 다시 시작이었다. 주눅이 들었다. 어떻게 이 책에
대해 이렇게 깔끔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이 더해졌다. 내 글은 엉망진창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 삶이었다. 내 삶에 근거한 내 글이었으니 그런
글이 나왔던 것이다. 엉망진창인 글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이
녹아든 내 글이다. 그러므로 재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내가 글을 쓴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을 쓸지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할 일이다. 특히 책을 읽고 쓰는 글을 많이 쓰고 있으니 그 책을 정리하고, 저자의
생각에 편중되어 흘러가는 물과 같은 사고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더더욱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일이다.
-
작가로서 자의식을 가지세요. 나는 왜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물음을 어루만지는 동안 아마 계속 쓰게 될 거예요. (p. 215)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작가이고 싶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이렇게
쉽게 나에게 붙여도 좋을까? 나 스스로가 부끄럽기만 한데,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애초에 작가란 뭘까? 글을
쓰면 다 작가가 아닌가? 우리 모두 작가? 어렵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무슨 글인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보이는, 나를 담아내고 있는 글을 쓰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럼 나는 이 글들을 왜 쓰는가? 지금은,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서라고 이야기 하겠지. 그리고 그 다름으로
인해 다른 이들과 나눔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더 흘러,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게 되면 이 목표가 바뀔까?
그저 일단 쓰세요! 쓰고
보세요! 라고 이야기 하는 책과는 다르다. 저자의 글쓰기
수업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든 무작정 쓰라고 다그치거나 닥달하진 않는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모습들을 이야기 해주면서, 나도
모르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생각이 글로 이어지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오히려 강력하게 소리지르는 책들보다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마지막 페이지를 뭐로 채우면 좋을까. 큰 따옴표로 이제 내 차례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이야기로 사람들과 채워볼까?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