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휘연
- 작성일
- 2019.11.29
할머니의 여름휴가
- 글쓴이
- 안녕달 글그림
창비

안녕달 저자 책 중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책. 이것도 할머니와 관련된
책이다. 저자는 시골풍경, 자연환경 혹은 가족, 그림책다운 주제들을 많이 그린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단연코 <메리>와 이 책이다. 이 책은 현대의 일반적인 우리 가정을 잘 보여준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여기도 등장하는 개. 여기 개 이름도 메리다. 체력이 많이 부족하신지 밖에 다니시기가 힘들어서 온 몸이 하얀 할머니. 밖에
나갈 일도 없으신 가보다. 며느리가 먹을 것도 냉장고에 잘 챙겨둔다.
게다가 집도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있는, 동네마저도 한참 올라가야 있는 곳에 있다. 그런 배경과 더운 여름날. 잘 작동하지 않는 선풍기를 그린 첫 장면과
할머니를 방문하는 손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비되게 며느리와 손주는 몸이 까맣다. 방금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놀고 온 모양이다. 할머니와 대비되게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손주녀석 때문.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주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뻤다. 할머니와 함께
다시 여행을 가자고 조르는 모습도, 할머니를 위해 소라를 귀에 대주고,
기꺼이 드리고 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러면서 내가 우리 할머니에게 했던 모습도 생각나서
읽을 때마다 혼자 울컥한다. 나도 그리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힘들어서 밖에 나가실 수 없는 할머니가 손주 덕분에 해변가에
간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모래사장과 파란듯 초록인듯한 바다. 하얀
파도까지. 표지 장면과 똑 같은 장면으로, 그 바다가 드넓게
펄쳐진다. 단 한 번이라도 저런 바다를 가볼 수 있다면.. 그런
한적한 바닷가에 할머니는 메리와, 바다 동물들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를 지나칠 수 없다. 신기한 것들이 많은 기념품
가게. 거기서 할머니는 고장 난 선풍기를 위한 스위치를 사서 돌아온다.
모래사장에서 잘 태워서 까무잡잡해진 할머니. 할머니의 하얀 머리와 또 대조된다. 그리고 한층 밝아진 표정. 메리와 개운하게 씻고 선풍기 스위치를 다시 켠 할머니의 표정이 무척이나 보기 좋다. 저절로 따라 미소 짓게 되는 장면이다. 평범하디 평범한 여름 날의
장면인데, 이 마지막 장면은 나까지 행복해지게 만든다.
책 표지도 일반적인 뽀득뽀득한 커버가 아니라 아이가 색연필로
한 번 그으면 엄마가 속상할만큼 잘 그어질 것 같은 질감의 표지다. 사실 그래서 더 좋다. 뭔가 만져지는 기분. 동떨어지지 않고, 쓰다듬으면 뭔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지길 바라는
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참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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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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