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휘연
- 작성일
- 2020.8.14
숙명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스포 1도 없음. 왜냐하면 여러분도 읽으셔야 하기 때문. 후훗.)
히가시노의 작품들이 종종 옷을 갈아입고 새로 나온다. 굳이 출판사에서
새 옷을 입혀서 새로 꺼내놓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찾는 작품이고, 그만큼 사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신간인 줄 안다. (이번에도 신간인
줄 알았는데, 설명 보니 아니었..) 이번에 읽은 이 책
<숙명>도 딱 그랬다. 책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사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표지에 보이는 아이 두 명과 붉은
빛이 전체적으로 숙명이라는 글자. 사실 표지의 분위기 때문에 숙명이라는 단어가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운명’이 아니라 ‘이 둘의 숙적 관계’의 느낌이었다.
둘 사이의 문제가 뭐였을까? 싶은 그런 생각. 뭔가
음침하면서도 무서운 느낌. 히가시노의 책이라면 일단 읽어봐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에 신청했던 책이다.
어쩌다 보니 히가시노의 책은 언제나 힘들 때 읽게 된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복잡하거나 멍해 생각할 여력이 없거나 도저히 힘이 나지 않을 때 꼭 ‘오늘’ 같은 날, 이럴
때 찾게 된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쉬는 시간을 위해 읽고는 있었는데 오늘 일이 터지면서 일정을 다
엎어버리고 반신욕 하면서 결국 다 읽었다. 도피일지도 모르지만, 잠시나마
사건과 떨어져 다른 데 집중, 몰입하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게다가
히가시노의 작품은 끝까지 읽어야 개운하고, 만족감을 주는 책이니 이런 상황에 안성맞춤. 이런 과정이 없다면 하루종일 무기력하고 자기비하하며 널부러져 있었을 게 뻔하다. 이렇게 마음 둘, 힘 들 때 손 뻗을 책이 있다는 게 무척 마음의
위안이 된다.
게다가 이 책 옷을 새로 입고 나온 걸 보고 알아차렸지만, 정말 재밌다. 너무 막판 몇 장 안에 큰 사건들이 다 드러나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와! 이렇게 엮이다니!!’ 라며 혼자 신났다. 언제나 가장 큰 힌트가 되는 프롤로그. 가장 힘을 주고 읽는 부분이다. 딱 표지의 그림이 그려지는 프롤로그였고, 그 묘한 분위기가 책 전반을
이끈다. 게다가 주제가 뇌과학과 연결되면서 더 묘한 분위기. 1990년대에
출간되었기에 아마 주제가 더 신기했을 것이다. 지금에야 뇌과학도 익숙하며, 교량도 전기 자극을 준다는 부분도 이 시절 보다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당시만 해도 아마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숙명이라는 운명이라는 정해진 길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이들은 운명이라기 보다는 좀 더 깊은 무언가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살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살인은 그저 하나의 시발점이
되어 줄 뿐, 전체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실 나쁜 사람(?)은
없었다는 안도감과 몹시도 다른 집안 환경으로 인해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두 인물이 이렇게까지 엮일 수 있구나 싶은 놀라움. 그리고 정신 나간 사람들 중 그래도 양심 있고, 다시 정신 챙기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아직 세상은 살만한가.
캬아..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데 뭐라 말로 표현할 길이 없네~ 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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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