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연
  1.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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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0629 에디션
글쓴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
문예출판사
평균
별점9.7 (31)
휘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어린 왕자는 안다. 심지어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하더라도 소설
책이라는 것 정도는
, 타행성에서 지구로 온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비록 어려운 프랑스 작가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인기와 인지도만큼 많은 출판사에서 여러 판본을 내고
, 여러 회사에서 상품으로 만든다. 나 또한 어린 왕자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이 어린 왕자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 잘 만들어져서 구매한 경우가 많다.



어린 왕자를 분명 읽었다. 워낙
유명하니까
,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을 것이다. 얇고
쉬운 내용이니 후루룩 읽었을 게 분명하다
.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읽었다는 자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이번 문예출판사에서 전성자
선생님이 새로 번역하셔서 예쁜 옷을 입고 나온 책을 봤을 때도
, 표지가 신박하군 이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졌다
. 서평단을 모으길래 충동적으로 신청했다. 되면 읽고
말면 말고
. 신청 한 내 손가락, 크으, 한 건 했네. 안 읽었으면 어쩔 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등장하는 소재나 문장이나 행동이 없다
.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쉽사리 넘길 수 없다. 줄을 안 치기가 힘들고, 메모를 안 하는 곳이 없으며, 눈길이 머물지 않는 문장이 없다. 130페이지 정도 되는,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 가득해서 단숨에 읽어 버릴 수 있는 (처음에
내가 읽었던 것처럼
) 책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안 되는
책이다
. 인생 책 1순위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것이 담겨 있다니. 생텍쥐페리는 천재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말 어린 왕자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좋아서 잠자리
독서로 아이에게도 읽어주었다
. 힘들 수도 있지만 좋은 책을 접했으면 하는, 어리니까 더더욱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욕심을 부렸다. 5살이지만 글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아이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있어서인지
, 먼저 읽을 때보다 더 훅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떻지? 그 앤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라는 말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21)



숫자를 좋아하는 어른이 아이들도 숫자로만 보고 그 잣대로만 판단한다.
또한 자각하진 못하지만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숫자로만 보고 있진 않을까
? 그러한 질문은 아이의 겉 부분만을
이야기 해줄 뿐이고
, 진짜 그 아이가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질문을 해줄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적어도 단순히 숫자
개념을 물어보는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



 



  어린
왕자가 해가 지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 왜 하필이면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까
? 해가 뜨는 장면이 아니라?



-      
몹시 슬플 때에는 해 지는 풍경을 좋아하게
되지…” “마흔 네 번 본 날, 그럼 너는 몹시 슬펐겠구나?” (31)



슬프면 그는 해 지는 풍경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저 말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 마흔 네 번이나 본 날도 있다는 이야기는 더 그렇고.
하지만 다행인 건, 그는 그렇게라도 자신의 슬픔을 다독일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점은 혼자 자신의 작은 별에 있었던 어린 왕자는 무척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해가 지는 풍경을 보기를 좋아했을 테고. 이런 어린 왕자에게
해가 뜰 때 꽃을 피운 장미는 놀라운 존재다
. 읽으면서 막연히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옮긴이의 말을 보며 저자의 의도가 그러했다는 걸 알았다.



-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선사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절대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련하게 술수를 쓰지만 그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그랬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40)



-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진 부자인 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꽃은 그저 평범한 한
송이 장미꽃일 뿐이었어. 그것하고 겨우 내 무릎까지밖에 안 오는 화산 세 개로는 뭐 대단한 왕자도 못
되겠구나. 그 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버렸는지도 모르고… (84)



혼자 쓸쓸히 지내던
어린 왕자에게 햇빛 찬란한 꽃이 되어준 것이 바로 장미다
. 장미가 있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신경 쓰는 게 뭔지 알게 되고, 이해해야 할 사항이 생긴다. 외롭지 않게 함께 한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단순히 어린
왕자가 기른
(?) 꽃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투르고 미숙할 수 밖에 없다
.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장미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서운한 마음만 키우게 된다
. 서로가 서로이기에 귀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처음은 다 그렇지 않을까? 어린 왕자에게도 그러했다. 떠나서도 당장은 알지 못했고, 많은 경험과 여러 현자(?)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으면서 상대방이 소중했고, 귀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 그래서 옮긴이는 어린 왕자의 여행을 구도의 의미로 이야기 한다.



-      
장미는 아침 해와 같은 시각에 피어났음을 자랑한다. 장미는
태양을 품은 존재인 것이다. 태양은 생명의 원천이다. 장미는
어린 왕자의 삶을 외로움에서 구원해주는 존재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어린 왕자의 생명이다. / 그러나 그는
장미를 이해하는 데 서툴러 불행해졌고, 그래서 다른 별들로 떠난다.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
여행, 떠남, 그것은 구도의 의미를 지닌다. 여행의 종착지인 지구에서 그는 여우를 만난다. 지혜를 상징하는 여우는
남과 친구가 되는 법, ‘길들이는법을 가르쳐준다. (옮긴이의 말, 129)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라는 말이 좋다. 어린 왕자의 작은 행성은 물리적인 행성이 아니라 어쩌면 경험치가 낮아서 사고와 마음의 범위가 좁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영역에서만 지낸다면 더 자랄 수 없음은 당연하다.
문득 어린 왕자는 왜 떠나고 싶었던 걸까? 그저 장미와 함께 있는 것을 못 견뎌서? 아니면 장미를 벗어나서 다른 세상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가야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거까
? 어쨌든 그런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 덕분에 그는 귀한 마음을
얻게 되었으리라
. 출가의 개념이다. 물론 애초에 순수했던
그였기에 더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



-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중략) 너의 장미 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꽃을 위해 쓴 시간 때문이란다. (중략)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94)



 



나에게 이렇게
귀한 것이 있었던가
?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벅차게 하고, 웃음이
절로 나게 하는
, 그 대상의 사소한 것들로 울고 웃게 하는 그런 대상이 있을까? 연애의 불타는 사랑의 그런 느낌이 아니라, 절절히 내 모든 걸 온전히
던져야 하는 그런 대상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
?



-      
이 세상 아무 데도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알고 있는 그 한송이
, 그것을 어린 양이 어느 날 아침 무심코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중략) 수백만
개의 별들 속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35)



그걸 알게 하려고 아이를 낳았나 보다. 단연코 나는 아이를 낳기 전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전혀 없다
. 저자가 그리는 개념은 단순히 남녀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 소위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의, 정말
이것에 미쳤다 싶은 대상을 이야기 한다
. 대상의 사소한 변화로 내가 울고 웃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쿨한(?) 척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대했지만 그건 그만큼 마음이
없었다는 의미다
. 아이가 웃을 때 내 온 마음이 함께 웃고 아이가 짜증낼 때 내 온 마음이 속상하고, 아이가 울 때는 내 온 마음이 함께 운다. 아이가 사라지면 온 세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기 위해 이 아이가 나에게 왔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라니, 벅차고 감사한 일이다.



 



 
책에서 전하고 싶은 가장 큰 이야기는 아마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      
사막에서 조난을 당했다는 것은 그가 정신적 파국 상태에 있음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옛 사막의 수도사들에게 그랬듯이 불모의 사막은
메마름, 침묵, 고독 속에서 고행을 통해 구원을 이끌 수도
있는 장소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알약으로 해소해버리려는 갈증을 극대화시키는 장소다. 갈증이 있어야 구원도 있는 법이다. (중략)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화자는 오랜 시간 꿈결처럼별빛 밑을 걸은 후 우물을 발견한다. ‘동틀 무렵에’. 상징성 깊은 이 장면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이야기의 대단원이다.
우물은 있을 수 없는 곳에, 있을 수 없는 형태로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이야기 자체가 강조하는 이 비현실성은 강한 상징성을 부각시키며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선사한다. (옮긴이의 말, 132)



-      
마음으로 보라는 이 작품의 궁극적인 메시지, 그것은 물질의 소유가 삶을 지배하고, ‘주정뱅이의 술처럼 마음을 망각하게 하는 온갖 장치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두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어느 날, 세상의 아름다움기쁨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 터이므로. (옮긴이의 말, 138)



주인공은 일주일 치 물을 다 마시고 어린 왕자와 물을 찾으러 걷는다. 그리고
아름다운 광경을 지나 정말 기적처럼 우물을 발견하고
, 어린 왕자와 함께 퍼 올린 물을 마신다. 그리고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사막과 같은 메마른 곳에서
가장 귀한 걸 얻었을 게 분명하다
. 중요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마음으로 볼 때만, 온 마음으로 느낄 때에만 가장 중요한 걸 알
수 있다
.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는 걸 믿고 우리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앞으로 여러 번 읽으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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