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연
  1.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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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편지
글쓴이
히가시노 게이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평균
별점9.2 (118)
휘연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일단 들이고 봤던 시기에 팬분의 추천으로 구매했던 책. 언제나
그렇듯 크게 고민하지 않고
,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였다. 8월부터
그저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려고 침대 헤드에 올려뒀더니 자꾸 손이 가 몇 일 사이에 읽었다
. 왜 추천해주셨는지
알겠다
.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점도 많고, 여전히 감동적이고, 여전히 좋다. 적당한 열린 결말인 것도. 단언컨데, 내게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 최고다.





다 읽고 나니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저 편지지구나, 편지 쓰는 손이구나 했던 시각에서 좀 더 세세하게
눈에 들어온다
. 각자 걷고 있는 두 사람, 벚꽃 도장, 군밤, 그리고 뒷 표지로 이어지면 마이크와 눈물까지.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몹시 낯설 따뜻한 표지. 예쁘기도
하지만
, 책의 핵심이 다 들어가 있는 표지다. 게다가 책
기둥에 그림자는 정말
사람은 한 명인데 그림자가 2명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책을 읽어야 절감할 수 있으리라.





단순히 연애편지만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편지였다
. 프롤로그에서 이미 살인이 일어나길래, , 역시! 하며 흥미진진 추리물을 기대하다가 1장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그게 아니군, 하며 놀랐다. 살인이 바탕이 되어 범죄자의 가족인 사람으로써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읽을 예정이라 개연성을 부과하고 있다
.) 심지어 범죄자라고 해서 극악무도하고 잔인하고 절대 악으로 몰아부쳐
비난할 수 있는 그런 범죄자가 아니며
, 범죄를 저지른 원인마저도 자신의 동생을 위한 설정이다. 저자가 얼마나 잔인한지. 애초에 비난의 싹을 잘라 버린다. 물론 범죄 자체를 없던 것으로 만들 순 없다. 그에 해당하는 죗값은
치뤄야 하는 게 맞다
. 하지만 가해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



살면서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사회의 한 부분이다. 굳이 사회의 한 부분으로 치부한 이유는 범죄는 늘 일어나고 있다. 작든
크든 주변에서 듣게 된다
. 하지만 직접적으로 주변에 이런 이들이 없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혹은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 가해자의
가족들은 종종 더 뻔뻔하거나
, 범죄라고 할 수 없을 뿐 비도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우발적인 범행에,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성정을 가진 가해자의 가족의 이야기는 몹시도 낯설다
. 당연히 그저 자신의 삶들을 살고 있겠지
막연히 여겼다
.



하지만 차별이라 했다. 얼마 전 읽은 <선량한
차별주의자
>가 떠오른다. 우리는 차별하는지 의식하지
않고 차별한다
. 더러는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을 차별해야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게 엄청난 차별을 버텨내야만 하는 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 놀랍게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차별은 어쩔 수 없으니 그 또한 죗값으로 받아들여 삶을 살아야 한다는 논지도 펼친다
. 그래서
더 탁월하다고 느꼈다
. 저자는동시에 여러 측면을 모두
보여준다
.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주인공인 살인자의 동생, 다케시마
나오키의 심정 변화와 생각 변화 묘사가 너무 탁월하다
. 있는 그대로 이런 상황임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각 장마다 시간이 흘렀고, 상황이 변했고, 나오키도 자랐다. 자랐다는 표현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한 개인이자 사회인이 되어 간다. 처음
고등학생일때부터 아빠가 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점점 어떻게 형에 대해서
,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느끼고 변하는지가 그 변화들이 잘 드러난다. 심지어
그 변화가 아프고 안타깝고 슬프지만
, 그래, 그렇구나, 하며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주인공의 성장은 소설의 주
요소이다
. 하지만 여기서 나오키는 성장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버티고
, 참고, 살아낼 뿐이다. 그렇다고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왜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냐고 욕할 수 있을까?





읽는 내도록 번번히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형의 편지에 발목 잡히는
걸 보면서도 나오키의 편도
, 츠요시의 편도 들 수가 없었다. 나오키의
말대로 그 안에 있으니 천하태평인 소리만 하고 있는 듯하지만 동생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츠요시의 편지를 어떻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



-      
저는 편지 같은 걸 써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473)



그래서 이 문장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읽으며 울 일은 없었다. 방심하다 막판에 당했다. 그저 나오키와 같이 견디고, 같이 속상해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마지막 츠요시의 이 한 문장에
내 마음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 이런 문장을 쓰게 된 츠요시도, 이런
편지를 읽게 된 나오키도
.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름의
최선으로 사죄를 구하고 싶었고
, 하나뿐인 혈육이니 지속적으로 마음을 두고 의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힘들고 답답한 건 나오키 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 그 누구도 알아줄 수 없으며, 이해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 시간을 온전히 혼자 버텼으니 당연하다 싶다
. 둘 다 옳다. 둘 다 안타깝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 걸까? 유미코의
말은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기에 버텨야 한다는 걸까
? 가족이기에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고, 가족이기에 참아내야 하고, 가족이기에 결국 돌아온다는 걸까? 가족 같지 않은, 오히려 가족이라서 더 상처를 주는 이들이 있다. 가족의 의미가 뭘까? 벗어날 수 없는 혈육이라는 것은?



게다가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형이다. 이 관계는 또 남다르다.
부모 자식은 끊어낼 수 없다. 부모가 범죄자라면 자식은 그나마 덜 할려나? 어쨌든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형제지간은 조금 다르다. 나오키가 했던 것처럼 끊어내려면 끊어낼 수 있는그래서 설정에
다시 감탄했다
. 형이다. 부모가 아니라 형이다. 자식이 아니라 형이다. 나오키도,
독자도 힘들게 한다. 이 작가님아!!!





유미코는 조금
독특한 인물이다
. 물론 그녀의 가정사로 인해 나오키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해해줄 수 있다 하더라도, 거의 수년을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으며, 친구 취급도 해주지 않았던
이에게 지속적으로 사랑과 관심을 퍼부었다
.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나오키 옆에 있게 했던 걸까? 이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오키가 바른 사람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 아니, 유미코도 그런 나오키를 알아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옆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강한 사람이 나오키에게 있어 다행이다. 어쩌면 사장의 말대로 나오키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끄는
? 형이 없었다면 더 끌어당겼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그런 매력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 의미 없는 일은 없으니까. 유미코의 일편단심이 사람을 살린 것 같다.





그나저나 편지는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쓴다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 어떻게 나오키에게도 쓰고, 피해자 가족에게도 썼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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