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휘연
- 작성일
- 2021.7.20
널 위한 문화예술
- 글쓴이
- 널 위한 문화예술 편집부 저
웨일북
미술 분야 스테디 셀러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이렇게나 미술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구나 느낀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리라.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오면 너무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주로 미술 작품을 다루긴 하지만 제목이 문화예술이라고 되어 있다. 부제에는 미술관이라고 되어 있지만, 오히려 제목에서 문화예술이라고 이야기 한 게 마음이 간다. 전반적인 문화 예술을 위한 책. 우리의 문화 능력치를 키워주는 책.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요즘 대세는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지고 그 뒤로 책을 내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 책도 그러하다. 채널이 꽤나 유명하다. 영상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 책을 받아 읽고서야 이런 채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냉큼 들어가서 이것 저것 보는데, 말씀도 잘 하시고 연출도 좋다. 미술이다 보니 작품 보면서 설명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너무 좋다. 역시 인기 있는 채널은 이유가 있다.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라, 대부분은 조금씩 들어본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무척 즐겁게 읽고 감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디테일이다.
- 예술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다른 예술가와는 어떤 점이 달랐고 자신만의 영감과 표현은 어떻게 찾았는지.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 예술가의 예술 세계를 경험하게 되죠. 예술 세계에 빠져들면, 어느덧 저 또한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계기가 됩니다. 마치 그 동안은 가져보지 못했던 카메라 필터를 선물 받아, 세상을 새로운 각도로 찍고 간직하게 되는 기분이죠. 우리는 이 순간을 ‘예술의 순간’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7)
이렇게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홀딱 반하게 한다. 뭐지 뭐지, 이렇게 멋진 문장이라니! 타인의 시야는 무엇을 어떻게 볼까. 나와 다른 시력과 눈높이, 그 사람만이 가진 배경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지듯 세상을 보는 눈도 다를 테니. 무미건조한 내 시각에서 몹시 다를 예술가의 시각의 시각이라니! 그저 감탄의 대상이다. 그들은 어떤 영감을 어디서 얻어 그런 표현을 했을까? 그들의 예술 세계에 빠져 들 수 있다면 그 길이 조금이나마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유용하다 그들의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겠다. 작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 작품의 배경이든 의미를 헤아릴 실마리를 얻는 것도 좋으리라.
-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무학 등 예술 분야를 막론하고 작품을 띄우는 것은 의외로 작품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을 완성한 예술가의 사생활이나 작품에 얽힌 미스터리한 뒷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 속에 스며든 작품의 가치를 아무 이야기 없이 밋밋한 작품보다 더 높이 평가하게 됩니다. (66)
여기에 부록처럼 더해진 색 이야기는 신선해서 더 관심이 갔다. 색 이야기만 몰아서 다 훑어 봤는데, 색이 가지는 이미지와 각 색의 유례를 보며 지적호기심이 충족되는 것 같아 아주 만족.
이 책은 예술의 순간으로 이끄는 옷장 같다. 이제 옷장의 문을 열어 보자.
내가 무척 애정하는 시리즈 책이 생각난다. 한 권 한 권 잘 보고 있는데,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자꾸 그 책이 생각난다. 이게 이 책의 힘이다. 단편적이면서도,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궁금하게 만든다. 그 예술가와 작품을 더 탐구하고 싶도록.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가 몇 페이지로 완성되진 않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더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너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놔서 그 예술가에 대해 몹시 궁금해졌다. 그 시리즈를 통해 봤던 예술가들의 내용이 생각나고 다른 작가이기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예술가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이 책도 더 시리즈로 나오려나? 다룰 인물들은 많으니 가능할 거 같은데, 꼭 더 나왔으면 좋겠다. 소장각.
그 중 4명의 예술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 중 쇠라의 이야기는 삶이 인생의 진리 같은 인물. 점묘법으로 유명한 쇠라의 이야기에 보색 이야기가 섞여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쇠라의 표현 방식은 너무 힘들어서 다작하기도 힘들고, 상당히 여러 면에서 부담이 된다고 들었다.
- 이 그림은 쇠라가 의도했던 것처럼 ‘순간이 모여 영원을 만들어내는’ 시간들을 감상자와 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원히 말입니다. (22)
저자는 쇠라가 찍는 그 점 하나 하나에 순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쇠라의 점 하나 하나가 모여 작품이 되었고, 그 작품이 오래도록 남아 우리에게도 의미를 전하고 있다. 순간을 모아 영원을 만든 쇠라. 그는 각 순간에 무엇을 담았을까? 뭘 담고 싶었을까? 순간이 지니는 의미와 작품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전한 건 아닐까 싶다.
3대 사과의 주인공 세잔. 세잔의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크게 감흥이 없는 편이다. 획기적이긴 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서술에 마음이 흔들렸다.
- 현실, 사실, 본질에 대한 의심과 탐구를 시작한 세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대상을 끝없이 응시합니다. 그 집요한 응시 끝에 마침내 깨닫죠. 우리가 관찰하는 사물과 자연은 모두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29)
질문 집착녀로서 끝없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세잔의 노력에 감탄한다. 그리고 자신이 탐구할 수 있는 질문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던 용기. 세잔의 사과는 그래서 칭송 받는 것이리라.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렸던 사과들. 세잔은 마지막에 자신이 추구해온 질문에 대한 답과 관점에 만족했을까?
지나가면서 몇 번 들었던 마크 로스코와 장 미셸 바스키아. 그 둘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 마크 로스코 : “예쁘기만 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150)
- “나는 추상화가가 아니고, 색이나 형태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비극이나 운명, 혹은 인간 본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신화에 감정을 투영해 관객이 완성하고 영혼을 성숙시키는 종교적인 경험. 슬프고 벅차며 때로는 숭고하기도 한 이 경험을, 단순해 보이는 작업을 통해 로스코는 관객에게 선사하려 했던 것입니다. (156)
감정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나를 뭉클하게 만든다. 감정이 뭔지도 몰랐던 삶에서 이제야 자각하는 것. 나도 마크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울어보고 싶다. 그의 의도를 알고 작품을 보면 몹시 달라 보일 것 같다. 그가 담아내고 싶었던 게 무엇이든 나에게 와서 어떻게 변하고 나만의 것이 될 감동을 생각하니 설레기까지 한다. 작품을 보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마음이 동하는 작품들을 만나면 그 동함이 무엇인지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하고, 여운이 크게 남는다. 흡사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의 숨겨져 있는 감정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유명한 수잔 발라동의 이야기도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무척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타인의 뮤즈였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뮤즈가 되었던 발라동.
- 다른 누드화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죠. 날카로운 눈빛으로 응시하거나, 강인한 표정을 보이거나,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포즈와 표정으로 누워 있죠. 굳이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도 되는 발라동의 여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여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서 발라동의 누드화에서는 에로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생명력과 삶을 엿볼 수 있죠. (283)
여러 방면에서 획기적으로 세상을 화폭에 담았던 발라동. 그녀의 우여곡절이 마음이 아프지만, 그를 바탕으로 성장했을 그녀가 멋있다. 우여곡절 없는 삶은 없다. 모든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이지만, 그를 바탕으로 무엇을 얻어 성큼 뛰어 오르느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크으 세상에 멋있는 사람이 참 많다. 여성 최초로 국립예술협회에도 가입하여 인정 받음. 타인의 인정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예술가에게 그런 인정이 언제나 성장의 바탕이 되지 않는가. 드가와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발라동이라는 인물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더 알고 싶은 인물이다.
언제 어디서든 읽히는 책이 있다. 그만큼 수월하게 읽히도록 쓰여져 있고, 내용이 재미있다는 뜻이다. 워낙 각잡고 읽어야 하는 책들을 주로 읽는지라, 종종 이런 책을 읽으면 정말 휴식하는 기분이다. 타인에게, 자신에게 선물하기도 좋고, 언제든 편하게 아무 페이지나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라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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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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