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

휘연
- 작성일
- 2023.7.18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글쓴이
- 오수민 저
초록비책공방
어른도 어려워하는 글쓰기는 아이들에게는 더 어렵다. 하지만 종종 그런 고정관념은 만들어진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아이들이 부모님이 읽어주는 글을 접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글과 관련해서 끼적이기 활동을 자연스럽게 한다. 자라면서 그런 자연스러움을 주변에서 제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써야 한다. 분량은 이만큼이 되어야 한다. 이런 내용으로 써라 등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기준을 세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어쩌면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 여전히 글쓰기는 낯설고 꺼리는 활동이 되고 만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글쓰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느 정도 한글을 익혀 글을 쓸 수 있는 초등이 되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한다. 초등글쓰기는 일단 일기를 시도해 보거나, 책 읽고 쓰는 독후감 등을 해보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앞서 말한 그 기준이 되고 아이들은 더더욱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면에서 참 반가웠다. 아이들을 쓰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시간을 선사한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에 공감하고 칭찬을 해줄 때, 어떤 이야기든 다 할 자유를 누릴 때, 아이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갑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거죠. (11)
아이에게 '잘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라 '쓰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아이들을 환대하는 글쓰기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하는 것입니다. (255)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오수민
스스로가 일단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결코 손이 움직일 수 없고 괴로운 마음만이 일뿐이다. 그렇게 전쟁은 시작된다. 글쓰기를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는 부모나 선생님과 그저 시간만 때우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사이의 대립이 시작된다.
그럼 굳이 이런 전쟁까지 해가며 우리는 왜 글쓰기를 독려해야 할까? 대충 글쓰기를 하면 좋겠거니, 여러 학습적인 부분에서도 유용하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다.
원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말하는 사람,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사람,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글쓰기의 힘이지요. (11)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오수민
글쓰기는 엄밀히 따지자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힘이 있다. 글쓰기는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아웃풋 과정이다. 아이가 뭔가를 밖으로 꺼내려면 반드시 아이 안에 그것이 있어야 하고, 그걸 정리하는 연습도 해서 밖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시간이 단축되고 더 많은 인풋을 넣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어떻게 정리할지, 어떤 인풋을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결국에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도 모두 연습하는 시간이 된다.
저자는 아이들도 글쓰기의 힘을 알고 있다고 한다. 수년간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초등글쓰기를 시키기 전 아이들이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대답을 한다.
아이들은 "글쓰기가 정말 싫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만일 내가 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바랍니다. 아이들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속마음으로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45)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오수민
그걸 가능하지 못한 목표로 만들어버리는 게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처해있는 환경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의 주변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쓰는 과정을 도와주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글쓰기의 꽃을 피운다.
책은 저자가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 활동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이 책의 인상적인 측면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바로 이런 만화 같은 삽화다. 실제 사례를 많이 제시했는데, 그런 사례들을 한 페이지씩 보기 좋게 그림으로 그려놓았다.
2번째는 각 장 끝에 상담소를 배치했다. 흔히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초등글쓰기와 관련해서 가질 수 있는 질문들, 아무래도 저자가 많이 받았을 법한 질문들을 기재해놓았다. 답변들이 대체로 속 시원하게 납득할만해서 좋았다.
가장 큰 장점인 3번째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글쓰기다. 저자는 코로나 직후부터 온라인으로 초등 글쓰기 과정을 진행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시기 동안 어떻게 아이들이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내놓은 과정이 아니었을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PC와 휴대폰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부터 온라인 글쓰기를 접하게 해주세요. (중략) 글쓰기를 하면서 자료조사를 하고, 자기 글이 책처럼 온라인상에서 발행되는 재미,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노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PC와 휴대폰 사용 시간을 아이와 조율해 봐도 좋습니다. (251)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오수민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가 무척이나 편한 세대다. 거의 태어나서부터 마주한 늘 켜져 있는 티비부터 시작해 어딜 가든 접할 수 있는 폰이나 태블릿까지. 연필을 잡는 건 오히려 학교에서나 공부와 같은 학습을 위한 행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연필보다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디지털 기기이고, 이를 잘 활용하여 아이들이 글쓰기에 접근성을 높였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여러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다양한 사회관계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만 친구를 사귀는 시대는 진작 흘러갔고 온라인의 세계에서도 어떤 대인관계를 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초등글쓰기는 어렵지 않아야 한다. 자유로워야 한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뻗어갈 수 있듯이 딱 그만큼 글쓰기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걸 도와줄 수 있는 도구가 꼭 연필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꼭 맞춤법을 칼같이 맞추거나 상황에 맞는 글이어야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그러니 아이들이 마음껏 쓰며 즐길 수 있는 판을 벌려주자!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언제나 환경설정과 지지뿐이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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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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