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은아, 오늘하루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니?
퇴근 후 집에 갔더니 "엄마, 오늘 바지에 응가랑 쉬했어요." 하고 말한다.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던 터라 배가 아팠냐고 물으며 걱정을 했더니
할머니의 부연설명을 하신다. 집중해서 놀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그랬다고.
아직 응가를 못가렸다고 혼날 나이는 아니라 그저 웃어넘기셨다고.
하은이는 또래보다 일찍 쉬와 응가를 가린 편이야.
한참은 더 어릴때 갑자기 "이거 때줘" 하며 기저귀를 벗겨달라더니
"쉬쉬"를 말해 변기에 앉아서 쉬를 할 수 있더라구.
처음에는 응가할때가 되면 다시 기저귀 위에 안거나 붙여달라더니
언젠가부터는 응가도 변기에 가서 척척 싸고 어른들을 부르더라구.
(바지를 내릴줄은 알지만 올리지는 못해 궁둥이들고 부름 ㅋㅋㅋ)

시키지않아도 잘하더니 어제는 응가와 쉬를 동시에 바지에 싸버리다니!
혹시나 주눅이 들까 걱정이 되어 실수할 수 있다고 말해준 다음
다음에는 놀다가 응가가 마려우면 꼭 화장실에 간다고 말해달라고 달랬어.
넌 알겠다고 말하더니 할머니께 "미안해요" 하며 할머니를 안아준다.
할머니도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안해도 된다며 널 안아주니
그제야 방긋 웃으며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너.
네 또래 친구들은 아직 기저귀를 하는 애들도 많을텐데,
우리는 네가 빨리 기저귀를 땠다고 해서 어느새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네가 쉬나 응가를 하니 놀라고, 걱정을 하다니!
때로는 어른들이 걱정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말이구나 싶었어.
분명 할수도 있는 실수맞고,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말야.

사랑하는 하은아, 엄마의 기대가 너를 누르는 무게감이 되지않도록 할게.
기대와 응원의 마음이었던 것들이 당연한 일이 되고,
결국 그게 너를 누르는 무게감이나 책망의 소지가 되지않도록
늘 너의 잘하는 일을 보고, 어제의 너를 놓고 생각해볼게.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않도록 엄마가 항상 기도하고 노력해볼게.
엄만 오늘도 널 축복하고 사랑해. 내일도 좋은 날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