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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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8.4.8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 글쓴이
- 스티븐 호킹 저
동아시아
스티븐 호킹은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63년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때문에 2년 정도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알다시피 반세기 넘게 이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한 소통가였다. 의학의 힘인지 그의 불굴의 의지인지 운인지 알 수 없으나 그가 자신의 몸 안에서만 갇혀 있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우주 공간의 내부까지 파헤쳐 들어간 진정한 모험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2016년 BBC 방송에서 BBC 뉴스 과학 편집자인 데이비드 슈크먼의 진행으로 호킹이 몰두한 '블랙홀'에 대한 마지막 강연 내용이다.
「제 1부 블랙홀_ 스티븐 호킹의 BBC 리스 강연」
아인슈타인은 물질이 특이점을 넘어 압축될 수 없다고 여겨 1939년 별이 중력에 의해 붕괴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자 존 휠러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연구를 토대로 별이 붕괴해 남는 천체를 예견하고ㅡ그 이전에 있었던 '어둑별', 얼어붙은 별'이란 명칭 대신ㅡ'블랙홀'이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호킹은 특이점(구형의 별이 무한대의 밀도를 가진 하나의 점으로 수축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최근 중력붕괴를 보여주는 중력파가 검출되었는데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한 결과였다. 이들의 블랙홀 예견을 증명한 셈이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먼저 예견했다.
블랙홀은 '전체 질량, 회전 상태, 전기전하'의 성질 외에 천체의 어떤 세부사항도 보존하지 않으며 '사건의 지평선'(천체의 중심을 둘러싼 가상의 구면)이라는 경계를 가져 빛조차 가둔다.
"물질이나 복사가 추가적으로 블랙홀 속으로 떨어졌을 때 사건의 지평선, 즉 블랙홀 주변의 경계 지역 표면적이 항상 증가한다"한다는 성질은 뉴턴 물리학 열역학 제1법칙(엔트로피)와 닮았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을 생각할 때 블랙홀 속에서 정보가 손실된다면 그만큼의 에너지도 방출되어야 한다. 즉 블랙홀에서 아무것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호킹은 블랙홀이 안정된 비율로 입자들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입자의 방출 현상을 '호킹 복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입자들의 형성과 소멸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증명이 어렵다. 이것이 증명되면 호킹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노벨상은 생존자에게 주지만 수상자가 사망했음에도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된 경우가 더러 있다.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7%AD%EB%8C%80-%EC%84%B8-%EB%B2%88%EC%A7%B8-%EC%82%AC%ED%9B%84-%EB%85%B8%EB%B2%A8%EC%83%81-%EC%88%98%EC%83%81%EC%9E%90
˝슈크먼 : 노벨물리학상은 이론이 ‘시간에 의해 검증‘되었을 때 수여됩니다.˝
호킹 복사처럼 중대한 발견이라면 제안자 호킹에게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
호킹 복사 증명을 위해 '덧차원'이 도입된다(자세한 설명은 맨 아래 추가).
"빛은 덧차원 속을 관통해 지나갈 수 없고 오직 우리 우주의 4차원 속만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덧차원을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력은 덧차원에 영향을 줄 것이고 우리 우주에서보다 훨씬 강력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덧차원에서는 작은 블랙홀을 만들기가 훨씬 쉽습니다. 스위스의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관측할 가능성이 있습니다."(호킹)
대체 블랙홀이 왜 이렇게 중요한가.
블랙홀로 떨어진 정보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200년 넘게 지배적이었던 과학결정론, 즉 과학의 법칙이 우주의 진화를 결정한다는 것, 우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속력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정확도로 계산할 수 있는 '양자 상태'를 안다면 우리는 임의의 다른 시간에 우주를 예측할 수 있다. 원래 호킹과 킵 손은 블랙홀에서 정보가 사라진다고 생각했지만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 존 프레스킬과의 1997년 내기에서 진 걸 2004년 인정하게 됐고(뒤에 이종필 교수의 해설을 보면 끈이론의 역할이 컸던 거 같다), 블랙홀로 떨어져서 다른 우주로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연은 이렇게 끝났고 이제 '호킹 복사'의 증명만 남았다.
「제2부_블랙홀이란 무엇인가」 ㅡ 이종필 교수의 본격적인 해설
블랙홀이란 그 천체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탈출속도)의 크기가 광속보다 큰 걸 말한다. 빛조차 그 천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의 과학적 표현이다.
중력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 이종필 교수는 뉴턴이 처음 발견한 '중력(두 물체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당기는 힘)'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서는 달을 기준으로 천상계와 지상계를 나눠 힘을 설명했지만, 뉴턴의 중력 이론은 지상과 우주를 모두 설명한다. 그래서 중력이론을 두고 '만유인력' 등의 표현을 쓴다.
천체 표면에서의 탈출속도가 광속에 이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한 사람은 1783년 영국의 존 미셸과 1796년 프랑스의 피에르-시몽 라플라스였다. 라플라스가 뉴턴 역학의 정점을 찍었긴 했지만 "어둑별이 현대적 의미의 블랙홀이 되려면 상대성이론이 등장해야 했다."
상대성 이론의 원조는 갈릴레오이다. '태양 중심의 천체관, 지구의 자전과 공전, 조수 운동'을 다룬 『두 체계의 대화』는 정지 상태와 운동 상태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상대적인 운동만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갈릴레오의 상대성이론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에 와서 뒤집힌다.
"갈릴레오의 상대성이론에서는 어떤 기준에 대해 정지한 사람에게나 움직이는 사람에게나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똑같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임의의 두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과, 임의의 두 지점 사이의 공간 거리가 정지한 사람에게나 움직이는 사람에게나 항상 똑같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똑같음'의 기준이 정반대다. 아인슈타인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물리법칙(방정식)과 광속을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새로운 기준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가정이다. 아인슈타인에게는 광속이 시간이나 공간보다도 더 중요한 개념이다. 시간과 공간은 사실 인간 편의적인 개념이다."
속도 변화 없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만 움직이는 경우(등속운동)를 다룬 것이 특수상대성이론(1905년)이라면, 속도가 변하는 경우(가속도)에 대한 이론이 일반상대성이론(1915년)이다. 아인슈타인은 가속 운동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관성력'과 중력이 동등하다는 결론(등가원리)을 낸다. "가속운동은 등가원리에 따라 곧 중력이다. (중략) 가속운동을 하면 시공간이 뒤틀린다. 결론은? 중력이란 곧 시공간의 뒤틀림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중력이론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한 이듬해인 1916년 아인슈타인은 중력파(시공간의 출렁거림)를 예견했다. 뉴턴의 만유인력과 일반상대성이론을 비교해보면 "만유인력의 법칙에서는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 태양과 지구는 그 먼 거리에서도 즉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서로의 중력을 느낀다." 중력파는 '어떻게'를 설명한다. "태양에 어떤 변고가 생겨 주변 시공간의 곡률이 변화면 그 변화가 시공간의 요동이라는 형태의 중력파로 퍼져나가 지구까지 전달된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최초로 풀이를 얻어냈다. "슈바르츠실트 풀이는 태양 같은 구형의 질량이 있을 때 그 주변의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지는가를 나타낸다."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는 '블랙홀의 크기가 사실상 사건의 지평선 크기'라는 걸 설명한다. "충분히 무거운 천체는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태양 같은 별이 그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자체 중력과 핵융합 반응에 의한 압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블랙홀은 '질량, 회전운동의 정보를 담고 있는 강운동량, 그리고 전기전하라는 물리량'만을 갖기 때문에 질량만 같다면 모든 물리적 성질이 똑같다. 이를 두고 블랙홀, 슈바르츠 블랙홀이라 부르는데, 이런 성질 때문에 블랙홀 대머리 정리no-hair theorem'라 부른다. 이 설명으로 BBC 강연에서 언급된 존 휠러 "블랙홀은 털이 없다"라는 표현이 정확히 이해됐다.
블랙홀 열역학을 설명하는 단락에서는 엔트로피와 흑체에 대한 언급이 중요하다.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현상에 특정한 방향성이 있다는 뜻이다. 비빔밥이 뒤섞이고 방 공기가 데워지는 쪽으로만 일이 진행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우리 우주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복사란 입자나 파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인데 "일반적으로 물체가 열을 받으면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 상황을 정량적으로 잘 따져보기 위해 과학자들이 고안한 가상의 이상화된 물체가 흑체blackbody이다. 흑체는 들어오는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고 100% 흡수하는 완벽한 흡수체이다."
"흑체에 열을 가해서 골고루 데워주면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 현상을 흑체복사라고 부른다. 흑체복사를 조사하면 어떤 파장의 빛이 어떤 에너지로 방출되는지 알 수 있다."
"엔트로피가 있으면 열량이 있고 온도가 정해진다. 그리고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즉, 흑체복사를 하게 된다. 블랙홀도 예외가 아니다. 블랙홀도 흑체복사를 해야 한다! 호킹이 발견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 호킹이 블랙홀의 흑체복사, 즉 호킹복사를 발견한 것은 블랙홀 주변에 양자역학을 적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곧장 모순이 드러났다. 앞서 강연에서 나온 블랙홀의 정보모순 논란을 이종필 교수는 좀 더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블랙홀이 회전하지도 않고 전기를 띠지 않는다면 호킹 복사(달궈진 쇠가 빛을 내듯 온도를 가진 물체가 그냥 빛을 내는 현상)만 계속할 테고 블랙홀은 증발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는 어디로 다 사라지는 것일까?
"양자역학에서 정보가 보존되는 이유는 시간에 따른 양자역학적인 모든 과정이 일원성 연산자로 기술되기 때문이다. 임의의 물리적 과정에서 일원성 연산자를 거꾸로 적용하면 현재 상태에서 이전 상태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양자역학은 정보를 보존한다. 정보가 사라진다면, 양자역학이 틀렸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호킹이 1975년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래 존 프레스킬과의 대립이 2005년 일단락된 후 2008년 서스킨드 『블랙홀 전쟁』 저서로 그간의 논쟁을 정리했다. 그는 세상 만물이 모두 1차원적인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끈 이론을 정초한 사람이다.
"뉴턴 이래 과학자들은 이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크기도 부피도 없는 점입자라고 생각했다. 이는 현대적인 양자역학이나 양자역학이 더 발전한 양자장론(장field에 대한 양자이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끈이론에서는 끈의 진동 상태에 따라 다른 종류의 입자 상태가 구현된다고 본다. 양자장론에서는 전자니 쿼크니 여러 종류의 입자들에 대한 장field이 있지만 끈 이론에서는 끈 하나로 모든 입자를 다 설명할 수 있다."
양자장론이 중력을 설명하는데 실패한 반면 끈이론은 중력을 설명할 가능성을 보였다. 블랙홀의 엔트로피, 호킹복사 비율, 온도를 계산해 내기도 했다. 끈이론 연구자인 캘런과 말다세나는 블랙홀에서는 정보손실이 없을 거라고 봤다. 이 말다세나 추론은 일종의 홀로그래피 이론인데, 이 책의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좀 어렵다. 위키 백과 [데이비드 봄의 홀로그램 우주] 설명을 읽어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르다. 회전 실린더를 돌리면 잉크 한 방울이 글리세린 속으로 퍼지지만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퍼진 잉크가 다시 한 방울로 모인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홀로그램의 간섭무늬처럼 무질서해 보이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질서 정연하게 존재해 있다. 따라서 블랙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홀로그램 이론이 이해되면 '블랙홀 상보성(관측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형상을 보게 된다는 관점)'도 이해하기 쉽다. 블랙홀의 상보성의 모순도 치열한 논란 상태다. 중력파 검출 데이터에 따라 일반상대성이론의 등가원리가 존립하느냐 마느냐 상황이다.
마지막 장은 덧차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덧차원은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에 부가적으로 있을 수 있는 차원이다. 상대성이론에서는 광속불변을 유지하기 위해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이 합쳐져 4차원의 시공간을 만든다. 덧차원이 있으면 여기에 새로운 공간 차원이 더해진다." 끈이론이 시공간의 차원을 자유변수로 바꾸어 수학적 모순이 없는 10차원의 결론을 이끌어냈듯이 차원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4차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공통된다. 왜 여러 차원이 있어야 하는가는 중력이 왜 이렇게 약한 힘을 갖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력이 약하다는 게 무슨 소린가 할 텐데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보다 우리가 손목 힘으로 사과를 들어 올리는 전자기력이 더 강하다는 소리다. 이런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뉴턴 상수', '플랑크 질량' 등을 도입해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에서 중력이 약한 이유가 중력의 일부가 덧차원으로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면 해결이다. 가장 단순한 이론이 좋은 이론이라고 볼 때 이보다 나은 게 없다. 이 덧차원의 시공간에서는 중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마이크로 블랙홀을 만들기도 쉬워진다. 현재의 입자가속기로 마이크로 블랙홀을 만들고 호킹 복사를 측정하기란 요원해 보이지만 그 '언젠가'가 '곧'이 된 인간의 역사를 생각할 때 그리 비관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생성하든 우주에서 발견하든 블랙홀은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인 상대성이론(거시 물리학)과 양자역학(미시 물리학)의 상충을 해결하는 양자중력이론의 발판이 될 거고 새로운 물리학 시대를 열 열쇠다. 블랙홀에 이렇게 깊은 뜻이!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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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