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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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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지어(dog's ear) 라는 건 개의 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문자를, 그리고 문자로 표현되는 세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예의바른 행동이다. 도그지어라는 건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는 일을 뜻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접어 놓는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 어떤 점에서 그렇게 접어놓은 삼각형들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 김연수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추천글에서


 


 


*


책을 읽다가 마음을 울리는 어떤 문장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자연스레 책의 한 귀퉁이를 접어 놓게 되는 일 도그지어(dog's ear). 책 한 페이지에 갑자기 등장하는 개의 귀라니 뭔가 재미있고 또 귀여운 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볼 때면 가끔 그렇게 접혀진 페이지를 만나면 누군가 이 페이지에서 어떤 문장을 마음에 들어했을까 싶어 더 열심히 한 문장 한 문장 살펴보았던 기억이 난다.


낙서나 밑줄 긋기보단 훨씬 더 정겹지 않은지?


그렇게 접어둔 페이지들과 기억해두려 표시한 그 문장들처럼,


아마 우리들의 삶에도 그렇게 접어 놓고 싶은 사람과 기억해 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리라.


지친 내게 따스하게 위로를 건네주었던 고마운 그 눈빛, 그 말들.


어색하지만 풋풋했던 고백의 순간, 더듬거리던 수줍은 그  문장들.


반짝 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시간, 그 속에서 신나게 촐싹거리던 친구들과의 어떤 날들.


인생에 거칠게 불어오던 바람에 쓰러져 버렸던, 그러나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눈물의 시간.


세상을 온통 분홍빛으로 만들던 유치한 사랑의 콩깍지가 팍 씌운 날의 반짝임.


더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깨달은 그 날 오후의 바람.


그 사람들, 그 말들, 그 날들의 반짝임, 그 공기, 그 냄새, 그 바람, 그 햇살,....


그렇게 그 순간 인생의 한 귀퉁이를 접어 작은 삼각형을 만들며 살아 온 것이다.


가끔 다시 그 페이지를 열어 다시금 추억에 잠기면서 말이다.


 


당신의 도그지어(dog's ear).


당신은 지금 어디 어떤 페이지 어떤 문장, 어떤 사람 앞에서 살짝 삼각형을 접어 두고 있는지?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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