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
  1. 생각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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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포스트를 하나 올렸었는데 생각해보니 2018년에 출간된 책이 아니라 2018년에 읽은 책이라서 무효다. 신간을 나름 많이 사는 편인데, 묵혀뒀다가 몇년 지나서 읽는 편이어서 그런지, 신간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2018년에 주로 재미를 들인 분야가 있는데, 바로 SF 분야다. 입문(?)한 동기가 작년 재작년에 아작 출판사에서 그동안 절판된 책들을 다시 라이센스 받아 재출간하거나 신간을 많이 내면서, 읽을 폭도 커졌고 독자층도 넓어진 환경에서 막판 이북 대란때 거의 전권을 목표로 구매해두었던 이유가 크다. 책을 사는 이유는 당연히 읽으려고 사는 거지만, 책을 많이 사는 이유는 언젠가는 쌓아두기 위해서다. 쌓아두는 이유가 언제고 맘이 내킬때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책방에 가지 않아도 마음대로 골라 읽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아작 출판사에서 나온 SF를 잔뜩 쟁겨놓은 일은 작년에 내가 한 일 중 가장 멋진 일이다. 


물론 SF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책이 많이 나왔다. 호모 사피엔스를 읽고 서울까지 일부러 올라가 방한 강연을 들으러 갔던 저자 유발 하라리는 2018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냈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책이니 당연히 올해의 책 후보다. 유시민 역시 책이 나왔다 하면 제목도 안보고, 믿고 보는 저자다. <역사의 역사>는 읽어야 할 역사책에 대해서, 그리고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해서 정말 친절하고 재밌게도 책을 썼다. 역시 올해의 책 후보다. 소설 중에서는 아마도 우리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을 걸로 여겨지는 <모스크바의 신사>를 꼽고 싶다. 같은 저자의 책이 하나 더 있던데 절판중. 이북으로라도 나와주면 좋겠다. 안나오면 영문판 살거임. 하지만 굳이 SF 분야의 책을 고르고 싶다. 다른 분야는 이미 많이 알려진 책들이 대세인지라, 많이 알리고 싶어서다. 


2018년에는 다른 해에 비해 새로운 SF도 많이 출간되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동향을 잘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뒤져본 결과 SF의 출간이 활발해졌다는 데는 여러 매체에서 동의하는 듯하다. 리뷰 이벤트 도서를 자제하는 이유는 종이책을 공짜 책을 받아서 '솔직한' 평을 적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정말 좋은 책이라고 확신하는 책만 고르려고 하지만, 그런 책들은 리뷰 이벤트 당첨이 로또만큼 어렵다.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을 하나 건졌는데, <해리 어거스트의 열다섯번째 삶>이다.  저자 이름을 잊어버려 쓰기 중 자꾸 잠시멈춤 후 검색을 해야 하는데, 클레어 노스다. 기억해뒀다가 다른 책도 읽어야겠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올해의 책으로 꼽고 싶은 책은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다. 아작에서 정말 코니 윌리스에게 덤벼러 내가 상대해주마 하고 올인하고 있는 듯, 쉴 새 없이 코니 윌리스의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작년 4월 대란 때에 코니 윌리스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몽땅 사들였는데, 첫번째 단편 그 유명한 생리를 주제로한 <여왕마저도>를 읽을 때는 너무 수다스럽고 산만해서 이거 다 읽을 수나 있겠나 싶었는데(물론 작품은 훌령하다), 장편에서 저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내가 처음 SF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명예의 전당>을 통해서인데, 리더기를 구매하고 이북을 읽기 시작해서부터이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지금 이런 저런 좋아하는 작가들을 찜해두고 외국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검색하고 코니 윌리스 정도라면 작품명을 꿰고 앉았을 정도 되고 보니 정말 격세지감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찾아 읽게 된 건, 1년쯤 전에 읽은 제롬 K 제롬의 <자전거 탄 세 남자>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과 연결된다. (아 정말 책은 책을 부른다.) 먼저 읽은 건 우주복있음인데 거기에 주인공 킵의 아빠가 늘상 읽고 있는 책이 있다.  킵은 달에 가고 싶어하는데, 아빠에게 가고 싶어요 하고 말하니, 아빠는 책장을 넘기며, 키득거리며, 무심히도 말한다. 가려무나. 그 아빠가 읽고 있던 책이 <자전거 탄 세 남자>다. <자전거 탄 세 남자>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다. 


당연히 하인라인의 광 팬이었을 코니 윌리스는 하인라인이 쓴 우주복있음을 읽다가 킵의 아빠를 통해 소개한 저 책에 급관심을 보이고 읽고 나서 크게 감명을 받는다. 난 낄낄거리고 웃기만 했는데 작가는 그 작품을 오마주했다. 그리고 오마주한 SF 작품의 제목을 <자전거탄 세 남자>의 부제인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정했고, 그 책을 알려준 하인라인에게 헌사했다. 


하지만 이 책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으나, 절판중이어서 구할 수 없었는데, 아작에서 재출간했던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시간여행이 실현된 어느 미래를 그린다. 그런데 시간여행이 실현된 후, 고대에서 온갖 보물을 가져오면 떼부자가 되겠거니 했던 투자가들이 어떤 물리학 법칙에 의해 물건을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시간여행은 개밥에 도토리가 된 상황이다. 그래서 시간여행은 대학에서 연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떤 부자가 자기 증증증증조 할머니 일기장에 써있는대로 대성당을 재건하겠다고 나서면서 연구원들을 들볶아 파괴되기 전의 상태를 파악하러 빅토리아 시대와 2차 대전 폭격 직후 등으로 시간여행을 다니며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부제는 신부의 새그루터기실종사건인데, 코미디와 탐정을 아주 찰지게 빈틈없이 정교하게 버무려놓은 방대한 작품이다. 아주 작은 단서까지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해서, 몇 번이나 뒤로 돌아가서 읽었다. 뒤로 돌아가서 읽을 수록 더욱 더 많은 단서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고, 맥거핀 같은 거 없이 대부분의 의문이 해소된다. 유쾌하고 즐겁고 지적이고 방대한 소설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1

코니 윌리스 저/최용준 역
아작(디자인콤마) | 2018년 07월

 

개는 말할 것도 없고 1

코니 윌리스 저/최용준 역
아작(디자인콤마)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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