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게스
- 작성일
- 2017.3.20
[eBook] 카이사르의 여자들 2
- 글쓴이
- 콜린 매컬로 저
교유서가
카이사르의 시대를 다룰 걸로 기대되는 로마의 일인자 다음 편이 나오기 전에 <카이사르의 여자들>을 읽자 했는데, 2편을 1월에 읽고 몇일 전 리뷰를 쓰려고 하니 내용을 모두 잊어버렸다. 지난 주에 중간부터 다시 읽었는데(두번째 읽을 때는 훨씬 빨리 읽히고 다시 읽어도 재밌다), 또 잊어버리기 전에 내용을 정리해둔다.
2권 시작지점에서 수석 집정관은 키케로이며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카이사르는 수도 담당 법무관이자 동시에 수석 신관이다. 키케로의 임기중 로마는 카틸리나의 반란이라는 위기를 맞는데 재임 기간을 싱겁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던 키케로에게는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측근의 밀고로 사건의 내막을 캐기 시작한 키케로는 이 문제로 원로원 회의를 소집하지만 결정적 증거의 부재라는 한계에 부딪친다. 음모를 부인하는 카틸리나는 국외로 추방되어 군사를 모으고, 결국 밀고자 덕에 위기를 피한 로마는 가담자들의 자백을 받아내고, 음모 모의자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한다. 나라를 구했다는 공명심에 들뜬 키케로는 재판없이 원로원 결의로 처형할 것을 제안하고 카이사르의 반대에 부딪쳐 둘로 나뉜다. 카이사르는 처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처형을 원로원 결의로 결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의 말은 설득력을 갖는다.
원로원 결의로 재판없이 처형하자는 키케로의 제안에 찬성하는 쪽은 카이사르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다. 대표적 인물이 보니파로 알려진 사람들 중 하나인 카토로, 1편에서도 조금 밉상스럽게 그려졌지만 2편에서 그려지는 인격적 수모는 정점을 이룬다. 카이사르가 반역자들의 처형에 반대하는 것은 그가 반역에 가담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거의 고문에 가까운 필러버스터 연설을 하던 카토가 카이사르의 쨍쨍한 연설로 힘을 잃어가던중, 연설중 카이사르에게 급히 배달되는 편지 한통으로 극적 전환을 맞는다. 카토는 그 편지가 반역자들과 태통하는 증거라며, 카이사르에게 그 자리에서 큰소리로 읽을 것을 요구한다. 이부동생 카토에 대한 경멸이 부록으로 포함된 세르빌리아의 연애 편지는 그렇게 해서 카토부터 읽고 던져진 후, 전 원로원 의원들이 너도 나도 돌려 읽음으로써 만천하에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 일로 원로원 회의는 산으로 가고 반역 모의자들에 대한 의결이 투표로 이루어진다. 정치적 좌파와 우파는 로마 정치의 의결 과정에서 그대로 유래된 듯 싶다.
“구금중인 다섯 명을 즉각 처형하고, 방금 거명된 네 명을 체포 즉시 처형한다는 내용입니다. 사형에 찬성하는 분은 제 오른쪽에 서십시오. 반대하는 분은 제 왼쪽입니다.”
읽는 동안 너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들이 난무하여 자주 누가 누구더라 혼동된다. 키케로의 재판에서 누가 어느쪽을 선택하는 지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역사의 인물들이 카이사르의 적인지 혹은 동료인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석 집정관 당선자 실라누스, 그러니까 세르빌리아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가 밝혀진 시점에 왼편에 설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도 우스꽝스러운 비방과 코메디극 같은 원로원회의 중 외도가 드러난 시점에서, 카이사르에게 많은 표가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이 카이사르의 의견에 찬성하기 위해 키케로의 왼편에 섰는데 이들의 이름은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메텔루스 켈레르, 메텔루스 네포스, 루키우스 카이사르, 라비에누스를 비롯한 호민관 몇 명, 필리푸스,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루쿨루스 형제,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 루키우스 코타, 토르콰투스 등 38명이며 원로원 최고참 의원 마메르쿠스도 이쪽이다.
이제 우리는 의도를 품는 것만으로도 재판 없이 처형되는 겁니까?”
반역은 음모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의도에 지나지 않았고, 구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말뿐인 것으로 처형할 수는 없다는 것이 카이사르의 입장이다. 반역의 음모가 포착되었지만 그 구체적인 행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면 대부분의 현대 국가에서는 재판없이 처형할 수는 없다. 이 소설에서 카이사르는 역사의 순간적 선택이 얼마나 역사 그 자체를 후퇴시킬 수 있는지를 안다. 비선실세의 탐욕과 대통령의 불법적 행위로 인해 한 나라를 서서히 가라앉히는 위기를 불러온 증거가 낱낱이 드러나더라도, 그를 권좌에서 내리기 위해 천만의 국민이 촛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바람을 드러내는 것 뿐이다. 재판에서 증거가 인정되고, 앞뒤 맞물린 사정을 꼼꼼히 검토하여 죄의 유무와 죄의 대가가 가려지는 것이다. 카이사르는 거의 전 원로원 의원들이 반역의 공모만을 성토하는 시점에서 원로원 결의라는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악했고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정치에 영리하게 이용한다.
원로원 최종 결의의 잘못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카이사르의 의지는 수십년 전, 가이우스 라비리우스가 반역죄로 재판이 예정된 사투르니누스와 퀸투스 라비에누스를 살해했던 사건을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시작된다. 대반역죄의 재판은 국가의 법적 권리이며, 그 권리를 침해한 것 역시 반역죄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카이사르가 노리는 것은, 원로원 최종 결의라는 불의의 힘과 방패막이를 통해 기본적인 재판청구권도 주지 않고 로마 시민의 처형을 승인하도록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다. 즉, 원로원이 로마인의 불가침 권리를 짓밟는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분노에 불길이 거세지도록 부채질을 살살 하자는 것이다.
특권층의 부패로 분노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던 로마 시민들에게 이 작전은 통했고, 카이사르는 더욱 영웅이 되어가는데, 이는 그의 반대파들에게 더욱 분노와 증오를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카이사르를 죽이는데 물불 가리지 않게 된 그의 반대파들 비불우스 , 피소, 메텔리스, 스키피오 등은 이제 깡패들을 동원하여, 포름 로마눔을 폭력으로 물들이고 카이사르에게 반역 음모를 씌운다. 원로원 최종 결의에 의거해 법무관 자격이 정지되고, 로마 시민들에게 이제까지 쌓아둔 카이사르의 신뢰는 이제부터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법 지대를 형성하는 원로원 최종 결의라는 결정을 통해 법무관 활동이 정지되었다는 사실을 안 군중들이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고 그 물결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세어진다. 겁에 질린 권력자들이 벌벌 떠는 동안 카이사르는 군중을 상대로 1시간여 연설을 하고 그들은 스스로 집에 돌아간다. 어떻게 봉기가 시작된 군중을 해산시켰는지 궁금했던 원로원들에게 카이사르는 말한다.
로마에 불충한 사람으로 여겨지길 바라는가? 통제 불가능한 자들로 비춰지고 싶은가? 당신들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고작 징계 처분을 받은 법무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들 모였느냐고 물었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파면된 전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오히려 자신의 몇 안되는 지지자들에게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난동을 부추기던 박씨와 비교된다. 결국 소동을 잠재우고 봉기를 잠재운 카이사르는 그를 재판하려 했던 하급 법무관에게 재미있는 형벌을 내리는 재기를 발휘한다. 릭토르들이 이제까지 상징적 의미로 메고 다니던 파스케스를 군중들 앞에서 풀어헤쳐, 무지한 하급 법무관에게 내린 매 형벌은 무지에 대한 수치이며, 법의 권위와 동격화된 카이사르의 상징적 힘을 직접 군중들앞에서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보아 데이 축제에 얽힌 이야기도 기가막히다. 여성들만의 축제인 보나 데아 축제가 카이사르의 관저에서 열리는데, 남성출입금지의 이 축제장에 여장을 하고 나타나서 까불고 다니다가 아우렐리아에게 들키고, 카이사르의 아내 폼페이아는 이 일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지만, 카이사르의 아내는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그의 뜻에 따라 폼헤이아와 이혼한다. 집정관 임기를 마친 실라누스 가 죽자, 각자 혼자 된 연인은 동상이몽을 꾼다. 당연히 자신과 결혼하기를 바라는 세르빌리아에게 카이사르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녀가 부정한 여인이어서 자신은 세르빌리아와 결혼할 수 없다는 거다. 물론 카이사르는 세르빌리아에게 무한한 매력을 느끼지만,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러니까 앞으로 로마의 일인자가 되어 수많은 민중들에게 사랑받을 자신에게 배우자가 될 사람은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말이, 실라누스와 결혼한 채로 자신을 사랑한 그 행동에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수많은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고, 특히 권력을 조롱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들의 아내를 정복했던 카이사르에게, 자신의 아내는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의 끝장을 보여준다. 이건 나는 되고 남은 안되고가 아니다. 남자니까 되고 여자니까 안되고의 논리도 아닌 것 같다. 카이사르 자신의 특별함, 모든 것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가, 모든 여자를 가질 것이고, 어떤 여자에게도 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있을 것 같고, 여자 대신 사람을 넣어도 그 말은 유효할 것 같다. 휴~ 길어졌다. 줄거리는 짧게 쓰는 게 더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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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