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fe - Jules Verne
Gypsy
- 작성일
- 2011.3.4
15소년 표류기 1
- 글쓴이
- 쥘 베른 저
열림원
15명의 소년의 무인도 생존기!
신비의 섬을 읽은 직 후 꺼내든 책이었기에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현실 불가능의 리더쉽을 보여준 천재 리더 사이러스의 지휘 아래 섬을 문명세계 비슷 하게 개척해내는 것과 달리 15명의 아이들에겐 그런 능력도 힘도 없다. 당장의 추위를 피하고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 조차 버거운 이들이 어찌 무인도의 생활을 견뎌 가는지를 그려내고 있기에 신비의 섬과는 출발이 아주 다르다고 하겠다.
처음 15소년 표류기를 꺼내 들었을때 나는 내가 이 책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그리고 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웬걸 책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15명의 소년이 섬에 표류했다. 이 이상은 기억나는게 없고 생각을 거듭 하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15소년 표류기의 내용과 '파리대왕'의 내용을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충격 파는 이 책을 다 읽고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내 머리 속엔 디즈니 만화 의 이야기, 그림책으로 봤던 이야기, 나이를 먹고 접한 기타 유사한 창작물들 예컨데, 영화, 아류 소설들의 내용이 원작인양 기억되고 있었고 그들을 하나하나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머리 속도 컴퓨터 폴더 처럼 정리가 되면 얼마 좋을까 라는 별스런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작은 제목을 붙여 보자면 '기억은 삼천포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뭐 이런걸로 붙이면 딱일 게다.
8살 부터 14살 까지의 소년들이 탄 배가 부둣가에서 떨어져 나와 폭풍에 휘말려 난바다를 표류하다 태평양 어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년의 나이가 14살에 불과한데다 돌보아야 할 어린 소년들까지 있고 멘토가 되어줄 어른들도 없기에 이들의 무인도 정착기는 순탄치가 않아 보인다.
게다가15명의 아이들 가운데는 파벌 또한 형성이 되어있어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벌이고 결투도 마다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책 속엔 여전히 쥘 베른 특유의 박물학 진열하기(?) 페이지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이런 박물학 지식들로 설탕을 만들고, 소금을 얻고 맞난 고기를 얻고, 양초를 얻는 등등의 일들을 아이들이 척척척 해낸다. 쥘 베른의 책들을 읽으면서 든 의문중의 하나가 옛날 사람들은 이 토록 뭔 나무나 나물들을 보면 그게 뭔지 이토록 잘 맞출 수 있었나? 싶다. 한데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 아부지만 해도 강가에 낚시하러 가서 뽑아오는 나물 가지 수가 5-6가지 쯤 되는 거나, 고로 쇠물을 한 컵씩 받아와 마시게한 일이나, 약수 뜨러 가신 다더니 칡이란 걸 한 봉지쯤 캐온다거나 하는 것을들 보면서 세대를 거듭할 수록 자연과 더불어 사는 능력이 퇴화 되는게 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되곤 한다. 그러니 150년 전에 회색닭장에서 살기 이전 흙과 가까이 살던 사람들이 식물을 구분해 내고 새들을 보고 계절을 맞추는 따위의 일들은 지금보다 훨신 자연스런 일이었음에는 틀림 없을 듯 하다.
사는집(?) 자제들이다 보니 배 안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었고, 사냥 도구와 낚시 도구 항해에 필요한 통조림 음식과 옷들까지 넉넉했다. 그리고 요리를 잘하는 하인 모코도 있다. 그리고 비상시에 그들을 지킬 수 있는 대포도 있고, 하나 같이 사냥들도 잘한다. 150년 전의 10대들은 이랬나 싶은 지금의 입시에 찌든 대한 민국의 학생들과는 너무나 멀고 멀어 보이는 기술들이라니! 아! 놀라워라! 아마 지금의 아이들이 섬에 표류하게 된다면 15소년 표류기 보다는 '파리대왕'에 가까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게하는 부분이다.
15명의 소년은 무인도에서 어른들의 사회를 닮은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고, 당시 제국들이 열을 올린 식민지 개척에 대한 열의를 보이며 무인도에 이름을 부여하고 영토 표시로 깃발을 세우기도한다. 이때 참 잼있는게 영국인 소년은 당연히 영국의 영토라며 영국 기를 가장 먼저 세우고, 미국인이 살짝 심정상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인 아이는 그러든동 말덜동 왜 저런 것에 열을 올리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쥘 베른이 15명의 아이들을 하나의 국적이 아닌 여러 국적으로 표현을 하고 맨 처음 섬에 상륙 했들때 그들의 캐릭터나 성격에 누구누구는 미국인 스러운 어쩌고, 영국인 스러운 어쩌고, 프랑스인 다운 어쩌고 라는 수식어를 종종 붙인 반면 섬에서 집단 생활을 하며 나름의 사회를 구축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며 화해 하는 과정에서 이 각각의 국가 색을 지워 버리고 하나의 집단으로 역어 주는 모습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해저이만리에서 네모선장의 노틸러스 호에 다국적 인간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국인과 인도인 여자를 맺어 주는 모습을 보면 쥘 베른은 나라의 국경과 인종을 뛰어 넘고 싶어 했었던건 아닐까란 의문을 가지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코가 흑인이고 하인 신분으로 아이들이 당연하게 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모코 또한 이를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부분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쥘 베른은 세계인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제국주의적 면모들이야 그때 당시의 작가들이 넘지 못했던 한계이니 만약, 그가 그것 까지 깨부셨다면, 쥘 베른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칭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15소년 표류기는 모험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15명의 소년들은 섬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내며 확실히 어른으로 성장한다. 어린 소년들을 돌보는 책임감을 배우고, 스스로 선거를 하고 리더를 뽑고 권력이양을 경험하며, 파벌싸움이라는 갈등을 겪고 결국 공공의 적(?)을 물리 치기위해 화해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15소년 표류기의 내용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던 것. 내용에 엄청나게 무지했다는 것. 그리고 본 책을 마치 난생 처음 접하는 내용인 양 즐겼다는 것. 등등등 쥘 베릉 컬렉션을 읽어 나가며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본 컬렉션을 거의 다 읽어 가기에 아쉬운 마음에 열림원에 전화를 했었다.(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아 소심한 가슴 가트니라고!) 왜 9권까지 나오고 책 날개에 있는 후속 작들은 안 나오냐고 편집부에 여쭈었다. 친절하게도 발행 계획 조차 없단다. 혹시 책이 안 팔려서 안나오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그건 아닌란다. 난 웬지 그건 아니라는 말이 뻥 같을까?(그럼 이유는 뭔가요?넹? 소심해서 더이상 물어 볼 수가 없더라는...) 책 상태도 무척 좋고, 판화 삽화들도 고전의 풍미를 퐁퐁퐁 풍기고 있는 게다가 완역판이라는 요 씨리즈가 꼭 다시 쭈욱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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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