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

오피러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12.28
2005년 겨울 어느날...
나의 작은 고백이다.
누구든 나의 이 알량한 처사에 돌을 던져도 좋다.
하지만.....
나도 남자이기에....
그녀가 건강을 잃었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 자주 헉헉거린다.
길거리에서 울컥 토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은 전부터 조금 싫증이 나 있었다.
다른 여자에게로 자꾸 시선이 갔다.
그런 핑계로 여름 동안 내버려뒀다.
가끔 그녀의 역할이 필요할 때는 다른 여자를 돈 주고 빌렸다.
나는 그런 남자다.
처리해야 할 일은 다른 여자를 사서라도 해치워야만 하는.
지난 일요일.
그녀를 너무 오래 방치해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까지 검버섯이 나고 푸석해진 그녀를 어루만져봤다.
투덜거림이 들렸다.
이제는 그만 헤어졌으면 좋겠단다.
꼭 그래야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지겹단다.
심지어는 언제 목욕 한번 제대로 시켜줬느냐며,
자기 밥 먹이러 간 곳에서 대충 물 뿌려주는 게 고작이지 않았느냐며 대들었다.
다른 남자들이 자기여자를 만지고 털고 쓰다듬고
목욕에 화장까지 시켜주는 모습을 보면 늘 열 받았단다.
그런데도 내가 기껏 한 일이라고는 제 몸 안에 온갖 악취,
커다란 음악소리나 쏟아 부은 인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울컥거렸다.
심장 박동 소리까지 징징댔다.
신발도 몇번이고 꿰매어 신겨서 걸은걸이가 많이 불편했단는걸 아냐고....
문득 내가 이 여자에게 너무 많이 애착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애환의 시간 속에서 분주함을 함께 겪었기 때문일까.
정을 끊는 일은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
잘 달래서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겠다.
종합검진을 시켜야겠다.
보나마나 큰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하겠지.
그래서 당분간이라도 더 함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젊고 싱싱한 여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을 감출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이런 잔인한 생각도 들었다.
심장과 혈관의 건강 때문에 지친 그녀를 차라리 안락사 시켜버릴까 하는.
이유가 있는 이별에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는 걸 나는 안다.
어쩔 수 없는 이별에 여자가 울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감추인 눈물을 쏟아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여자에게 이별은 그 순간의 자신의 무너짐을 뜻한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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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뉴그랜저. 2,500cc의 폐활량을 지닌.
하얀 피부 색깔을 지닌 새색시의 모습으로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가 1996년 11월의 초겨울.
놓을 줄 아는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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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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