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중요했던 인문학 도서들

hamjii
- 작성일
- 2011.11.30
일본의 학자들이 '전공'에 집착하는걸 오히려 꾸짖는, 독특한 학자. 이슬람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특히 쿠란의 일어번역의 경우 모든 언어를 통털어서 가장 잘 번역되었다고 평가받는다지요. 언어천재인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십수개의 언어에 달통했다는 사실보다도, 어려서 부터(!) 벽암록, 임제록, 전등록 등 언어도단의 禪書를 가까이 해 오면서 언어의 본질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얻은 걸로 보입니다. 언어의 표층구조와 심층구조의 필연적인 어긋남에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암시를 찾아야한다는 논지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고, 쿠가이의 진언종이나 쿠란을 '그 분'들의 언어로 인정하는데서 이해의 단서를 찾는다는 발상은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보는거 같습니다. 불교의 유식을 통해 '분절'이란 프레임웍으로 언어, 의식과 실존의 관계를 풀어가는 접근법도 저한테는 크게 도움이 되는군요. 이 분의 저서들이 좀 더 번역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습니다.
단편적인 쪼가리 지식들이, 그나마 '원근법'적인 조망의 큰그림 속에 제자리를 잡아 가도록 이끌어준 力作이지요. 이 책이 왜그리 참신했던가 하는 이유가, 아마도 그가 아카데믹에 속하지 않아서였구나 하는건 한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김우창 선생님 지도로 이 책과 함께 했던 대학 초년시절의 한 학기가 바로 제 대학시절의 엑기스였다는 사실을, 요새 새삼 절감하고 있군요...
내장산 자락, 단칸방에서, 라디오로 라보엠, 토스카를 즐기며 말년 저술활동을 하셨다는 고선생님. 아마도 선과 현상학의 관련을 머리가 아니고 당신의 몸으로 체득하시고서 글을 쓰신거겠지요.
교과서, 번역문학서 쪼가리만 보던 고삐리 생활을 벗고,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 맛본 김화영과 김승옥의 글들이 열어 보여준 '행복의 충격'은 어언 3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 한편에 아릿하게 배여있군여.
유럽의 철학, 문학, 예술, 시사, 일본의 철학, 문학, 예술, 시사, 물론 가장 중요하게 모국의 철학, 문학, 예술, 시사에 이 분만큼 달통한 분이, 아마 두 번 나오기는 어렵겠지요. 한 시대를 앞서 사신, 통섭의 달인.
한국에서 서양음악을 듣는 음악애호가의 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藝"란 책을 언급한 글 찾기가 이렇게 힘든걸 보면, 제대로 클래식음악을 듣는 애호가의 수는 기실 얼마 되지 않는다는 반증.
한글로 사유되고, 한글로 씌여진 이 정도 수준의 책을 우리가 갖고 있는게 자랑스럽습니다. 사실은 첫번째에 대해서는 조금 확신이 안가는 점이 없지 않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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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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