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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여는길
  1. 요즘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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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서문
글쓴이
버크,베카리아,니체 등저/장정일 편
열림원
평균
별점8.9 (25)
책으로여는길

책을 읽을 때 특히, 어려운 책을 읽을 때에는

책의 포문을 여는 '서문'을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문학도 그러하지만 특히 이론을 전달하는 책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핵심 이론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전체적인 조망을 해주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렵거나 지루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책을 읽다 보면

자칫 내가 어디쯤 있는지, 왜 있는지 조차도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서문과 목차로 돌아가

다시금 읽어 보면서 방향을 잡곤 한다.

욕심껏 친절하게 풀어 쓴 저자의 서문은

핵심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주는 친절한 안내문이 되고,

목차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읽기 전 서문을 읽고,

책을 모두 읽은 후에 서문을 다시 읽는 습관이 생겼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읽기 전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구나 하는 감을 잡고,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맞아~ 이랬었지', '아~ 이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면서

다시금 정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문은 짧은 지력의 나에겐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서문]이라는 책의 출간을 알게 되었을 때

눈의 번쩍 뜨인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토록 서문의 위력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데

이를 공감이라도 해주듯이 서문만 묶은 책이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이 책을 엮은이는

당대 최고의 독서가로 손꼽히고 있는 장정일 씨가 아닌가.

 

 

책에는 총 30권의 역사적 명저의 서문이 집결되어 있다.

시대를 따지자면 서기 300년대 로마시대부터 1900년대까지

천 년도 넘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 출간된 책들이다.

유럽이라는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치, 역사,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 책의 주제는

경계와 구분없이 총망라되어 있다.

사실 그렇기때문에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아주 조금 상식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지만

읽기는 매우 힘들고 진도도 잘 나가질 않았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서문만으로

그 책의 의미나 가치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문의 내용과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책마다 서문을 소개하기 전

저자와 책이 나오게 된 배경, 책의 가치를

상세하게 소개해준 가이드 글 덕분이다.

엮은이가 이 책을 왜 선택하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만큼

30권의 책은 시대와 역사, 각계 분야에 의미있는 영향을 준 저자와 책들이다.

발표 시대순으로 배치된 책들을 죽 살펴보면

그 자체가 커다란 역사의 물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서문'은 작가가 독자를 책의 입구로 안내하는 시작점이지만

여기에 실려있는 서문들을 보면 단순한 안내서 이상의

다양한 활용법을 볼 수 있다.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군사학 논고」의 서문처럼

오랜 세월 관습으로 굳어진 틀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형식이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서문이 갑론을박 논쟁의

반박 수단으로도 많이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서문은 거의 논문 수준의 분량인 반면

어떤 서문은 시 한편을 던져 함축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한권 한권 산을 타듯 꾹꾹 눌러 읽은 후

이 책 역시 처음에 읽었던 엮은이의 서문을 다시 읽었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와 책을 읽은 후의 시야각의 차이가 명료하다.

'서문은 책의 작은 우주다'라고 강조한 엮은이나

소가 되어서 '되새김질'을 하며 서문 읽기를 반복하라는

「도덕의 계보학」프리드리히 니체의 주장은

한 독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증명해준 기쁨 이상의 묵직한 무게감을 준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서문의 역할과 중요성을

엮은이 '서문'의 일부로 대신한다.

 

"제목이 압축 파일이라면 서문은 그것을 푸는 암호다. 서문은 이 책이 쓰여진 동기와 방법론을 설명해주며, 저자가 다루고 있는 지문의 윤곽과 주제를 명료하게 해준다. 많은 서문은 친절하게 내용을 요약해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저자의 수고는 특히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읽을 때 독자의 주의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해설해주는 최고의 참고서는 비평가의 해설도 서평가의 독후감도 아닌, 서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요컨대 서문은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참고서처럼 곁에 두고 매번 펼쳐 보아야 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도덕의 계보학」서문 끄트러미에서 "거의 소처럼" 되어라. "되새김"하라고 했던 말을 명심하고, 그것을 서문에 적용하자.

(...)

서문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사실은, 수많은 명저들이 자기의 수준을 서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헛소리나 늘어놓은 부실한 서문치고 뛰어난 명저는 없다. 이런 사실이 서문을 책의 작은 우주로 만들며, 본문과 따로 떼어 음미할 수 있게 한다. G.W.F. 헤겔을 비롯한 몇 명의 위대한 저자들이 그들의 서문만 따로 모은 서문집을 갖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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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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