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연작 소설 중의 하나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70년대 산업화 시대의 핵심적인 문제성을 정면에서 다루고자 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작품이 주로 난쟁이를 중심으로 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자본주의적 사회의 폭력성과 두 계급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70년대. 은강그룹 회장의 동생이 공장 직원 영수에 의해 살해된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억압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변호사와 지섭의 변론에도 불구하고 영수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영수가 살인범으로 재판 받는 장면을이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회장의 가정 문제들이 부수적으로 묘사되는데 각각 그에 상응하는 두 개의 모순이 제시된다. 첫 번째는 영수를 살인범으로 보는 눈, 영수의 행동을 일종의 정당방위로 보는 눈, 즉, 기업가의 눈과 근로자의 눈 사이의 기본적 모순이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처지를 철저히 인정하고 대기업가의 아들에게 주어진 모든 특권과 혜택을 당연한 듯이 누리려는 회장 아들과 근로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하려는 죽은 회장 동생의 아들 사이에 있는 부수적인 모순이다. 이런 모순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대화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은 잘 드러난다. 그 중 특히 다음 세 부분이 그러하다.

첫 번째는 회장이 이른 아침 찾아온 사촌을 타이르면서 하는 말 중 "우리에겐 지켜야∼수가 없어."이다. 자본가의 생리와 본질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한 표현이다. 특히 동생의 죽음을 싸움터에서의 전사로 보는 관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적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사촌의 공원 옹호 발언은 사태의 본질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어 충격이다. 기업가의 자제이면서도 근로자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점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회장 아들이 미래의 일들에 대해 상상하는 장면에서 형들을 무서워했던 과거의 모습을 잠시 생각하는 장면이다. 철저하게 자본가의 생리에 길들여진 줄로만 알았던 그가 실은 가족 내부의 자본주의적 속성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즉, 강자로 대변되는 형들과 약자인 그가 자라면서 약육강식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그대로 내재한 것이다. 세 번째는 지섭의 증언내용이다. 강요된 행위, 억압, 경제적 핍박.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자들이 겪어야 하는 것들이다. 지섭은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 모순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이것을 통해 자본주의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영수가 폭행 당했다는 증언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알레고리로써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자본주의와 그에 대한 계급간의 갈등,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이것은 계급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소외의 문제임을 지적한 점 등 자본주의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작가의 관점은 그 시대 어떠한 작품-황석영이나 윤흥길의 산발적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사회를 비판한 문학작품은 그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내 기존 관점으로 이 작품을 대하면 못내 아쉽다.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수가 사형 선고를 받음으로써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은 물거품이 되고 소외된 인간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순응하게 한다. 물론 70년대 사회적 리얼리티, 모순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이런 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리얼리티를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