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클러버

퍼핀
- 작성일
- 2021.7.30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글쓴이
- 이정연 저
웅진지식하우스
그냥 너무 재미있고 소중한 책이다.
프롤로그 <다정함은 근력에서 나온다>부터 에필로그 <#WOMEN_STAY_STRONG>까지, 그저 벅차는 책.
이 책을 우리 북클럽에서 읽어보자고 고르던 때의 나는,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이런 저런 사유를 핑계로 행동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필라테스를 하고 있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더욱 단단해졌다.
최근 회사 동료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술술 읽혀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는 말을 듣고 무척 뿌듯했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사서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좋은 문장, 좋은 대목이 정말 많아서 골라 적기가 힘들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근육통장'이라는 단어인데, 수미상관 구조처럼 책의 앞뒤에 나란히 '근육통장'을 소재로 한 글이 배치돼 있는 게 재미있는 점이다. '근육 부도'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작명 센스에 감탄했다. 너무 웃긴데 공감돼서 슬펐다.
그리고 조카 봄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 여동생이 떠올랐다. 내 여동생도 유아기부터 활발하고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운동 신경도 좋아서, 축구, 야구, 달리기 등 잘하는 운동도 많았다. 동생은 특히 야구를 좋아했는데, 보는 것보다는 직접 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프로 야구 경기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문제는 그 아이와 같이 야구 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틈만 나면 내게 캐치볼을 하자고 조르기 일쑤였는데, 그 아이와 함께 하기에는 내 흥미와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던 고등학생일 때라, 모처럼 쉬는 시간에는 동생과 놀기 보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생은 주로 같은 학교의 남자 사람 친구들과 캐치볼을 했는데, 그 녀석들과의 인연은 항상 동생이 걔네들에게 고백을 받으며 끝이 났다. 그 남자애들은 진짜 야구 메이트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하나같이 동생에게 흑심이 있어서 그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 동참한 것뿐이었다. 동생은 늘 실망했고,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아마추어 여성 야구단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축구나 배구, 농구 같은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야구는 여성 참여율이 너무 낮았고, 당연히 내 동생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아마추어 여성 야구단도 찾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부터 동생의 방에서는 야구 글로브가 보이지 않았다.
야구는 특히 드물긴 하지만, 여자 프로 구단이 있는 축구, 배구, 농구에서조차도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이 한참 배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과 과정을 거치면서 한 번쯤은 축구, 배구, 농구, 어렵다면 피구나 발야구라도 접하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운동 신경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니까 그것들을 꺼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운동 신경을 키울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다. 즉,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만큼 충분하게 체험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안심하고 뛰놀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흥미 있는 운동을 마음껏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마련되면 좋겠다. '왈가닥', '말괄량이'라는 단어로 그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나는 저 두 단어가 성차별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만족할 만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그래서 건강하고 운동 잘 하는 여성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작가님과 작가님 책에 등장한 운동하는 여성분들, 거기에 자극받은 나와 같은 독자들, 그리고 책 바깥 우리 주변의 수많은 운동하(고자 하)는 여자들이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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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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